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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풍경... 독서하는 모습 아쉬워...
지하철 풍경...독서하는 모습 아쉬워... ⓒ 이명화

지하철 풍경, 휴대폰에 빠져있는 사람들...

가끔, 시내를 벗어나 부산 서점나들이를 할 때가 있다. 보통 한 달에 한두 번은 왕래한다. 그날도 모처럼 남편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부산 서면으로 향했다. 40여 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이지만 함께 해서 피곤함도 지루함도 없이 나들이 할 수 있어 좋다.

서점에서 책을 사고 부산 서면 시장에 가면 어김없이 들리는 곳, 우리가 자주 찾는 수라만두집에서 만두와 칼국수를 개 눈 감추듯 먹고 나서야 그날 저녁 부산 나들이 임무(?)가 끝이 난다. 다시 양산 행 전철을 타고 양산으로 향한다. 지하철을 타면 사람들이 앉아있는 모습도 다양하다.

앉자마자 팔짱을 끼고 바로 눈을 감고 앉았거나 들어오면서부터 손에 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서 내릴 때까지 뭔가에 열중해 있는 사람, 무표정하게 앉아있는 사람, 끊임없이 얘기를 주고받는 사람 등 제각각이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가끔 외출을 해야 할 때면 가볍게 읽을 책을 한 권 들고 나간다.

지하철을 타든 어디를 가든 잠깐이라도 기다리는 시간, 지체하는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기 위함이다. 전철을 타고 자리에 앉으면 오가는 동안 책에 머리를 묻고 있고 또 눈을 감고 쉬기도 한다. 가끔 고개를 들어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둘러보곤 한다.

젊은 아가씨가 혹은 청년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보면 내 마음도 절로 흐뭇해진다. 하지만 지하철을 타고 가다보면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신 끊임없이 손에 쥔 핸드폰을 마치 마스코트처럼 만지작거리고 있거나 핸드폰으로 쉼 없이 문자를 주고받는 사람들이 많다.

휴대폰 오락에 빠진 젊은이들... 독서하는 모습 아쉽다...
휴대폰 오락에 빠진 젊은이들...독서하는 모습 아쉽다... ⓒ 이명화

어떨 땐, 핸드폰을 손에 쥐고 눈앞에까지 갖다대고서 잔뜩 몰입한 채 핸드폰 자판을 두들기기를 반복하는 걸 본다. 절로 눈길이 간다. 도대체 뭘 하기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틱 현상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핸드폰을 엄지 검지로 두드리면서 들여다보고 있는 걸까. 하도 궁금해서 살짝 옆에 앉은 사람의 손에 쥔 핸드폰을 쳐다본다.

핸드폰으로 오락게임을 하고 있다. 하기야 화면이 제법 큰 핸드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티비 드라마를 보거나 축구를 시청하는 사람도 있다. 집에서도 모자라 밖에 나와서도 티비에 눈을 박고 있다. 사람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는 것 같다. 뭔가 손에 들고 있지 않거나 가만히 앉아 있으면 불안한 것 같다.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책을 읽다가 머리가 아프면 책을 무릎위에 내려놓고 눈을 감고 쉬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데, 남편과 함께 있으니 둘이 나란히 앉아 책 읽고 이야기해서 좋은 날이다.

그런데 빈 자리가 맞은편에 하나 있어 어쩔 수 없이 우린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내가 앉은 자리 양쪽엔 젊은 아가씨들이 앉았는데 오른쪽, 왼쪽 붙어 앉은 젊은 아가씨들은 곱게 화장하고 잘 차려입은 모습이다. 가만 보니 둘 다 끊임없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열중하고 있어 뭘 하나 살짝 보니 둘 다 열심히 오락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하철 풍경... 가끔은 오락게임보다 책 읽는 사람들을 더 많이 보는 날도 있다...흐뭇~
지하철 풍경...가끔은 오락게임보다 책 읽는 사람들을 더 많이 보는 날도 있다...흐뭇~ ⓒ 이명화

퓽퓽~소리까지 내면서 오락게임을 하고 있던 왼쪽 편 아가씨가 잠시 오락하는 걸 멈추고 어딘가 전화를 하는가싶더니 약 1,2분 동안 큰 소리로 떠들었다. 객실 안에는 가끔 덜컹거리는 소리와 아가씨 목소리만 크게 울려 퍼졌다. 다시 전화를 끊고 오락게임을 시작하였다. 뿅~뿅~퓽퓽~ 소리를 켜고 옆에 앞에 누가 있어도 아랑곳없이 오락게임에 열중 그 자체였다.

