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이 파죽지세로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인권을 무너뜨리고 있다. 하지만 맞설 세력과 정책, 대안이 현재 부재하다. 국민을 설득하고 갈 세력, 정책과 대안을 찾아야 한다."
20일 저녁 6시 서울 중구 뉴 국제호텔 1층 뷔페레스토랑에서 열린 '2009년 언론광장(상임대표 김중배) 송년회 밤' 행사에서 초청강연을 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강조한 말이다.
이날 박 상임이사는 '시민운동의 반성과 전망'이란 주제로 강연을 시작했다. 먼저 민주당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다.
그는 "국회의석 1/3도 안된 세력으로 몇 번의 투쟁을 거치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한계도 있다. 지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3:2로 이겼다고 자축을 하고 있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면서 "안산이 후보 단일화되면 양산도 단일화할 준비가 돼 있었데, 민주당이 안산 여론조사 결과 단일화 안 해도 이길 것으로 판단해 무산됐다. 만약 안산이 단일화가 됐다면 양산도 후보단일화가 됐을 것이고 당선 가능성도 있었다. 안산과 양산에서 후보 단일화가 됐다면 한 석을 넘어서는 엄청난 정치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박 상임이사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정책과 전략 그리고 대안을 갖고 단일화된 좋은 후보를 찾아 한나라당과 맞서야 한다면서 이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은 관심과 열정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이 임기가 가까워질수록 위기에 봉착될 것이 분명하다"면서 "그 예로 자기에 충성스러운 인사정책, 무리한 공권력 사용 등이 그 징후이다. 권력은 한번 레임덕이 찾아오거나 무너지게 되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다"라고 말했다.
특히 박 상임이사는 이명박 정부가 자신을 고소한 사건에 대해 잠시 언급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저 같은 사람을 건드리지 않아도 통치가 가능하다"면서 "아마 광우병 촛불시위를 거치면서 냉온탕을 오가는 기분이 들어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이렇게 까지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냉온탕을 오가는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지금은 권력의 힘을 이용해 파죽지세하고 있으나, 이에 저항하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세력은 없다."
특히 그는 개인 및 시민사회에 대한 국정원 사찰이 심각할 정도라고 우려를 표했다.
"개인은 물론 시민사회 전반에 걸쳐 국정원의 사찰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평소 친하게 지낸 시민사회단체 사람들이 자기도 사찰을 당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친하게 지낸 사람들까지도 진술서를 써달라고 하면 써주지 못한 상황이다. 공포라는 것이 심각하게 남아 있는 것을 새삼 느꼈다. 동시에 시민사회 기반이 정권의 광폭질주에 허약함과 역부족이라는 것을 느꼈다." 현재도 국정원 직원들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시민사회가 무너지고 활동력을 회복하지 못한 것은 바닥, 뿌리, 풀뿌리 등 지역에서 조직과 시민들의 동력을 살려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지역 주민들이 특정 정파나 보스에 의해 후보를 뽑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렇게 하려면 풀뿌리운동, 지역공동체운동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명박 정권에서 어려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지만, 지난 진보정권 10년에서 시민사회단체 활동에 대한 성찰을 하는 계기이고, 도약의 기회로 삼으면 된다. 새롭게 개척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난 세월과 현재 모습을 성찰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야한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 시민사회의 위기를 절호의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그와 시민사회가 주도해 출범시킨 '희망과 대안'의 역할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최소한의 지속가능한 '희망과 대안'을 고민하다가 '희망과 대안'을 출범시켰다. 연합정치, 내년 지방선거 등 이후 민주당을 포함한 단일화된 선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지난 낙선운동은 약간 문제점이 있었으나 외부적 표면적 효과는 상당히 엄청났다. 서울지역 낙선후보가 100% 떨어졌다. 선거판도외 정치지형을 바꾸는 데 한몫했다. 하지만 근본적 구조적으로 정치변화를 일으키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낙선운동보다 당선운동을 고민하고 있다."
이날 참석한 한 회원이 '정당 후보로 정치에 뛰어들 의사가 있느냐'라는 질문에 "좋은 후보에게 정책을 제공하고 도와줄 수는 있지만 직접 정치에 참여할 의사는 고민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특정 정당에 가입하라든지, 공직 후보에 나가라는 얘기들이 지금 나를 너무 괴롭히고 있다. 고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생각 중이다. 그 핵심에 정치가 있는 것은 알지만, 지금 정치에 나가 장애물을 없앤다는 것은 엄두도 나지 않는다. 정치는 지금까지의 나의 일과 전혀 다른 일이다. 지금 정치권에 좋은 분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민사회 안에서 정치가 좋아지도록 하는 일은 해야 하지만, 정치에 올인 할 것인가는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한편, 이날 초청 강연에 앞서 인사말을 한 김중배 언론광장 상임대표는 "이명박 정권의 인권 유린과 민주주의 말살이 심각한 지경"이라면서 "오랫동안 시민사회운동을 열심히 해온 박원순 변호사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 언론광장 '2009 송년의 밤' 초청강연회는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의 사회로 진행됐다. 김중배 언론광장 상임대표와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김학천 열린미디어연구소장,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신학림 전언론노조위원장과 현상윤 수석부위원장, 권미혁 여성민우회회장, 김주언 전언론재단 이사, 이창은 인터넷 <대자보> 편집국장 등 전․현직 언론인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