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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23일 아프가니스탄 남부 칼라이 나우 지역에서 탈레반의 로켓포 공격이 있은 후 미 해병대가 수색작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9월 23일 아프가니스탄 남부 칼라이 나우 지역에서 탈레반의 로켓포 공격이 있은 후 미 해병대가 수색작전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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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0일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안정화와 재건을 위한 지방재건팀(PRT)과 이를 보호할 군 병력을 포함한 수백 명 규모의 아프간 재파병을 결정했다. 이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교전이나 전투가 있을 수 있다"며 인명손실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번 아프간 재파병은 지난 2007년 말 한국군이 아프간에서 완전 철수했을 때까지의 주둔 상황과는 달리, 아프간 전역에서 탈레반의 영향력이 우세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탈레반과의 무력 충돌 가능성과 이에 따른 인명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10월 28일에는 수도 카불에 있는 유엔 직원 숙소가 탈레반의 공격을 받아 1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정도로 치안이 극도로 불안한 상황이다.

한국 언론의 현지 취재가 불가능한 지금, 아프간 현지를 취재한 언론인들은 이번 재파병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오마이뉴스>는 여러 차례 아프간 현지 취재 경험이 있는 조성수 <아트라스 프레스> 사진 기자, 김영미 국제분쟁 취재 프리랜서 PD, 태상호 <월간 플래툰> 기자를 만나 아프간의 최근 상황과 재파병에 따르는 문제점 들을 들어보았다.

"아프간 전체에 안전한 곳이란 있을 수 없다"

 아프간에서 작전 중인 미 해병대원
 아프간에서 작전 중인 미 해병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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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조성수 기자는 파병의 명분이 없다며 날카롭게 비판했다.

"정부에서는 국제적 기여를 명분으로 재파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이 있어야 한다. 무작정 세계와 담을 쌓고 가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전쟁을 치르지 않았다면 아프간에 왜 가겠는가? 국민 입장에서는 적어도 저 전쟁에 우리가 참여해서 도와주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들이 내 자식이 죽었을 때 슬퍼할 준비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단순히 아프간 재건을 한다고 병력을 보내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영미 PD는 '재파병 문제는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말했다.

"최근 아프간 주둔 미군 맥크리스털 사령관이 4만 명의 병력이 더 필요하다고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추가 파병을 요청했는데, 미국 본토에서 그 많은 병력을 뺄 수 있나? 당연히 미국 정부 입장에선 주한미군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지난번 한국에 배치되어 있던 아파치 헬기 대대 철수 건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그건 우리 정부 입장에선 굉장한 타격으로 생각할 수 있다. 미국은 언제든 한국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 시급한 것은 정부가 국민을 납득시키고 설득하는 과정이다."

정부가 재파병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아프간의 지방재건계획(PRT)에 대해 김 PD와 조 기자는 실효성 측면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아프간 주민의 가장 큰 문제는 빈곤이다. 학교를 지어준다 해도 책이나 연필이 없다. 우리 생각에는 학교 건물 지어주면 나머지는 알아서 하겠지 하는데, 그건 우리 생각이다. 도로 닦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안 받는 것보다는 받는 것이 좋으니 고개는 끄덕거리겠지만, 대부분 차가 없는 사람들이 도로를 만들어주는 것에 대해 고마움이 있겠나? 아프간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내가 느낀 첫 감상이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로 왔구나 하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선덕여왕 시절에 미군들이 갑자기 나타나 아스팔트로 길 닦아 준다는 격인데, 자동차도 없는 서라벌에 자동찻길이 생긴다고 사람들이 고마워하겠나?" (김영미 PD)

"정부가 이야기하는 독자적 PRT는 특정지역의 치안과 개발을 모두 책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현지의 치안 사정이 극도로 불안하게 변하면서 한국보다 먼저 PRT를 운영했던 나라들이 그들의 프로그램이 끝난 후 더 이상의 PRT 사업을 벌이지 않고 있다. 이것은 PRT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현실적으로도 치안사정이 나빠지면서 PRT를 운영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말한다." (조성수 기자)