나는 가만히 옆얼굴을 쳐다보았다. 20대 초반은 넘어선 적어도 20대 중후반은 되었을 것 같은 얼굴이었다. 내 오른쪽 아가씨도 아주 진지하고 골똘한 표정으로 오락게임을 하고 있었다. 표정과 오락게임이 안 어울린다고 생각할 만큼 조금은 지적으로 보이는 얼굴에 오락게임이라...한참을 핸드폰으로 오락게임을 즐기던 이 아가씨가 일어났다.

내릴 참인가보다. 한 손엔 핸드폰, 한손엔 롯데백화점 쇼핑가방 여러 개가 들려있었다. 나는 잠시 주변을 살펴보았다. 내 옆에 뿐 아니라 맞은편 좌석, 바로 남편 옆에 앉은 중년의 남자와 젊은 아가씨, 그리고 4, 50대는 될 듯한 아줌마, 저쪽 맞은편 쪽 청년, 모두가 핸드폰을 손에 쥐고 뭔가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중년 여자는 어디에 문자를 보내고 받고 하는지 혼자 히죽히죽 웃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추레한 모습의 중년 남자는 내릴 때까지 핸드폰에 코를 박고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오락게임에 몰입해 있었다. 이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재미없고 권태롭고 씁쓸한 것이라는 듯 딱딱하게 굳어있는 얼굴이다. 모두가 절망적으로 생의 구원의 밧줄인양, 이것 없으면 어떤 재미도 없다는 듯한 표정, 권태롭고 냉소에 차 있는 표정들이었다.

사람들은 핸드폰을 손에 쥐고 저마다 열중하고 있었다. 핸드폰에 홀린 사람들 같았다. 모두가 미쳐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혼자 생각했다.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이 있는지 대충 생각해 보았다. 우선 가장 기초적인 기능인 전화 걸고 받기, 문자, 티비, 영화, 은행업무, 사진 찍기, 동영상, 게임 다운받아 게임 즐기기, 음악 다운받아 듣기, 화상채팅(안되는 것도 있다)이 있다.

그밖에도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대부분을 이동식 미니컴퓨터도 할 수 있으며, 전화번호부저장, 전자수첩, 음성녹음, 알람, 시계, 위치추적, 사전 등등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화주고받기와 문자 왕래, 알람 등 간단한 기능만 사용하지만 젊은이들은 그 다양 복잡한 기능들을 아주 가볍게 즐기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휴대폰은 언제나 손에 붙은 듯 들려져 있다. 언제나 책을 가방에 넣어 다니면서 틈틈이 독서하는 풍경은 보기가 드물다. 현대인들은 온갖 소리들에 노출되어 있다. 늘 시끄러운 소음과 번다한 도심 속에서 지내다보니 홀로 있는 시간, 그 적요와 고요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유익하게 즐기지 못하게 된 것 같다. 오히려 주어진 고요한 시간을 불안해한다. 홀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성찰하지 않으니 깊이가 없고 부박하다.

깊이의 부재다. 핸드폰을 이유 없이 만지작거리는 것은 어떤 심리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내게도 핸드폰이 있다. 기본요금이 1만 원인데도 딱히 전화 올 곳도 많이 없고 집전화로도 연락이 가능할 때가 대부분이지만 핸드폰이 없으면 허전하다. 마치 소통의 장이 막힌 것처럼 부자유한 느낌이다.

