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도 지금은 수질개선 됐다. 반대하는 분들이 수질이 악화될 것이라고 했는데, 대한민국 기술수준이 30~40년 전이면 그럴 수도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기술은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다. 세계 랭킹 1, 2위가 한국이다. 지금 정부가 21세기 이 수준에서 보를 만들어서 수질이 나빠지게 하겠는가…우리를 너무 과소평가 해서는 안된다. 반대가 너무 많아 길게 설명했다. 이해해 달라."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1월 27일 밤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확신에 찬 어조로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런데 어디까지 믿어야할까요?
이 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 발언 중 수질 부분에 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시화호가 수질이 개선된 이유가 세계 최고 기술 때문?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시화호는 1987년에 착공해 1994년에 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완료했습니다. 그러나 공사를 완료한지 겨우 3년만인 1997년 시화호는 심각하게 오염됐습니다. 정부는 수질을 개선하려고 2000년 시화호의 담수화 계획을 포기했습니다. 바다를 막고 있는 갑문을 열어 해수를 유통시킨 것입니다.
시화호의 수질이 개선된 것은 세계 1위의 대한민국 기술 때문이 아니라, 가장 원초적인 방법인 해수 유통때문이었습니다. 인천 앞바다의 조수 간만의 차에 따라 매일 바닷물이 시화호를 들고나고 있습니다. 오염된 물이 인천 앞바다로 빠져나가고, 맑은 바닷물이 시화호로 유입되면서 수질이 개선된 것입니다.
이렇듯 수질 개선의 최고 기술은 과학이 아니었습니다. 아주 원초적인 방법, 막혔던 물의 숨통을 터준 것입니다. 물이 흐르면 수질도 저절로 개선됩니다.
사실 이번에 대통령이 언급한 시화호는 4대강 사업의 미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시화호는 농업용수를 확보한다는 명목으로 건설되었습니다. 그러나 바다를 막은 시화호는 물도 썩고, 주변 생태계를 다 파괴시켰습니다. 시화호 주변은 온통 조개 무덤입니다. 시화방조제 건설로 인해 얼마나 많은 생명이 죽어갔는지 말해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시화호에서처럼 정부는 물을 확보한다는 핑계로 4대강 바닥을 파고 보를 세웁니다. 보에 가로막힌 4대강은 시화호처럼 썩은 물이 넘쳐나고 4대강을 터전으로 살아가던 수많은 생명들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전 세계 1위의 기술을 가진 나라의 썩은 물 잔치4대강 사업의 핵심은 16개의 대형 보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낙동강에 세우는 함안보는 높이가 13m입니다. 이는 보가 아니라 댐입니다. 세계대형댐학회에서는 높이 15m 이상을 대형댐으로 간주합니다. 따라서 4대강 사업으로 세우는 10~13m의 보는 대형 댐에 조금 못 미치는 중형댐인 셈입니다. 지금 4대강 사업은 수 많은 댐을 만들어 물을 가두는 사업입니다. 그러나 물을 가둔 4대강은 시화호처럼 썩은 물만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건설 능력이 세계 1위이기 때문에 4대강에 보를 세우고 물을 가둬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자랑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세계1위의 건설 설계와 기술 능력을 가지고도 썩은 물 넘치는 대한민국을 만든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정부는 바닷물을 가두어 오염이 심각해졌던 시화호에 대해 주변 공업시설이 많기 때문이란 특별한 이유로 변명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국 대부분의 담수호가 농업용수도 쓰지 못하는 5등급이거나 또는 아예 기준도 매길 수 없는 등급외입니다.
위의 도표는 '물을 가두면 썩는다'는 만고의 진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계 1위의 대한민국 건설 능력과 수질 개선과는 아무 상관없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자료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담수호들이 등급외이거나 5등급으로 썩어 있는데, 경기도의 화옹호와 충남의 보령호, 홍성호 등은 그나마 가까스로 3등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호수들이 3등급을 유지하는 이유는 세계 최고의 수질 개선 능력 때문이 아니라, 이 역시도 해수 유통 때문입니다.
그런데 30~40년 전도 아니고, 어떻게 21세기 대한민국의 모든 담수호가 썩은 물로 가득 한 것일까요? 위의 두 표는 물을 가두면 썩는 것이 당연하고, 수질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기술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수질 개선 능력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농림부 자료에 의하면 전국의 260개가 넘는 저수지는 농업용수도 쓸 수 없을 만큼 심각하게 오염됐습니다. 이런 오염된 농업용수로 농사지은 오염된 농산물이 전국민 식탁에 오르고 있습니다.
천수만 간월호와 부남호 오염 현장 물을 가둔 덕에 오염수로 썩어가는 현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지난 주에 천수만의 간월호와 부남호를 다녀왔습니다. 간월호와 부남호는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과 회장 시절인 1980년대에 농경지를 만든다며 서해 어류의 보고인 천수만을 가로막아 만든 담수호입니다. 전 현대건설 이명박 사장의 역작인 간월호와 부남호의 수질 조사 자료를 찾아보니, 최악의 수준인 5등급이거나 아예 등급도 매길 수 없는 지경입니다.
찬바람이 매섭게 부는 부남호에 도착하자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하였습니다. 이날은 손이 시려 카메라를 들고 있기도 힘든 추운 겨울 날씨였습니다. 그러나 이 겨울에도 부남호엔 심각한 녹조가 눈에 띄고, 악취가 진동할 정도로 호수물이 썩어있었습니다.
