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골에 가면 거의 대부분의 면 지역은 초등학교가 하나 정도만 남고 60년대에 베이붐 세대를 수용하기 위해 세워졌던 면소재지 이외의 리 소재지에 있던 학교들이 거의가 폐교가 되고 말았다.
그리하여 시골 출신들은 자기의 정신적 고향인 모교가 없어져 버린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자기의 모교가 없다보니, 선후배의 정을 잊어가고 이젠 선배는 있을망정 후배가 없어 선후배의 정을 모르는 불행한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폐교가 되어 버린 학교가 폐교의 한을 안고 뭉쳐서 더욱 멋지게 선후배의 정을 나누면서 똘똘 뭉쳐서 엄청난 일들을 해내고 있는 학교가 있어서 전국 방방곡곡의 폐교들에게 모범 사례가 될만하여 소개한다.
전라남도 보성군 득량서초등학교 총동문회가 그런 활동을 하고 있다.
득량서초등학교는 1956년 득량초등학교 마천분실로 개교를 하여서, 1959년 제 1회 졸업생을 내기 시작하여 1997년 제39회 졸업생을 끝으로 총 2589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폐교가 된 학교이다.
이 학교가 폐교가 된 지 7년이 지난 2004년 12월 8일 13회 졸업생인 김여래 회원이 처음으로 [득량서교]라는 이름으로 <다음>에 카페를 개설하게 되었다. 대부분이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겪고 있던 동문들은 어느새 입소문으로 카페에 등록을 하면서 총동문회의 알림방 노릇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동문들이 모이기 시작한 카페는 어느덧 1주년을 맞이할 무렵에는 약 1000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각 기별 모임까지 만드는 등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졌다. 너무 반가운 동문들은 서울에서 카페 개설 1주년 기념 모임을 갖고 체육활동과 친목활동을 하게 된다. 이 때 참석 회원이 500여 명이나 되었고, 심지어는 나이 드신 부모님들까지 모시고 나와서 정말 향우회보다 더 따뜻하고 애교심이 넘쳐 나는 행사를 치렀다.
이렇게 뭉친 동문회는 점차 활성화되면서 몇 가지 사업을 벌이기 시작하였다. 맨 먼저 고향을 지키고 계시는 부모님들을 위한 경로잔치를 여는 것이었다. 서울 등 도시에서 생활하는 동문들이 모여서 고향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경로잔치를 열어 드리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2005년 카페 개설 이후에는 카페를 중심으로 연락을 하고 준비를 하여서 매년 그 잔치가 더욱 멋지게 그리고 참석인원이 더 많아져서 정말 고향을 그리는 잔치로 조금도 손색이 없는 멋진 잔치를 열고 있다. 물론 해마다 각 기별로 얼마씩 염출을 하기도 하고 기부금도 받아서 운영을 하는 경로잔치는 군내에서 가장 큰 잔치가 되었고, 모든 마을에서 부러워하는 멋진 행사로 창송을 받고 있다.
다음으로 이렇게 뭉친 동문의 힘으로 모교의 부지를 매입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물론 동문의 힘으로 그 많은 금액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매입을 해서 어떻게 운용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이론이 많아서 쉽지는 않다. 그러나 일단 모금 활동이 이루어져서 상당액수가 저축이 되어 있다. 또한 매각을 하려고 공고를 한 교육청에 진정을 하여서 매각을 중지시키고 동문회에서 매입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계속 모금을 벌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국회 입법과정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 [폐교부지 반환법]의 제정을 지원하고 적극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아낌없는 지원도 하고 있다.
사실 이 무렵에 개교한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학교들은 학교 부지는 물론 건축공사도 주민들의 [울력]으로 이루어진 곳이 많다. 이 무렵 베이비붐 세대들의 갑작스런 인구 증가로 인하여 학교에서 수용능력은 부족하지만, 국가에서 모두 학교를 지어줄 만한 경제적 능력이 없었다. 그리하여서 어느 지역에서나 지역 유지인 개인이나 지방에서 거출하여 마련한 학교 부지를 준비한 곳에 먼저 학교를 지어 주었다. 내 고장에 내 자녀들이 배울 학교를 짓는다는 즐거움에 가난하고 배고픈 시절이었지만,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벽돌을 찍기도 하고 흙을 이겨서 담을 발라가면서 학교를 지었었다.
그런데 이 학교가 폐교가 되자 이제 국가 재산이므로 매각하여 교육재정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폐교가 된 지역에서는 당장 학교도 없는데 그 예산을 어디에다 쓴다는 말인가? 그래서 폐교 지역 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결국은 처음 학교를 지을 때에 기부한 땅이나 그 뒤로 주민부담으로 사들이 학교부지 등을 국가에 고스란히 빼앗긴 꼴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폐교 부지 반환을 요청하면서 한편으로는 부지 매입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활발한 활동을 하는 다음카페 [득량서교]는 2589명의 전체 졸업생 중에서 현재 2407여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이것은 전체 졸업생의 92.97%라는 엄청난 비율로 현재 생존해 있는 전체 졸업생의 대부분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득량서교총동문회는 오는 28일에는 고향인 보성에서 총동문회 행사를 하기로 한다고 한다. 폐교가 된 학교를 이용할 수 없어서 보성군실내체육관을 이용하여서 총동문회 체육대회 겸 총동문회 총회를 갖기로 한 것이다.
벌써 서울에서 각 기별로 버스 한대씩을 예약을 하고 다른 기수보다 적게 참석할까 봐 동기생들을 독려하고 설득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하는가 하면 친한 사람들 끼리 팀으로 묶어서 참석을 독려하기도 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서울포스트 및 개인블로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