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야간 출근합니다. 밤 9시까지 출근해서 다음날 아침 8시까지 일하지요. 오늘 아침 8시에 일을 마치고 곧바로 퇴근해서 씻고 이내 잠자리 들었습니다. 오후 2시경 일어나 꼭 만나 이야기 듣고 여러분에게 소개시켜 드릴 분이 계시거든요. 이 분이 누구냐면요. 사실 저도 잘 모릅니다.
우리 마을은 울산 동구 남목입니다. 주전 바닷가 가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는 곳에 남목시장이 있습니다. 오며 가며 가끔 시장을 둘러 보기도 하고 작은 찬거리 하나 둘 사기도 합니다.
시장이란 게 그렇잖아요. 돈이 좀 있는 분들은 가게를 세 얻어 놓고 장사를 하지만 이도저도 없는 분들은 노점상을 하기 마련이지요. 우리 동네 노점상은 주로 나이 많으신 할머니들이십니다. 남목 고갯마루를 넘어 정자로 이어지는 바닷길을 가다보면 크고 작은 논밭이 많습니다. 오후가 되면 그 곳에 사는 할머니들이 밭이나 논에서 기른 채소를 한 보따리씩 이고 남목시장을 지나는 시내버스에 싣고 와서 자리를 펴지요. 한나절 팔다가 저녁 무렵이 되면 모두 돌아 갑니다.
남목시장은 대형 백화점이나 할인마트와 달리 인간미가 물씬 풍겨나와 좋습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할인마트보다 우리처럼 서민들의 삶의 향기가 묻어 오르는 재래식 남목시장을 자주 찾는 편입니다. 장사하던 분들이 늘 그분이 그분이던 그곳에 낯선 분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붕어빵을 팔고 계셨습니다. 그 분이 바로 오늘 제가 소개해 드릴 원영순(61) 할머니이십니다. 처음엔 시장길 중앙에 이곳저곳을 떠돌며 붕어빵을 파시더니 이젠 새마을 금고 건물이 있는 앞에 자리를 잡고 붕어빵을 팔고 계십니다. 텃세가 있을 법도 한데 어떻게 한 자리 차지하게 되었을까요?
남목 살면서 숱하게 시장 골목을 드나들었지만 그다지 눈에 띄는 분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원영순 할머니는 유난히도 수개월 전부터 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라고 하기엔 아직 젊은 것도 같은 원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어쩌다 울산까지 와 살게 되었나요?"
"자식들 뒷바라지 하다보니 이제 나이가 차서 취직이 걱정 되었어요. 울산은 대기업이 많고 취직이 쉬울 거 같아서 오게 되었어요."
할머니는 계속해서 젊어서부터 살아온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할머니는 20대 때 서울 수유리 근처에 있는 회사에 들어가 기숙사에서 지냈다고 합니다. 사장님의 배려로 낮엔 일하고 밤엔 학교에 다녔다고 합니다. 거기서 1971년에서 1974년까지 직장 다니다가 그만 두고 나와 지금의 남편을 만나 전라북도 무주구천동이라는 동네에서 식당을 하며 살았습니다. 그럭저럭 기반을 잡으려는데 어려움이 닦치게 됩니다.
"아저씨가 사업 시작했다가 쫄딱 거덜 나버렸어요."
그 후 다시 가족 모두 부산 해운대로 이사해 자리를 잡습니다. 부산 가서도 억척스럽게 생활합니다. 언니가 고생하는 걸 본 여동생이 붕어빵 장사나 한 번 해보라고 권유해 시작하게 됩니다.
"처음 붕어빵 장사를 시작하고 한 3년은 무지 힘들었어요. 아무리 해도 맛이 제대로 안나는 거예요"
고생끝에 낙이 온다던가요. 붕어빵 틀을 사고 밀가루 반죽과 팥앙금을 사서 붕어빵을 구워 보았으나 맛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흉내만 낸거 뿐이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붕어빵 파는 분들 찾아 다니며 한수 가르쳐 달라고도 해보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안가르쳐 주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맛있다고 소문나는 붕어빵을 만들 수 있을까?'
천성이 긍정적인 할머니는 거기서 포기하지 않고 연습과 연구를 거듭하였습니다. 손님이 오면 먼저 먹어 보게하고 맛이 어떤지 묻기를 반복했습니다.
'내 입맛에 맞추지 말고 손님 입맛에 맞추자.'
