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눈물이 나옵니다.
창 너머 회색빛 하늘 탓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난 11월 23일 전남 영암호에서 산불진화훈련중 불의의 사고로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버린 동료들의 영정이 눈앞을 가립니다. 영결식장에서 아빠를 외쳐 부르며 오열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영정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가족들이 눈앞을 가립니다.
전주 승화원에서 화구 속으로 사라지는 마지막 모습을 제대로 지켜보지도 못하고 실신해버린 부인을 부축하다 같이 기절해버린 어머니. 말없이 차가운 관 속에 누워있는 남편을 쓰다듬으며, 부디 좋은 곳으로 가라고, 걱정 말고 가시라고, 아이들 걱정하지 말고 떠나시라고, 아이들은 내가 잘 키우겠노라고,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 속에 이승의 마지막 인사를 나누던 모습들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저 모습들이 바로 내가족의 모습이기에, 남의 일이 아닌 바로 나의 일이기에 자꾸만 눈물이 흐릅니다. 어쩌면 나는 재수가 좋아 그 호기에 편성이 안 되었을 수도 있었고, 그 운명의 선상 속에서 빗겨 서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자꾸만 자꾸만 몸과 마음이 무거워옵니다.
절친한 동기생이 있었기에 더더욱 그런가 봅니다.
그 동기생은 집이 군산이었습니다. 군복무시에는 인접대대에서 같이 근무하기도 했고 군에서 일찍 나와 산림청에 먼저 들어와서는 나에게 알게 모르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던 훌륭한 선배이기도 했지요. 나는 강릉에서, 그 친구는 영암에서 근무하면서, 가끔씩 전화로 고향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하고, 서로 비슷하게 커가는 아이들 이야기도 나누고, 산불현장에서 만나면 그 누구보다도 더욱 반갑게 맞이하곤 했습니다.
동기생 모임이 있을 때는 끝까지 같이 남아서, 노래방에서 어깨동무하며 노래도 곧잘 부르곤 했지요. 예의 바르고 성실했던 우리 후배님들의 반듯하고 잘생긴 얼굴들의 미소들이 눈에 선합니다.
그 위험한 산불현장에서도, 아슬아슬한 방제현장에서도, 돌풍이 불어오던 구조현장에서도
당당하게 임무 수행하던 우리 동료들이 한줌의 재로 변하여 현충원에 봉안되었습니다. 부디 편안한 곳에서 영면하시길 바라면서, 떠난 님들 뒤에 남아있는 유가족들에게도 적절한 보상과 대책이 보장되어 고인들이 걱정없이 떠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이제 11월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고 한 장 남은 달력을 바라보면서 더 이상의 슬픔은 우리와 영원히 이별할 수 있기를 간절히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그리고 사고소식을 접하고 염려해준 많은 지인들 고맙고 감사합니다. 전화를 받을 때마다 부끄럽고 행복했습니다. 사고를 내려고 해서 나는 건 아니지만 더욱 더 안전비행을 생각하면서 조종하렵니다. 뼈를 깎는 슬픔을 딛고 내일을 향해 눈물을 닦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