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주 진해시의원과 배명갑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진해지부장이 비슷한 장소인 진해시의회 현관 안과 밖에서 단식농성하고 있다. 정 시의원은 24일로 6일째이며, 배 지부장은 4일째다.
졸속적인 행정구역 통합 추진에 반대하며 24일로 6일째 진해시의회 현관에서 단식농성하고 있는 정영주 진해시의원(민주당, 비례대표)은 "행정안전부의 말도 안 되는 오만적인 행위가 국민들을 너무 우롱한다"고 비난했다.
배명갑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진해지부장도 단식농성 중이다. 배 지부장은 지난 18~19일 사이 진해시의회 현관 바깥에서 단식농성했고, 23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주민여론조사를 거쳐 마산-창원-진해시를 행정구역 통합 대상으로 발표했다. 행안부는 시의회에서 통합에 찬성하면 통합되는 것으로 보고, 시의회에서 반대하면 주민투표로 결정짓는다는 방침이다. 이런 속에 행정구역 통합 결정을 시의회가 할 것이 아니라 주민투표로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진해시의회는 모두 13명의 의원인데, 정당 분포를 보면 한나라당 11명, 민주당 1명, 무소속 1명이다.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김하용 부의장은 정부의 행정구역 통합 추진에 반대하며 탈당했다.
당초 진해시의원들은 주민투표로 가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는데, 시의원들이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 측을 만난 뒤 입장이 바뀌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희망진해사람들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한나라당 김학송 국회의원이 시의원들을 배후조종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해시의회는 지난 19일 행정구역 통합 찬반 여부를 묻는 안건을 상정하려다가 늦추었다. 오는 30일이 정기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날인데, 이날 안건을 상정할지 여부에 관심이 높다.
정영주 시의원 "행정안전부가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다"
정영주 시의원은 지난 19일부터 단식농성 중이다. 24일 저녁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그는 "지금은 견딜 만하다. 주민투표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30일까지 단식농성할 생각인데 그 때까지 버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들리는 말로는 행정안전부에서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오는 30일 열리는 본회의 때도 안건이 상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 날까지 단식농성을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영주 시의원은 "행정안전부의 말도 안되는 오만적인 행위가 국민들을 너무 우롱하고 있다. 처음에는 자율통합으로 시작했는데, 전국 거의 대부분 대상 지역들이 반려하고 마창진 한 곳만 남은 셈이다"며 "이런 속에 마창진만 통합해야 한다고 고집을 피우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안전부는 관련 법안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달콤한 말로 국민들을 속이고 있는데, 그런 말에 일부 모르는 시민들은 넘어가고 있다. 이것은 정부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3일 이전까지만 해도 시의원 거의 대부분은 주민투표로 가야 한다는 반응이었는데,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들이 김학송 의원 측을 만나고 온 뒤 입장이 바뀌었다"면서 "내년 지방선거 때 공천에 발목이 묶여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주민투표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시의원은 절반 정도로 보인다"면서 "그래서 갑갑한 상태다. 시민들도 주민투표로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시의원 입장에서 시민주권을 찾아주어야 한다고 보고 고민하다 단식농성에 나섰던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삭발식을 가졌던 배명갑 지부장은 "시의회에서 지난 19일 안건을 상정한다고 해서 18일부터 단식농성했다가 병원 치료 때문에 주말을 보낸 뒤, 23일부터 다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30일 본회의 때 안건을 상정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단식농성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경남도당 "무리하게 진행하는 것은 맞지 않아"
민주당 경남도당은 24일 낸 자료를 통해 행정구역 통합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정영주 진해시의원은 민주당 경남도당 여성위원장을 맡고 있다.
민주당 도당은 "현재 마산, 창원, 진해 지역의 행정구역통합은 주민투표를 거치지 않고 시의회의 의결로 통합을 마무리하려고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서 자율통합이란 이름으로 무리하게 추진하는 행정구역통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원점에서 재검토 되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도당은 "지난 23일 상무위원회를 통해 행정구역 통합문제를 도민들의 여론을 무시하고 한나라당에서 대다수를 점하고 있는 지방의회를 앞세워 오직 힘으로 밀어붙이기 있고 졸속으로 추진하는 데 문제를 제기하며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밝혔다.
시민대토론회, 25일 오후 진해시청 대회의실
이런 속에 '마산-창원-진해 통합에 관한 시민대토론회'가 진해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관심이 높다. 희망진해사람들·진해사람시민모임 등 단체들은 25일 오후 3시 진해시청 대회의실에서 토론회를 연다.
이날 토론회에는 강호건, 김성일, 김하용, 김헌일, 박준섭, 정영주 진해시의원과 이춘모 진해시민포럼 집행위원장, 조광호 진해시민포럼 집행위원, 김홍식 진해신문 대표이사, 이종면 희망진해사람들 사무국장 등이 패널로 참여한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성명 "졸속적인 통합 중단해야"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24일 성명을 내고 "졸속적인 행정구역 통합 중단하고 주민투표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본부는 "행정안전부가 행정구역 자율통합 대상에 도내 '창원·마산·진해'를 선정했다"며 "정부의 졸속적인 행정통합 추진에 대해 분명한 역할을 해야 할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득실만을 따지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본부는 "행정구역은 단순히 조직 형식적 구획이 아니다. 현재의 행정구역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주민들은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관계들이 그 지역을 기반으로 형성되어 왔다"며 "그런데 행정구역 통합이 졸속적으로 추진될 경우 주민들의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관계가 파괴됨과 동시에 주민간의 반목과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본부는 "지금 이명박 정권에서 추진하는 행정통합은 이러한 원칙도 없고 오직 정략적 이해에 따라 추진될 뿐"이라며 "따라서 불법적인 4대강 정비 사업처럼 졸속으로 추진하면서 위법성논란에 휩싸인 행정통합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반민주적이고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 행정통합을 즉각 중단하고 행정통합에 대한 주민찬반투표부터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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