한국군의 재파병지로 거론되고 있는 파르완주에 대해서는 세 명의 언론인 모두 '아프간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이라는 평가를 하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지역은 우르즈칸·칸다하르·헬만 등의 남부지역과 파키스탄과 국경을 이루고 있는 동부지역이다. 하지만 비교적 안전한 북부 5개 주의 작전을 맡고 있는 독일군이 최근 탈레반과 교전이 늘어나면서 34명의 전사자를 낸 점도 우리가 주시해야 한다." (태상호 기자)

"정부에서 나름대로 안전한 곳을 고르려고 고심을 했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 처음에 검토되었던 지역들은 굉장히 작전을 수행하기에 힘든 곳이다. 파르완이 그곳들에 비해 안전한 곳이 맞긴 한데, 외교부에서 말하듯 그곳에 사는 타지크계 주민들이 탈레반에 반발하는 것은 아니다. 2005년 5월에 카불에서 일어났던 대규모 반미시위를 계기로 파르완 지역에서도 종족을 떠나서 미군을 '공공의 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생겨났다고 알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프간 전체에서 안전한 곳이란 있을 수 없다." (김영미 PD)

"지금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제대로 통치할 수 있는 곳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에도 그의 통치력이 수도밖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카불 대통령'이라고 불렸다. 지금은 카불의 치안상태도 우려할 수준이고 미군에 대한 공격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들의 동맹군으로 나타난 한국군을 주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조성수 기자)

"주민과 구분되지 않는 탈레반을 무슨 수로 이길 수 있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태상호 기자 그는 2006년 미 제 10 산악사단의 민사작전을 동행 취재했다(앞 줄 좌측에서 세 번째).
▲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태상호 기자 그는 2006년 미 제 10 산악사단의 민사작전을 동행 취재했다(앞 줄 좌측에서 세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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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PD와 태 기자는 최근 정부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여단급(2000명)으로의 파병군 규모 확대가 현실적으로 인명 손실을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군사전문가들은 대부분 동의할 테지만 사실 300명 규모의 군대로 할 수 있는 작전은 없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 있고, 주민과 탈레반이 구분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 정도 규모로는 자체 방어를 하기에도 급급할 수 밖에 없다. 미군도 탈레반 세력들이 도로에 매설해 놓은 폭발물 때문에 피해가 커지니 헬리콥터를 투입할 수밖에 없는데, 자기들 전투하기도 바쁜 상황에 동맹국이 요청한다고 지원하겠는가? 재파병이 기정사실화 되었다면 정부로서는 안전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김영미 PD)

"정부에서 얘기하는 280명 선 가지고는 PRT 호위도 불가능하다. 그 정도의 병력을 파르완주에 뿌려 놓는다면 작전이 불가능할 뿐더러 당장 최우선 순위의 타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민사작전을 수행하는 작전도로 위주로 전투공병이 폭발물을 수색하고, 도로의 안전을 확보 유지해야만 PRT 사업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280명의 경무장한 병력이라면 해병대나 특전사 병력이라고 해도 탈레반과 무장 수준이 동일하다는 얘긴데, 이런 상황에서는 지역사정에 밝고 지형지물에 익숙한 탈레반의 공격을 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태상호 기자)

아프간의 전황이 최근 들어 악화되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세 명의 견해가 모두 일치했다.