몇 개월간 붕어빵 반응을 잘 살펴본 할머니는 하나하나 비법을 터득해 갔고 그렇게 3년이 흘렀던 것입니다. 터득한 비결이 무어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결론은 퍼주는 것이었어요. 모든 손님들이 붕어빵 속에 단팥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을 좋아 했어요. 그래서 아낌없이 퍼주자 그러면 복이 되어 되돌아 올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게 맞아 떨어졌다고나 할까요."
할머니가 내게 말해준 붕어빵 잘 팔리는 비결은 이렇더군요. 보통 붕어빵은 체인화 되어서 밀가루 반죽과 팥앙금을 배달 받아 사용합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과정부터가 남달랐습니다. 밀가루와 반죽 재료를 도매가로 구입합니다. 그리고 집에서 손수 반죽을 합니다. 또한 붕어빵에서 가장 중요한 팥앙금도 집에서 직접 만듭니다.
팥을 물에 넣고 불린후 40여 분간 강한 불에 익히고 다시 중간 불로 1시간 30분 가량 더 익힙니다. 마무리로 30분 더하여 팥앙금을 만드는데 족히 3시간 정도 걸립니다. 팥도 여기저기 시골에 농사 짓는 분들에게 부탁하여 직거래 하고 있었습니다. 힘들만도 한데 직접 붕어빵 재료를 만드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처음에 붕어빵 장사 시작할 때부터 나 자신과 약속을 했어요. 먼저 내가 먹을 수 있는 붕어빵을 만들자구요. 그리고 사랑하는 내 가족과 내 손자, 손녀에게도 안심하고 구워 줄 수 있는 붕어빵을 만들자고 약속했어요."
붕어빵 장사를 한지 15년이 넘고 있는데도 한결같이 처음 그 마음으로 하고 있는 거 같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는 남들 4개 1000원 받을 때 5개 1000원을 받았습니다. 요즘 대부분 붕어빵이 3개 1000원 하며 어느 지역에선 2개 1000원 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4개 1000원 받고 있습니다. 그것도 팥앙금을 남들보다 두 배는 더 듬뿍 넣어서 말입니다. 그렇게 한 지 벌써 2년째입니다. 물가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데도 할머니는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왜 손해 보고 붕어빵을 파느냐고 물어보니 퍼주는 게 결국 더 많이 남는 장사라고 말합니다.
부산서 붕어빵 장사로 두 아들을 훌륭히 키워 내신 거 보면 참으로 억척스런 삶을 살아 오셨습니다. 큰 아들은 부산서 사업에 종사하고 있고 작은 아들은 국내 최고의 대기업에 스카웃 되어 들어 가 잘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아들들은 이제 그만 좀 쉬시라고 한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건강이 허락 하는 한 계속 하겠다고 합니다. 집에서 놀면 뭐하냐고 말합니다. 집에서 놀면 더 빨리 늙고 없던 병도 생긴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붕어빵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자신이 만든 붕어빵을 다른 사람이 먹는 것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합니다.
"어떻게 지금의 고정된 자리를 갖게 되었어요?"
"내가 워낙에 붙임성이 좋아요. 처음에 붕어빵 구워서 근처 노점상인들에게 모두 하나씩 돌렸지요. 길 중간을 왔다갔다 하면서 붕어빵을 팔았는데 한 날 저 할머니가 지금 이 자리를 내주었어요. 고마운 분이지요. 그래서 지속적으로 붕어빵 하나씩 거저 드리고 있어요.서로 돕고 사는게 좋잖아요."
울산 동구 남목시장에 멋진 할머니가 붕어빵을 만들어 팔고 계십니다. 팔려 나가는 붕어빵 양 만큼이나 여기저기 그냥 나눠주고 있으면서도 그게 다 복받는 길이라며 활짝 웃는 할머니가 계십니다. 그래서 일까요?
우리동네 인기 짱 !
우리동네 마음 짱 !
멋쟁이 할머니로 통한답니다.
덧붙이는 글 | 원영순 할머니가 40년 전 지인을 찾습니다. 도와 주세요.
서울 수유리에서 1971년~1974년 직장 생활 할 때 기숙사에서 만난 여성 분입니다.
원영순 할머니보다 4살 어린 여성분입니다.
그 분 성함은 박순임입니다.
경북 상주군 낙동면 용포리가 고향이랍니다.
이장님께 사진과 편지를 보냈지만 아직 답장이 없는 상태입니다.
혹시 비슷한 분이라도 아시는 분은 쪽지 좀 남겨 주시요.
찾는 방법 아시는 분도 도움 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원영순 할머니의 40년 전 지인을 꼭 만나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꼭 만나보고 싶은 분이랍니다. 그래서 도와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