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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없어요."

집사람의 말에 시선이 강 쪽으로 향하였다. 금강은 넉넉한 모습으로 있었다. 그러나 기대하고 있었던 새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곳을 찾아보던 집사람이 몇 마리가 있다면서 가리킨다. 그 곳을 바라보니, 강가에 얼마 되지 않는 오리들이 한가롭게 헤엄을 치고 있었다.

웅포의 갈대 갈대
웅포의 갈대갈대 ⓒ 정기상

웅포에서 강을 바라보게 되면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새들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다르게 새들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으니,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웅포는 익숙한 곳이 아니다. 물어, 물어 찾아온 곳이다. 새들의 모습을 보기 위하여 전주에서부터 찾아온 낯선 곳이다. 그러나 새들을 찾을 수 없으니, 난감하였다.

군산 철새 축제.

보도를 통해서 알고 있었다. 2009년 11월 11일부터 15일까지 철새 축제가 열렸다고 한다. 축제가 열리고 있는 기간에는 다른 일이 있어서 찾을 수가 없었다. 축제가 벌어지고 동안에 찾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럴 수 없어서 아쉬웠다. 그 마음을 털어버릴 수가 없었다. 늦었지만 찾은 것이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새들을 볼 수 없었다.

오리 비상하는
오리비상하는 ⓒ 정기상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집사람은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축제가 끝나고 난 뒤에 찾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하였다. 새들이 사람들이 펼치는 축제하고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고 하면서 우겼었다. 새들이 반갑게 맞이해 줄 것이라고 강권하였다. 축제라는 사람들의 잔치이지, 새들의 잔치는 아니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웅포에서는 새들을 볼 수가 없었다.

여행의 즐거움.

여행의 즐거움에는 많은 것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즐거움은 낯선 곳을 해매는 즐거움이다. 생소한 곳에서 해매는 과정을 통해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러 곳을 찾아다니다보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생각이 넓어진다. 예상하지 못한 행운을 잡을 수도 있고,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는 희열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마스게임 군무
마스게임군무 ⓒ 정기상

새들을 찾아 나섰다. 금강을 중심으로 여기저기를 찾아 헤맸다. 새들이 결코 강에서 멀리 벗어나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금강 주변을 살펴보았다. 금강은 전라북도 장수군에서 발원하여 충청남도를 거쳐서 서해안으로 흘러들어가는 강이다. 강의 양쪽은 전라북도 군산과 충청남도 서천을 경계하면서 흘러가고 있다.

새들은 분명 군산이나 서천 양쪽의 어느 곳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주변을 찾았다. 서해안 고속도로가 뚫려 있는 부근에서는 새들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방향을 돌려서 금강 하구 둑이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하구 둑은 군산과 서천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둑을 따라 세워져 있는 수문들이 열병하듯이 서 있어 반겨주고 있었다.

여유 혓볕을 즐기는
여유혓볕을 즐기는 ⓒ 정기상

"새들이 있어요!"

소리에 멈췄다. 청둥오리들이 무리를 지어서 분주하다. 아마도 먹이 사냥을 하고 있는 듯, 하였다. 바라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헤엄을 치고 있었다. 마치 대형을 이루어 매스게임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집단을 이루어 한쪽으로 달려갔다가는 이내 방향을 돌리는 민첩함이 놀랍다. 새들의 자유로운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길이 끝난 곳에서도 길은 있다고 하였다. 새들이 헤엄을 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새들에게는 길이 아닌 곳이 없었다. 가는 곳이 바로 길이 되었다. 새들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삶도 바로 저렇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길이 막혔을 때 우리는 절망감에 빠진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게 되면 막힌 곳에서도 새로운 길은 찾을 수 있지 않은가?

자유 걸림없는
자유걸림없는 ⓒ 정기상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의지에 달려 있다. 어렵다고 생각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앞서게 된다면 있는 길로 막히게 된다. 어렵다고 생각하면 실제로 어려워진다. 그러나 어려움을 어려움으로 여기지 않고 당당하게 헤쳐 나가게 되면 새로운 길이 나타난다. 새로운 길은 긍정적인 힘에서 나오게 된다. 포기하지 않으면 새로운 길이 보인다.

