주말드라마. 말만 들어도 왠지 훈훈한 가족애가 느껴지는 가족드라마일 거라고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그도 그럴 것이 미니시리즈의 경우 트렌디 물이 일색이었고, 주말의 경우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점을 감안해 주말드라마는 모든 가족이 시청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올 수밖에 없었던 것. 왜? 시청률 때문에.
그러한 점은 여전히 유효하여 미니시리즈에서 볼 법한 트렌디성 이야기보다는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주요 내용으로 다루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모든 가족드라마가 어떻게 진행되고 어떠한 결말을 맺을지 모두가 알게 돼버렸다. 그것은 곧 식상함으로 변질되었고 식상함은 막장 드라마를 탄생케 했다.
그래서일까, 요즘 주말드라마는 막장 드라마의 거성이라 불리는 금은동을 매기자면 금메달과 은메달인 임성한과 문영남이 방송국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컴백했다. 사실상 막장 드라마의 비판이 거세지며 간간이 착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어 입지가 좁아졌지만 여전히 막장 드라마 카드는 방송국에 좋아하는 카드인 모양이다.
그렇게 컴백한 두 작가의 작품 역시 주말드라마답게 겉으로는 홈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다. 물론 임성한 작가의 <보석비빔밥>은 생각보다 극단적인 소재는 없다. 이전에 그녀가 선보인 작품보다는 비교적 무안한 편으로 막장 드라마의 자극적인 소재 대신 억지춘향의 코믹 드라마를 선보이고 있다. 그녀의 작품은 훗날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기로 하자.
그렇다면 문영남 작가의 <수상한 삼형제>는 어떠한가. tvn <롤러코스터>의 나온 대사를 인용하자면 "전방에 막장구간이 있습니다. 속이 불끈불끈할 준비를 하십시오"라는 멘트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만큼 <수상한 상형제>는 막장 드라마의 인기 공식을 그래도 가져왔다.
특히 막장 드라마의 특징은 다른 방송국, 다른 작가, 다른 주인공이 등장해도 서로를 연결하다보면 말이 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이유로 tvn <롤러코스터>는 막장극장이라는 패러디물을 내세워 모든 막장 드라마를 섞어 만드는데 그럴 듯하게 내용이 전개될 수 있음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수상한 상형제> 안에는 <소문난 칠공주>와 <조강지처 클럽>의 모습이 담겨 있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자가 복제 캐릭터를 조합해 내놓은 <수상한 상형제>이번 문영남은 <조강저지처 클럽>에서의 막장 드라마를 인식한 듯 가족의 가치를 다시금 끄집어냈다. 저번 드라마에서는 '바람'이란 소재를 한데 모아 놓고 그려냈다면 이번 드라마에서는 경찰 집안 가족의 이야기를 주요 소재로 삼았다.
그런데 문제는 경찰이라는 소재 자체가 자신의 인기작품이었던 <소문난 칠공주>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아주 그럴 듯하게 자매에서 형제로 성만 바꾸었을 뿐 그 안에 담겨진 캐릭터는 <소문난 칠공주>와 <조강지처 클럽>의 캐릭터를 섞어 놓은 그야말로 '짱뽕'이다.
우선 아버지 역할을 맡은 문영남 작가가 무척이나 신뢰하는 듯한 박인환은 군복 대신 경찰복을 입고 등장한다. 김순경은 고지식한 가부장적인 아버지상을 그려내고 있는데, 그러한 모습이 <소문난 칠공주>의 아버지 나양팔과 똑 닮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겉으로는 엄하고 고지식하지만 속은 자식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나도 큰 아버지.
물론 우리들의 아버지가 그러한 분들이 많지만 사실 그것이 옳은 정답은 아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꼭 매번 다른 드라마에서는 볼 법한 아버지 상을 그려내야 하는지 반문하고 싶다.
반대로 부인 전과자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김순경의 말 하나에 죽고 사는 서민층에 평범한 엄마 캐릭터이다. 헌데 이상하게도 '시'자가 들어가는 시어머니로서는 며느리를 못 잡아먹어 안달난 모습을 보여주는 TV에서 보는 전형적인 캐릭터이다.
그런데 전과자의 캐릭터 경우 남편의 기에 눌려 사는 <소문난 칠공주>의 엄마인 경명자와 바람 난 아들을 참고 살라 권유하는 <조강지처 클럽>의 막돼먹은 시어머니 안양순과 반반씩 섞여 있다.
그럼 김순경 네 삼형제를 보자. 첫째 김건강은 <소문난 칠공주>의 덕칠이의 모습과 닮아 있다. 김건강은 이혼을 한 후 방황하는 못난 첫째 아들인데, 이상하게 문영남 작가는 첫째의 모습을 못난 딸, 못난 아들로 그려낸다. 덕칠이도 맞바람으로 이혼을 당하고 방황을 하는 캐릭터였는데 김건강과는 성만 바뀌었을 뿐 못난 모습은 똑같다.
