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타임지는 신년호를 통해 에너지 절약을 '제5의 에너지'로 규정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재앙의 위험성이 '적색경보'를 발하는 시점에서, 이 말은 지금의 시대적 과제가 무엇인지를 한 마디로 함축했다. 에너지 생산 못지 않게 에너지 절약에 모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제5의 에너지'를 위한 변화가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특히 친환경 경제운전, '에코 드라이빙'에 대한 관심이 높다. 에코드라이브 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들의 노력에 경제운전 '상품'을 장착한 신차들에 대한 관심이 더 해지면서다. 바야흐로 '에코 드라이빙' 대중화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에코 드라이빙 대중화 시대를 상징하는 2010 모닝이와 같은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이 경제운전 안내시스템을 장착한 2010 모닝 출시다. 다른 차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에너지를 덜 소비하는 경차에도 그와 같은 시스템이 적용됐다는 것, '에코 드라이빙'이 더는 '옵션'에 머물지 않을 것이란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변화가 어디까지 이르렀는지는 기아자동차가 지난 7월에 내놓은 '쏘렌토R'을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쏘렌토R'은 경제운전 안내시스템에 '액티브 에코 시스템'도 장착하고 있다. 버튼 하나로 자동차 자체가 '에코 드라이빙 모드'로 '변신'하는 시스템이다.
친환경 경제운전을 운전자에게 '안내'하는 단계에서, 아예 에코 드라이빙을 '하드웨어'에 구현하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27일 현대기아자동차 연비개발팀 황선욱(30·남) 연구원을 만난 것도 그래서였다. 에코 드라이버라면, 각각의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두면 좋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황 연구원은 훌륭한 '인터뷰이'였다. 우선 믿을 만한 전문가였다.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연비개발을 맡고 있는 그는 액티브 에코 시스템 개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친절한 '선생님'이기도 했다. 인터뷰 내내 조금이라도 쉬운 용어로 전달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경제운전 안내시스템, 여성운전자 더 매력 느낄 수 있어"- 우선 경제운전 안내시스템 작동원리가 궁금하다."계기판 안에 현재 주행 상황을 판단하는 제어장치가 들어 있다. 크게 두 가지 값을 판단한다. 운전자의 액셀 페달 조작과 차량 속도, 이 두 가지를 통해 현재 연비를 판단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각각 화이트, 그린, 레드로 표시한다. 비경제적인 운전 여부를 운전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이다."
- 작동원리는 비교적 간단한 것 같다. 차종에 따라 기술적인 차이가 있나."없다. 계기판 형식에 따라 램프 위치 정도만 다를 뿐, 2010 모닝이나 YF 소나타나 똑같다고 보면 된다. 물론 배기량이나 변속기 형식이 차량마다 다르니까, 그에 따라 최적의 경제운전 판단 범위 또한 다르기 마련이다."
- 기대할 수 있는 연비 개선 효과는?"기본적으로 어떤 성향의 운전자이냐에 따라 다르다. 과격한 운전자가 경제운전 알림 기능을 따르면 약 25% 정도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닝 4속 오토 연비 17.4 km/l, 하루 50km 주행, 연료값 1600원 기준, 연간 유류비를 25만5천 원 정도 절약할 수 있다. 부드러운 운전자는 약 5% 정도의 개선 효과, 연간 유류비는 7만9천 원 정도 절약 효과를 볼 수 있다."
- 모닝은 특히 여성운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차종으로 알려져 있다. 알뜰한 여성에게는 경제운전 안내시스템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 같은데."급가속 또는 급감속을 하는 여성운전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 계기판 램프를 보면서 운전하게 되면 운전습관이 바뀔 수 있으니, 비경제적인 운전습관을 갖고 있는 여성운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운전 안내시스템에 '액티브 에코' 추가로 연비개선 효과 더 커- 쏘렌토R의 '액티브 에코'는 경제운전 안내시스템과 어떻게 다른가."액티브 에코는 운전자가 경제형 운전 스위치를 작동하면, 차량 엔진이나 변속기 등이 강제적으로 연비형으로 바뀐다. 경제운전 안내시스템이 가이드 역할만 한다면, 액티브 에코는 차량 기능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차량 자체가 별도의 시스템으로 변환하는 셈이다. 또 한편으로는 운전자의 선택권을 더 보장해주는 측면도 있다."
