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어머니를 모시고 가족 모두 외식을 했습니다.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느라 잠시 지체한 다음 밖으로 나오는데, 현관 바닥의 수많은 신발들이 신기 좋은 방향으로 가지런히 놓여져 있더군요.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음식점 종업원들이 바쁜 몸놀림 가운데서도 잠깐 손을 내어 신발들을 정리해놓은 것을 생각하니 절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후 또 한 번 그 음식점을 찾았습니다. 의치를 하시고도, 또 배가 부르면 숨이 가빠지는 현상을 겪으면서도 음식을 맛있게 잘 드시는 병환 중인 노친 덕에 가족 모두 보신탕이나 삼계탕으로 식사를 잘 하고 일어섰습니다.
아들 녀석이 할머니를 부축하고, 가족 모두 먼저 나가는 것을 보며 나는 또 카운터에서 계산을 했습니다. 그리고 문을 열고 현관으로 나가니 마누라가 신발 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신발장 안에 있지 않고 현관 바닥에 있는 수많은 신발들이 신기 좋은 방향으로 가지런히 놓여지는 것이었습니다.
"지난번에도 당신이…?"
하려다가 말고, 나는 마누라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당신, 작은 수고로다가 일거양득, 일석이조를 혔구먼."
그러자 마누라가 의문을 표했습니다.
"뭔 소리요, 그게?"
"생각헤 보라구. 우선 손님들을 기분 좋게 헤주었구, 또 이 음식점을 손님들이 좋게 보도록 헤주었으니, 그게 일거양득에다가 일석이조가 아니구 뭐라나?"
그러자 마누라는 냉정한 투로 말했습니다.
"틀렸어요."
"틀리다니, 뭐가?"
"일거삼득이고 일석삼조라구요."
"그건 또 뭔 소리랴?"
"칭찬에 인색헌 당신헌티서 그런 칭찬도 듣게 되었으니 말예요."
"허 참, 듣구 보니께 그렇네. 허지먼 내가 칭찬에 인색허다는 건 틀린 말이여. 내가 평소 칭찬에 후헌 사람이니께 오늘 이런 말두 헐 수 있는 겨. 안 그런감?"
가족 모두 웃고 어머니부터 내 말에 동조를 해주셨으므로 마누라는 "그렇다구 치지요, 뭐"하고 물러섰습니다.
차에 올라 집으로 돌아오면서 마누라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풍만한 몸매에 너무나 잘 어울리도록 매사에 둔감하고 센스가 없다고 핀잔과 타박을 한 적도 있었거든요. 그런 마누라가 음식점에서 일거삼득, 일석삼조를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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