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운좋게도 26년된 포니 픽업을 본 적이 있었다. 1975년 현대자동차가 처음 출시하고 1990년 단종될 때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이제는 보기 힘든 풍경이 된 포니. 초등학교 때 읍내에 나가야 한 두대 볼 수 있었던 포니는 중학교에 들어간 후에 대부분 영업용 택시가 포니로 바뀌었고 스텔라가 나올 때까지 최고의 차로 손꼽혔었다.
30년이 훌쩍 넘은 지금 친구와 20일 강원도 고성에서 열린 명태축제 구경을 갔다 우연히 다시 보게 된 노란색 포니는 반갑기 그지없었다. 새차를 산지 26년이 되었다는 포니 픽업 차주는 단종된 후 부품을 구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애로점이라고 했다. 차주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사진을 찍자 하나 둘 모여든 동네 사람들이 한 마디씩 거든다.
"이집 주인 참 대단한 사람이야....외형은 낡았지만 그래도 아직 잘 나가는 것을 보면 정말 신기해..."폐차가 되기 전에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칠하고 군데군데 때운 자리가 눈에 보였지만 뒷부분엔 브레이크등과 방향지시등이 제대로 붙어 있다.
이번에 큰맘 먹고 자동차 타이어를 바꾸었다며 타이어를 보여주는 아저씨......차를 끌면서 아직도 부품을 구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쉬운 것이 타이어라며 껄껄 웃었다.
왼쪽의 방향지시등이 깨진 이유는 서있는 차량을 아주머니가 들이받아서라고. 원래 금이 조금 가 있었지만 속전구가 완전히 드러나도록 깨어진 방향지시등....화가 났지만 같은 지역에 사는데다 "무조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는 아주머니에게 차마 고쳐놓으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오른쪽 방향지시등 역시 다른 차에 받힌 것이라고 한다. 부품을 교환하지 못해 그대로 두었지만 불은 잘 들어온다고 했다. 다만 뚜껑이 없다보니 전구가 자주 나가 불편하다고 한다.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로 자재나 부품을 실으러 창고로 가거나 배달을 할 때는 포니 픽업이 제격이라는 아저씨....가는 곳마다 눈에 확 띄어 가게 홍보도 저절로 될 것 같았다.
운전석 옆 문고리는 사라지고 대신 끈이 늘어져 있었다. 차문을 걸어놓지 않아 끈을 잡고 열어보았다. 꿈쩍도 하지 않는다. 요령 없이는 절대 열지 못한다며 손으로 금새 문을 열어 젖히는 아저씨...
뒷트렁크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뒷유리창에 금이 간 것은 접착제로 붙였고 부식이 심해 뚫린 곳은 함석으로 덧대고 또 여기저기 실리콘을 바른 흔적이 많았다. 아마도 바닷가라서 부식된 곳을 방지하기 위해서 궁여지책으로 처방해놓은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아저씨 정말 이 차가 잘 나갑니까?"그냥 씩 웃으며 가게로 들어가던 아저씨 마침 손님이 배달해달라는 물건이 있었다는 듯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진 영하의 날씨인데도 단박에 시동이 걸렸다. 잠시 후 깜박이를 틀며 시내를 빠져나가는 노란 포니 픽업.......정말 잘 나갔다.
여기저기 망가진 곳도 많고 또 붙이고 때우고 메운 곳도 많아 볼품없지만 그래도 26년간 자신의 수족처럼 움직여준 포니가 고맙다는 아저씨....그 자부심만큼이나 오래오래 함께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