- 연비 개선 효과는 모닝과 비교할 때 어떠한가."여름철 에어컨 주행시 최소 11% 정도의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쏘렌토R 2.0, 연비 15km/l, 하루 50km 주행, 디젤연료비 1450원 기준으로 연간 약 17만4천 원 정도 절약할 수 있다. 이는 운전자 습관과 상관없는 것이다. 아까 모닝의 경우, 과격한 운전자가 최대 약 25% 정도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경제운전 알림 기능을 따르면서 액티브 에코 가동으로 인한 연비 개선 효과가 그만큼 더 해지니까, 과격한 운전자가 얻을 수 있는 개선 효과는 더 크다."
- 작동원리 또한 상대적으로 더 복잡할 것 같은데. "운전자가 스위치를 작동하면, 계기판에서 엔진, 변속기 그리고 에어컨에 신호를 보낸다. 이 신호에 따라 미리 입력되어 있는 연비형 데이터를 각각 적용하여 변환시켜주는 것이다."
- 우선 엔진 제어방식은 어떻게 바뀌는가."그러니까 경제형 운전 스위치를 누르면, 엔진 컴퓨터, ECU(electronic control unit)안에 있는 연비형 데이터가 선택되는 것이다. 그럼 네 가지가 바뀌는데, 우선 엔진의 토크, 더 쉽게 말하자면 가속감을 떨어뜨린다. 불필요한 가속을 억제시켜 준다. 두 번째로는 액셀 페달을 약간 둔감하도록 만든다. 좀 더 부드러운 가속이 이뤄지게 되고, 세 번째는 엔진 연소를 연비형으로 최적화, 엔진 연료를 분사하는 시기를 바꿔주는 것이다. 마지막 네 번째로 차량의 최고속도를 제한하게 된다."
- 변속기의 경우는?"역시 TCU(Transmission Control Unit, 변속기 전자제어장치), 변속기 컴퓨터에 입력된 연비형 데이터가 선택된다. 변속기의 경우는 세 가지가 바뀌는데, 우선 고단 주행에서도 엔진 RPM(회전수)을 최대한 낮춰 연비를 개선한다. 이와 맞물려 급가속하게 되면 보통 고단주행에서 저단주행으로 바뀌는데, 엔진 RPM 상승을 최소화시킴으로써 이를 억제시킨다. 또한 변속기 효율을 개선한다. 자동변속기에서는 수동변속기랑 다르게 손실이 발생하는데, 그 손실을 액티브 에코가 줄여준다."
"에코 드라이빙 기술은 선진국과 동등한 수준"- 에어컨은?"엔진에 붙어있는 에어컨 압축기의 일을 줄여주는 것이다. 엔진이 하는 에어컨 일을 최소화시킴으로써 기존 냉방 성능은 유지하면서도 연비를 개선시키게 된다."
- 오작동 방지도 액티브 에코 구현에서 중요한 과제였을 것 같다. 차량이 일종의 '변신'을 하는 셈이니 말이다. "그렇다. 엔진의 성능을 건드리는 것이니까. 그래서 갑작스럽지 않게 자연스러운 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약간의 시간차를 일부러 줬다. 경제운전 스위치를 눌렀다고 곧바로 바뀌지 않는다."
-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적으로 '에코 드라이빙'이 대중화되는 추세다. 해외와 비교하여 국내 에코 드라이빙 기술 수준은?"아까도 말했지만 경제운전 안내시스템은 비교적 작동원리가 간단하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도 비슷한 시스템을 적용한 차량들이 나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액티브 에코의 경우는 아직 많지 않지만, 일본이나 미국에서도 같은 시스템을 적용한 차량이 있다.
이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시스템을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라 부른다. 운전습관을 분석하고 경제운전지수를 산출해서, 이를 통해 좀 더 종합적인 분석을 적용한 모델이 일본에 나와 있다. 우리는 현재 개발 중인 상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에코 드라이빙' 기술은 선진국과 동등한 수준이라고 본다."
- 그 이유는?"경제운전 안내시스템, 액티브 에코,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등은 일종의 파생기술이다. 전 세계 어느 메이커나 적용 가능하다. 허나 자동차 자체의 연비 개선은 다르다. 연구 개발자 입장에서는 자동차 자체의 연비 개선 기술을 핵심으로 보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