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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의 모든 삶이 지극히 소중한 것이며 하나의 축제임을 다시 알아들으며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으로 기도하게 됩니다."(이해인).
"지금 여기의 일상을 하나하나 나의 삶으로 끌어내지 못하며 사는 내 어깨를 툭툭 치는 것 같아 사실은 그 편지가 불편하다."(박두규).

사진과 시․산문이 담겨 있는 김유철 시인의 자전적 앨범 <그림자 숨소리>(리북 간)를 이해인 수녀와 박두규 시인이 소개하고 있다. 시 90편과 산문 20편, 그리고 그것들과 어울린 직접 찍은 사진들이 실여 있는 책이다.

 김유철 시인의 <그림자 숨소리> 표지.
김유철 시인의 <그림자 숨소리> 표지. ⓒ 윤성효
김유철 시인은 생명평화활동가이면서 언론시민운동가다. 생명평화결사 운영위원과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 "20대 후반 천주교 수도자의 길을 걸으며 아름다운 벙어리로 지냈다"며 "현재는 언론개혁, 민족화해, 생명평화를 꿈꾼다"고 밝혔다.

<그림자 숨소리>는 성찰이 길어 올린 단단한 삶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사진과 글은 부지런히 걷는 수행자의 지극한 영성의 노래로 보이거나 읽힌다. 지천명을 앞두고 한올 한올 땋은 그 많던 생각들을 매듭지어 놓았다.

사진도 좋다. 웬만한 사진작가의 작품으로 쳐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자연뿐만 아니라 동물도 카메라에 담겼고, 도시민들도 사진 속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사진은 어디에서 찍었는지를 함께 설명해 놓고, 그 옆에 사진을 찍으면서 얻었던 영감을 시로 써 놓았다.

창원 봉림산 길상사 대웅전에서 창살문을 열어 놓고 바깥 풍경을 찍은 사진에다 그 옆에는 "열다"라는 시를 생산해 놓았다.

"새로움에/기다림을 열다//바람이 친다/고스란히 앉았다//푸르름에/설레임을 열다//바람이 잔다/도로 앉았다/참/맑다"(시 "열다" 전문).

똑같은 '아름다움'을 시인은 글로, 화가는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김유철 시인의 시와 사진을 보면, 아름다움을 시와 사진으로 같이 표현해 놓은 것 같다.

생명평화결사의 순례 길에 걸었던 발을, 양말을 벗은 채 찍은 사진이 있다. 그 옆에는 "그대의 발"이라는 제목의 시가 적혀 있다. 시인은 그 발을 보고 '종철의 발'과 '한열의 발'로도 여겼고, '대추리를 떠나던 김씨의 발'과 '새만금을 뒤로 하던 이씨의 발'로 보았다. 그러면서 "웃음만한, 꼭 웃음만한/눈물을 안고 사는 그대의 발이/여기 있었군요"라고 노래했다.

"빗질에 햇살이 날린다/먼 산 둥근 해 품은 푸른빛을/싸리 빗자루 온 몸 공양에/햇살이 날린다//그대/그림자를 눕히는 받침자리는 어딘가/나는/빗질 스쳐간 사랑 위에 눕는다//결국 사랑이다"(시 "쓸다"의 부분).

시인은 '시선 멈춤'이 남다른 사람들이다. 아니 '시선의 힘'을 만들고 전이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무심히 흘러 보내는 일상의 어느 순간, 그들은 한없이 여유롭게 멈춰 선다. 그리고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길어 올린다.

유별나게 김유철 시인의 시선의 멈춤은 따뜻하고 안으로 향하고 그리고 너머를 보여주는 탁월한 힘을 가지고 있다. 꽃피우고 침묵하는 난처럼 잔잔하면서 힘찬 향기들이다. 그 시선들을 공감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행복이다.

그림자에도 받침자리가 있을 것이라 그는 믿는다. 그 확장된 존재들, 우리 삶의 너머에 대한 인식은 그것을 떠 받쳐주는 또 다른 희생과 근거를 보여주는데 까지 상승하고 전진한다.

그 받침자리는 "그것은 어둠을 지우고/흙 속의 온기를 일으키려/거듭거듭 햇살을 쓴" 노승이나 동승의 빗자루질 사랑으로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숭고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고, 추상만으로는 더 더욱 부족한 것이고, "몸 공양"같은 노동이 있어야 한다. 결국 그것은 그렇게 지금 여기서 만들어지는 사랑인 것이다.

"줄여라/줄여라/네 일 년을 한 문장으로/네 평생을 한 단어로/뺄 것은 빼고/너 아닌 것은 흘리고/(중략)/줄여라/조려라/그대가 남을 때까지"(시 "압축" 부분).

해질녘 두 사람의 길게 생긴 그림자 사진을 찍어 놓고, 거기에 "그림자 드리우다"는 제목의 시를 써놓았다.

"네가 나라면/내가 너라면/해질녘 스멀스멀 길어지는/그림자 저것은 무엇인가/(중략)/남작한 그림자 설레임 속에/해질녘 그리움이 더 납작이 드리운다/스며든다."

이해인 시인은 "아프고 힘들고 서러운 이야기들조차 따뜻하고 정겨운 필치로 그려내는 작가의 글 솜씨는 읽을 적마다 새로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고, 박두규 시인은 "이 책을 곁에 두고 있으면 늘 내 어깨를 툭툭 치는 방향을 잘 잡으라는 전언이 들릴 게 아닌가. 참 고마운 일이다"는 소감을 내놓았다.

김유철 시인은 21일 오후 3시 창원 성산종합복지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김유철 시인#그림자 숨소리#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생명평화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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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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