새들은 그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강물에는 그 어느 곳에도 길은 없었다. 그러나 새들은 포기하지 않고 나가고 있다. 길이 없지만, 새로운 길을 만들면서 나가고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길이 막혔다고 생각하면 길은 실제로 막히게 된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정진하게 되면 새로운 길이 만들어진다. 왜 진즉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였을까?

하구 둑 금강
하구 둑금강 ⓒ 정기상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새들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데, 집사람이 말꼬리를 흐린다. 시계를 보니, 오후 1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낯선 곳을 헤매는 즐거움에 젖어서 시간 가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 것이다. 점심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배가 고파왔다. 사람의 생각이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점심을 해결할 곳을 찾았다.

장항에 위치하고 있는 아구탕집으로 결정하였다.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 할머니가 하는 곳이었다. 싱싱한 아구를 많이 넣어서 아주 맛있게 해주는 것으로 명성이 나 있었다. 하구 둑에서 그 곳까지는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었다. 두 번 물어서 찾을 수 있었다. 해안 도로를 따라서 장항읍으로 들어서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탕 아구
아구 ⓒ 정기상

점심시간 무렵이어서인지, 주차할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주변을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은 떨어져 있는 한전의 주차장을 겨우 찾아낼 수 있었다. 공휴일이어서 그 곳의 주차공간은 비어 있었다.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주차장이 부족한 실정은 도시나 시골 구분하지 않고 모두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식당 안은 붐비고 있었다. 자리를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많았다. 그만큼 음식이 맛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주문한 아구탕이 나왔다. 밑반찬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탕에 들어간 고기를 많았다. 충분히 먹고도 남을 수 있을 정도로 충실하였다. 실속이 있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맛 또한 아주 뛰어났다.

분주한 모습 헤엄치며
분주한 모습헤엄치며 ⓒ 정기상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는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포만감을 만끽할 수 있을 정도로 먹고 나니,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충분히 먹었는데에도 음식이 많이 남아 있었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물었다. 그랬다니, 친절하게 남은 음식은 포장해준다고 하였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차원에서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것이 돌이에요?"

포만감을 가지고 식당에서 나와 다시 군산 쪽으로 향하였다. 하구 둑이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데, 집사람이 말하였다. 바라보니, 새들이었다. 웅포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들이 바다 쪽에 모여 앉아 있었다. 그 수가 어찌나 많은지, 감탄하게 된다. 갯벌에서 따뜻한 햇볕을 즐기고 있었다. 거리가 너무 멀어서 새들이 돌처럼 보인 것이었다.

비상 하늘
비상하늘 ⓒ 정기상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새들을 자세히 보기 위하여 다가갔다. 그러나 접근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석축으로 쌓아놓았기 때문에 더 이상 접근할 수가 없었다. 새들까지는 너무 멀었다. 새들도 알고 있는 듯, 하였다.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여유를 즐기 있는 것이었다.

둑을 넘나드는데 아무란 장애가 없었다. 하구 둑이 강과 바다를 분명하게 갈라놓고 있었지만, 새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에게 있어서 둑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강과 바다를 마음대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어떤 새는 느긋하게 햇볕을 즐기고 있고 어떤 새들은 하늘을 날아다니며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새들의 자유로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은 아무 것에도 걸림이 없는 자유로운 사람일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어는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좋은 것에 조건이나 이유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 그냥 좋으면 그 곳이 바로 가장 좋은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편안한 즐거움
편안한즐거움 ⓒ 정기상

새들의 자유로운 모습을 통해서 사람은 네모나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각이 져 있게 되면 의식하던, 이식하지 않던 간에 자신이나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러나 모나지 않고 각이 져 있지 않다면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는다. 자신이나 남에게 그 어떤 피해도 주지 않는 삶이 바로 자유로운 삶이 아닐까?

금강 주변을 해매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새들에게서 배운 것도 많았다. 가장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으려면 자유를 가져야 한다. 생각은 물론이고 행동까지도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삶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새들을 바라보면서 나도 새들처럼 살아가고 싶었다.<春城>

덧붙이는 글 | 데일리언



#철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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