시화호처럼 해수를 유통하면 부남호 오염을 조금 개선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남호는 오염이 너무 심각하여 갑문을 열면 천수만 바다 오염이 심각해지기 때문에 해수 유통을 할 수 없습니다.
지금 부남호는 올해 초부터 수중 준설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언론에서 부남호의 준설로 인해 수질 개선이 기대된다는 보도도 쏟아냈습니다. 이렇게 1년 동안이나 세계 1위의 기술 능력으로 수질 개선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남호는 악취와 함께 곳곳에서 심각한 녹조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녹조는 여름과 가을에 많이 자라지만, 추운 겨울이 되면 대부분 사라집니다. 그런데 추운 겨울에도 녹조가 이토록 심각합니다. 한 여름에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일 겁니다.
간월호 오염이 개선된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해수유통'부남호와 함께 전 현대건설 이명박 사장님의 또 하나의 역작인 간월호는 지난해에 비해서 수질이 조금 나아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지난해 간월호는 녹색 페인트를 풀어놓은 듯 녹조가 심각했습니다. 제 평생 그토록 진한 초록색 물을 본 적이 없었을 정도입니다. 간월호 주변 주민들에게 수질이 어떻게 나아졌는지 물어보니, 올해는 간월호의 갑문을 열어 해수를 유통시켰다는 것입니다. 역시 수질 개선의 정답은 기술이 아니라 해수유통이었습니다.
수질은 기술과 과학이 해결하지 못합니다. 물은 흘러야 합니다. 4대강에 흐르는 맑은 물을 보로 막아 썩게 만들고,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거짓말에 불과합니다. 자연은 인간의 오만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로봇 물고기가 4대강을 지킨다는 '유치한 거짓말' 이 대통령의 수질에 관한 언급 중에 로봇 물고기가 단연 압권이었습니다. 보를 막은 4대강에 수질을 감시하는 로봇을 풀어놓아 중앙 통제실에 보고함으로써 2중3중의 수질 대책을 확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4대강 수질개선이 유치원 아이들이 즐기는 게임도 아니고, 현실성도 없는 이야기로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 일국의 대통령이 할 일인지 묻고 싶습니다. 로봇 물고기가 얼마나 허황된 주장인지 몇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로 로봇 물고기는 수질을 조사하는 로봇이지, 수질을 개선하는 로봇이 아닙니다. 로봇이 수중을 돌아다니며 오염 사실을 알려준다 할지라도, 이미 오염된 수질을 무엇으로 개선할 수 있을까요?
지금 전국 하천과 호수에는 환경부 382곳, 물환경연구소 115곳, 시도지자체 359곳, 한국 수자원공사 105곳, 한국농어촌공사 475곳 등 총 1476곳의 수질 측정망을 통해 수시로 수질 오염이 확인되고 있습니다.(환경부 홈페이지에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현재 수질 오염 문제는 정부가 수질 오염 사실을 몰라서 개선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정부는 전국의 강과 호수 중에 어디가 오염되었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에는 수질을 개선시킬 능력도 없고, 오염된 수질을 개선할 엄청난 비용도 감당하지 못해 방치하고 있는 것입니다.
보를 세워 썩은 물이 된 4대강에 로봇 물고기 몇 마리가 돌아다니며 오염 사실을 통보한다 할지라도, 현실적으로 보로 인해 썩어가는 물을 개선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미 썩은 물을 발견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물은 흐르는 것이 가장 좋은 수질 개선 대책입니다.
둘째로 로봇 물고기는 이제 겨우 실험단계에 있다는 것이고, 로봇 물고기 한 대에 약 4000만원에 이른다는 사실입니다. 640km에 이르는 4대강 사업 구간 중에 과연 몇 대의 로봇 물고기를 풀어야 수질 오염을 찾아 낼 수 있을까요? 또 그 막대한 비용은 누가 감당할까요? 한 여름 집중호우 때는 커다란 바위도 다 떠내려갑니다. 로봇 물고기가 과연 집중호우의 물길 속에서 안전할지 궁금합니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로봇 물고기는 낚시에 안 걸린다고 국민을 대상으로 농담 삼아 한마디 하시며 웃으시더군요. 저도 이대통령님께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로봇 물고기는 낚시에는 안 걸리겠지만, 투망에는 쉽게 잡힙니다." 수질은 기술이 아니라 흘러야 맑아집니다수질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흘러야만 그 맑음이 유지되는 것입니다. 세계 1위의 기술을 가지고도 썩은 물이 넘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대통령의 생각과 사고가 잘못된 것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한강, 낙동강, 금강은 국민의 생명수입니다. 4대강 사업을 위해 국민을 속이는 거짓말은 이제 그만 하셨으면 합니다.
대통령 스스로도 반대는 짧게 가능하지만, 그 설명은 길 수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설명이 길어지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사업에 그 만큼 문제가 많다는 뜻입니다. 일국의 대통령이 방송을 동원해 국민을 속이는 나라에 살아간다는 사실이 참으로 비참하고 가슴 아픕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지 벌써 2년이 흘렀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앞으로 3년 후면 자리에서 물러나시지만, 저는 평생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그래서 부끄럽지 않은 국민이 되기 위해 4대강 죽이기의 진실을 밝히는 것입니다. 거짓이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대통령과의 대화 중 4대강에 관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대부분이 거짓말들이었습니다. 기사 하나에 모든 것을 밝힐 수 없어 오늘은 수질에 관해서만 정리했습니다. 다음에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신 청계천과 노무현 정부의 87조 치수 대책 보고서에 대한 진실을 상세히 밝히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