때때로 가까운 곳에 휴대폰 대리점이 있는데도 요금 내러 가는 걸음이 게을러 한꺼번에 납부할 때가 종종 있다. 딱히 전화할 곳도 별로 없고, 외출이 잦은 것도 아니고, 크게 불편할 것도 없건만, 발신정지 상태를 며칠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개통하고 만다.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며 불안해한다. 혹시 내가 밖에 나갔을 때 급히 연락할 일이 생겼을 때 전화를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면 어떡하지?!

막연히 불안해지고 마침내 휴대폰 대리점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안심한다. 갑자기 소통의 창이 활짝 열리는 것 같다. 나도 어느새 핸드폰 없인 불편한 인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길들여진 것이다. 핸드폰은 이렇게 현대인들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 아니라 꼭 있어야 하는 필수품인양 없으면 사람들은 쩔쩔맨다.

책 읽는 풍경 그립다

지하철 풍경... 독서삼매경...아름답다...
지하철 풍경...독서삼매경...아름답다... ⓒ 이명화

가끔은 전철을 타고 가다가 책 읽는 풍경을 볼 때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책을 안 읽는 민족, 독서에 할애하는 시간이 세계 최하위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드물게 책 읽는 풍경을 보노라면 마음이 흐뭇해진다. 통계에 의하면 한국인이 한 달에 읽는 책은 평균 1.2권으로 그나마 월간지가 대부분이고 아프리카 소말리아 수준이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발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국내총생산(G에)대비 출판 산업 비중은 0.42%로 OECD국가 중 7위였다'고 한다. 하지만 인구 10만 명망 신간 발행종수는 74.2로 OECD국가 중 16위로 떨어지고 인구 10만 명당 서점수도 4.9개에 불과해 19위로 쳐진다는 것이다.

서점 풍경... 책 읽는 모습이 아름답다...
서점 풍경...책 읽는 모습이 아름답다... ⓒ 이명화

출판계 어려움도 지속돼 업계가 몰려있는 서울 출판사 수는 2000년도 1만 630여개에서 2006년에는 1만 3840여개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아시아투데이 2009.10.6참고)고 한다. 내가 사는 양산에 있는 서점을 둘러보면 책이 적어 자주 발걸음 해 지지 않는다. 주로 학생들 참고서 종류가 많고 책이 적어 아쉽다.

투자한 만큼의 수익이 없기 때문이고 수입과 공급이 활발하지 않은 까닭이리라. 기독교서점이라는 곳도 가 보았더니 구멍가게 수준이어서 부산까지 나간다. 공공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책이 있어도 책이 없는 것 같고 책이 적어 책이 고프다.  안중근은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고 했다.

R.D베리는 "그대(책)는 생명의 나무요, 사방으로 뻗은 낙원의 강이다. 그대에 의해 인간의 마음은 자라고 지성의 갈증은 해갈되며 마침내는 무화과나무에 열매를 맺게 한다."고 했다. 책 읽는 모습이 그립다. 희끗희끗 반백의 머리에 주름진 얼굴로 인생의 저녁놀이 물드는 노인이 벤치에 앉아 책을 읽으며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목젖이 보이도록 웃음 가득한 학생들 손에 책이 들려져 있는 모습, 열중해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그립다. 바쁜 일상 속에서 틈틈이 설거지하던 손, 바삐 일하던 손을 놓고 망중한을 즐기며 물기 닦으며 책을 펼쳐드는 주부들이 모습이 그립다. 직장 생활, 그 비좁은 틈바구니에서 때때로 책을 펼쳐드는 가장들의 모습이 그립다.

지하철 탄 풍경 속에서 오락을 하고 티비를 시청하고 인터넷을 접속하는 젊은이들보다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그립다. 가정 가정마다 아이들의 까르르 웃는 웃음소리와 책 읽는 소리 들려오는 그런 풍경이 아쉽다. 어린 아이로부터 청소년과 젊은이들, 그리고 어른들...모두가 시간의 여백을 내어 독서하는 모습이 그립다. 독서로 깊어진 맑고 선한 눈빛을 보고 싶다.


#지하철#책읽기#오락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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