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1년간 한화 약 200만원으로 비행기 티켓 값 포함, 1년간 숙식 제공, 안정된 일자리와 유급휴가, 원어민 가족과 살 수 있는 기회를 원한다면? 그럼 '오페어'가 되라.
오페어는 합법적인 J-1 비자를 받은, 미국 가정에서 1년 동안 아이들을 돌보며 지낼 수 있도록 통과된 사람들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워킹홀리데이, 교환학생, 어학연수와 달리 오페어는 우리에게 생소한 단어이다.
지난 11월 29일 대구 동성로의 한 카페에서 현 오페어와 예비 오페어들의 모임이 열렸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오페어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인터넷 카페를 통해서 오페어들은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도움을 주고받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하였다.
참가자 : 서연주(22, 현오페어), 이하 예비오페어 남효은(22), 이진아(23), 최선화(26), 손경아(23, 익명)
- 오페어가 뭐죠?
서연주(이하 서) : 미국의 가정에서 1년간 그들의 아이를 돌보면서 문화를 공유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오페어라고 불러요. 저는 지금 현직 오페어에요. 다른 분 들은 갈 준비 중이거나 연락을 오길 기다리는 예비 오페어구요.
이진아(이하 이) : 오페어가 되려면 조건이 있어요. 일단 여성분들만 가능하구요, 아이를 좋아하지 않으면 이 일을 못해요. 기본적으로 아이를 돌보아야 하니까요. 남성분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미국 가정에서 거의 원하지 않는데요.
남효은(이하 남) : 어떤 이들은 오페어가 베이비 시터나 내니랑 다를 게 뭐 있느냐고 하시죠. 그렇지만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죠.
- 왜 오페어를 선택했어요?
남 : 저는 미국에 가서 공부보다는 문화체험이 하고 싶었어요. 오페어는 미국 가족들이랑 함께 살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예요.
최선화(이하 최) :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서 가격이 싸요. 약 200만원 안으로 충분히 갈 수 있어요. 미국에 머물면서도 숙식을 다 지원해 주고, 가정에 따라서는 어느 정도의 학비와 휴대폰 그리고 차도 지원해줘요. 그리고 주급도 받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그걸로 다 해결 가능해요.
서 : 장점이 굉장히 많아요! 돈도 벌고 영어도 늘고 여행도 하고 원하면 학교 수업도 들을 수 있고, 많아서 다 말할 수 없어요.
손경아(이하 손) : 미국은 의외로 머물기 힘든 나라예요. 관광비자 또는 학생비자로만 갈 수 있죠. 그렇지만 오페어에게는 J-1비자를 발급해줘요. 학생비자는 일하는 것이 금지되어있지만 J-1비자는 합법적으로 일이랑 공부 둘 다 할 수 있어요.
- 오페어 생활은 어때요?
서 : 저는 너무 좋아요. 저는 다른 오페어들보다 더 오랜 시간 일을 하고 돌봐줘야 할 아이들도 많은 편이에요. 그렇지만 호스트 가족들은 절 한 가족처럼 여겨줘요. 가족들과 함께 여행도 많이 가구요, 외식도 자주해요. 아이들과도 잘 지내요. 이번에 한국에 잠깐 오는데도 아이들과 함께 보고 싶을 것 이라며 엉엉 울 정도였다니까요. 할로윈과 같은 미국문화들도 저에게 잘 맞아요. 저는 미국에 머무른 지 10개월 정도 됐는데 알게 모르게 영어가 많이 늘었어요. 호스트 가족들이 처음보다 많이 늘었다고 하고, 미국 방송을 들을 때도 다 알아 들을 수 있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죠. 호스트 부모님들이 먹고 싶은 한국음식도 다 사주시고 게다가 전 곧 개인용 자동차까지 생겨요.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요.
남 : 저도 친구들과 카페를 통해 많은 얘기를 듣는데요, 마음은 벌써 미국에 가 있어요!
- 솔직히 단점은?
손 : 들어보니 힘들어하는 오페어들도 꽤 있더라고요.
서 : 저는 무척 좋은 경우지만 불편한 점도 있죠. 일단 남이랑 같이 사는 것이 어디 쉬운가요, 아무리 편하게 해줘도 눈치가 보이죠. 어린아이를 돌보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고, 아이를 돌봐야하는 시간이 끝나도 함께 살다보니 일이 조금씩 연장될 수밖에 없어요.
이 : 카페에서 현 오페어들이 자기들 생활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요. 자신을 오페어가 아닌 식모로 취급한다는 사람도 있고, 호스트 가족과 관계도 안 좋은 사람도 있죠. 보통 그런 사람들은 호스트 가정을 바꾸지만 또 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아요.
최 : 그리고 사실 오페어가 장점이 많은 만큼 자격요건을 갖추어야 해요. 기본적인 회화는 할 수 있어야 하고 아이를 돌본 경험도 있어야 하고 운전면허도 있어야 해요.
남 : 그렇지만 이것저것 따지면 할 게 뭐가 있겠어요!
그래도 우린 오페어!
서 : 모든 것이 다 좋지만은 않으니 괜한 환상을 안 가지는 것이 좋아요.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프로그램이에요.
최 : 어학연수는 다들 한번은 가봐야 한다고 여기고 있잖아요. 그렇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비용이 만만치가 않죠. 그런 면에서 오페어는 좋지 않나요?
손 : 미국 가서 오히려 돈 벌고, 하고 싶은 것도 해보고, 공부도 하고 여행도 하고, 우린 정말 대단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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