"사상자 발생 추세를 보면 전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다. 아프간에서는 미군과 캐나다군이 거의 매일 죽어가고 있다. 요즘 들어오는 외신 사진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전에는 양귀비 밭에서 어린이들이 노는 사진도 볼 수 있었지만 지금 들어오는 사진들은 다 전투 장면, 그 속에서 공포에 질린 미군들의 모습이다. 주민과 구분되지 않는 탈레반을 무슨 수로 이길 수 있겠는가?" (조성수 기자)

"이번 파병은 베트남전을 제외하고는 가장 위험도가 높은 파병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어느 지역으로 간다고 해도 (쿠르드 지역이었던) 이라크 아르빌만큼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이 점은 이미 국방부 장관의 발언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파병을 해야 하는 국방부 장관조차 이번 파병은 불가피한 교전을 할 수 있다는 발언을 이미 했다는 것 자체가 우리 병력이 직면하게 될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태상호 기자)

"아프간에선 전투·비전투 병력을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탈레반 세력은 한국군을 '자기들의 땅에 들어온 이교도 군인'으로 규정할 것이다. 아프간은 민간인도 자기 목숨이 위태로우면 총을 쏠 수밖에 없는 곳이다. 그런데 총을 든 군인이 가는데, 공격 받는 순간에 정치적인 임무를 계산할 수 있는가? 그리고 공격이 들어오는 상황에서는 방어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군인의 임무다. 당연히 언제 어디서든 전투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김영미 PD)

 지난 9월 21일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주 칸 네쉰 지역을 미 해병대가 정찰하고 있다.
 지난 9월 21일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주 칸 네쉰 지역을 미 해병대가 정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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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현지에서 한국군의 안전을 가장 위협할 요소로는 최근 맹위를 떨치고 있는 급조폭발물(IED) 공격을 꼽는 데 이견이 없었다. 현재 미군과 동맹군 사상자의 절반 이상이 탈레반의 급조폭발물 공격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지 밖은 다 이 급조폭발물로 덮여 있다고 보면 된다. 탈레반 세력들은 아주 경제적인 방법으로 이 폭발물들을 매설해 놓고 미군들과 동맹군을 기다린다. 보기에는 대단치 않은 것 같지만, 이 폭발물이 중무장한 미군 M-1 전차를 관통하는 것을 이라크에서 목격한 적도 있다. 미군들이 도로를 아스팔트로 포장하려는 것도 현실적으로 급조폭발물 매설 장소를 없애려는 이유를 무시하지 못한다. 또 기지 안이라고 해도 안심하지 못한다. 탈레반 세력은 박격포 등을 이용해 기지 안에 공격을 가해온다. 이런 점들을 보면 경계임무라는 것이 아프간에서는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 말인가를 잘 알 수 있다." (김영미 PD)

"미군은 아프가니스탄과 비슷한 지형에서 비슷한 토양의 땅에서 (급조폭발물을 발견하는) 훈련을 진행시킨다. 한국의 경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한국 내에서 파병 훈련을 실시할 것이고 훈련을 진행 시키는 병력 역시 실 전장에서 IED를 보거나 처리해본 경험이 없는 병력일 것이다. 즉 전쟁터에는 갔지만 전투 경험이 없는 교관들이 훈련을 시킨다는 문제점을 낳게 된다. 지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파병에서 한 번의 전투 경험 없이 모든 병력이 무사히 돌아온 점이 행운이었다면 이번엔 그 행운으로 인해 실제 전투 경험이 전무 하다는 문제점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태상호 기자)

지난 2007년 샘물교회 선교팀을 납치했던 탈레반은 한국이 추가 파병을 시도한다면 또 다른 한국인들이 위험에 빠질 것이란 경고한 바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정부의 아프간 재파병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아프간전의 수렁 속에서 빠져나오려는 명분을 찾고 있는 가운데 결정된 것이어서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조성수 기자는 아프간에서 파병 한국군이 부딪치게 될 문제를 이렇게 정리했다.

"사실상 적진으로 군대를 보내는 것인데, 그곳이 상대적으로 안전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따지는 것은 별 의미 없는 일이다. 지금 당장이야 정세가 미군을 따라가야 할지 모르지만 아프간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샘물교회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2명의 한국인이 죽었다. 자신들을 도우러 온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왜 죽이겠는가?"


#아프간 재파병#김영미#태상호#조성수#P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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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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