그럼 둘째, 김현찰은 못난 장남 대신 집안에 장남 노릇을 하는 인물로 <소문난 칠공주>의 설칠과 비슷한 면을 보이지만 <조강지처 클럽>의 이기적과 비슷한 인물이다. 왜 그리들 한국 남자는 결혼을 하면 효자가 되는지, 아내 도우미를 못 살게 구는 시어머니 사이에서 늘 아내를 구박한다. 물론 친정식구들의 빚을 10년 동안 감당해주는 고마운 남자로 등장하지만 여전히 그러한 아내를 존중하지 않은 모습은 이기적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이제 이렇게 위로 못난 사람만 있다면 집안에 어느 누구 하나는 정상적인 인물이 있어야 한다. 바로 김이상이 그러한 인물이다. 이러한 캐릭터는 <소문난 칠공주>의 설칠과 거의 동일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설칠은 극중에서 나양팔의 뜻에 따라 군인이 되었고, 늘 아버지의 뜻을 거역한 일이 없는 착한 딸이었다. 역시 김이상 또한 아버지의 뜻에 따라 경찰이 되었고 역시 부모님의 자랑이자 사랑을 독차지하는 착한 아들이다. 그리고 각각의 삼형제의 상대역으로 등장하는 엄청난, 도우미 주어영도 <소문난 칠공주>와 <조강지처 클럽>에서 보았던 캐릭터들로 <수상한 상형제>는 문영남 작가가 인기리에 썼던 <소문난 칠공주>와 <조강지처 클럽>의 캐릭터들을 총집결해 놓았다고 할 수 있다.
단 하루도 못살 것 같은 수상한 집
그리고 역시나 그러한 캐릭터로 가득한 탓에 드라마에서는 전방에 막장 드라마가 있음을 알려주는 경고등이 있어야 할 것 같은 이야기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래서 <수상한 삼형제>에서는 훈훈한 가족애 따위는 애초부터 찾아볼 수가 없다. 사실상 그야말로 절망적인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선 이 가족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물론 가족이라는 게 평온할 수만은 없으며, 세상 어느 가족에게나 골치 아픈 일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모습이 드라마로 옮겨 왔을 때 조금은 과장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조금은 이해가 가지만 수상한 가족은 문영남 이전의 가족의 모습처럼 막장 가족의 모습이다.
방황하는 큰 아들을 무조건 감싸는 엄마와 무조건 소리를 질러대는 아버지. 그러한 형 때문에 가족들은 바람 잘 날 없는 하루를 보낸다. 여기에 무조건 며느리를 미워하는 시어머니의 모습은 지긋지긋하다.
사실상 우리 모든 가족드라마에는 고부갈등이 들어 있다. 실제로도 그러한 고부 갈등을 겪어 힘들어하는 며느리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리고 친구들끼리도 오랜만에 나가 만나면 시어머니 흉을 보는 일도 많다.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너무나 과장되어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를 도저히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묘사한다.
전과자는 시어머니로서 며느리 도우미를 향해 잔소리를 기본으로 도둑으로 취급하는 몰상식적인 태도를 보여줘 짜증을 유발한다. 철없는 아들 김건강을 무조건 감싸면서 며느리라는 이유로 그야말로 식모 부리듯 일을 시킨다.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도우미처럼 살아가는 며느리에게 친정식구들에게 돈을 빼돌린다며 도둑 취급까지 하는 등 그야말로 막장 고부갈등을 그리고 있다.
사실상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고 하는 일이 있지만 며느리를 도둑 취급하는 시어머니가 많지 않을뿐더러 그것을 참아내는 며느리도 많지 않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시어머니는 무조건 며느리를 비난하고 며느리는 눈물로 호소할 뿐 갈등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전과자는 큰 아들을 두고 사사건건 남편 김순경과 부딪히며 온 집안의 갈등을 만들어 낸다.
여기에 김이상의 사랑전선도 시청자들로써는 짜증 혹은 분노가 동반한다. 왕재수와 주어영과의 삼각관계에서 왕재수는 이름 그대로 재수 없는 행각을 펼친다. 양다리를 걸치며 주어영과의 관계를 끊지 않는다.
그럼에도 김이상은 주어영과의 연애를 시작했지만 문제는 왕재수가 아니라 주어영이다. 보통 여성이 나쁜 남자의 기질을 좋아한다는 일반 속설을 문영남 작가는 굳건히 믿고 있는지 나름대로 배우고 자신의 일을 하는 여성을 바보로 만들어 버렸다.
자신을 배반한 남자가 다시 찾아왔다고 금세 흔들려 김이상과의 관계를 정리하려는 주어영의 태도는 시청자들이 납득하기 어렵다. 그것은 일반 대다수의 여성들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도우미의 엄마인 계솔희는 재혼을 했음에도 문제아 아들이 사고친 돈을 무조건 도우미에게 뜯어내고 그러한 모습을 질려하면서도 자신의 남편에게 돈을 요구하는 도우미 등 그야말로 훈훈한 내용 따위는 없다.
사실상 문제없는 가족이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수상한 삼형제>의 문제점은 그러한 가족들의 모습을 과장되게 그려내고 절망적으로 담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이다. 즉,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모인 가족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을 다루는 자체가 <수상한 삼형제>는 너무나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차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대신 갈등이 극에 달해 사실상 절망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보는 시청자들은 결국 불편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처럼 <수상한 삼형제>는 따뜻한 홈 드라마를 기대한 시청자들의 바람과 달리 문영남 작가 특유의 막장 스타일의 전개가 펼쳐지고 있다. 물론 인기가도를 달리고는 있지만 과연 이 작품이 국민드라마로서 발돋움할 지는 미지수다. 아니 어쩌면 역시나 욕하면서도 보는 드라마로 전락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