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숨 가쁘게 달려온 2009년도 이제 불과 이십 며칠 남짓 두고 있을 뿐이다. 이명박 정권 출범 2년을 맞은 우리 사회는 그 직전 10년간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겪고 있다. 하지만 그 변화가 덜 가진 자와 소수자에게는 더욱 불리하게 작용되고 있는 듯하다. 소위 말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 뒤로 후퇴하는 역주행이다.

특히나 인간의 천부적 권리인 인권 부분에서는 그같은 역주행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고 보여진다. 올해 초 사회를 충격에 빠트리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진행 중인 용산참사를 시작으로 4대강 사업으로 생존기반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 덜 가진자들의 아우성 소리가 점점 높아져 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제5회 인권전 '거기서다'가 진행되고 있는 종로구 '포토스페이스' 전시장
제5회 인권전 '거기서다'가 진행되고 있는 종로구 '포토스페이스' 전시장 ⓒ 추광규

새사회연대 주최... 제5회 오늘의 인권전- '거기서다'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특히 덜 가진자와 소외된 자들의 인간적 권리는 과연 어떻게 카메라 앵글 속에서는 투영되고 있을까?. 신문 지면이나 TV 속 그리고 컴퓨터 화면 속에 드러나는 모습이 아닌 카메라 앵글에 담긴 그리고 만화로 그려진 2009 인권의 현주소를 살펴볼 기회가 생겼다.

바로 새사회연대가 주최해 서울 종로구 관수동에 위치한 '포토스페이스'에서 지난 1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11일까지 올 한 해 주요한 인권현안들을 돌아보는 전시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새사회연대는 매년 세계인권선언기념일(12월 10일)에 즈음해 올해로 다섯 번째 이같은 전시회를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올해의 주제는 '거기서다'이다.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주제를 이 같이 정한 까닭을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언제나 이 자리에 서 있지만 누군가에 의해 나는 '여기'가 아닌 '거기'에 머무르게 되며 배제되는 현실, 누군가에 의한 배제와 구분이 당연시 되고 거기와 여기가 나뉘어진 현실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오늘의 인권전을 통해 교감하기 바란다."

또 새사회연대 신수경 정책기획국장은 "사회적 소수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라면서 "우리가 이 땅에 있지만 용산 철거민이나 미누와 같은 이주 노동자들은 여기가 아닌 거기에 있는 것처럼 배제되고 구별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며 이번 전시회의 주제를 '거기서다'로 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고영일, 노순택, 박건웅, 장근범, 조현택, 한금선 그리고 미누

 노순택 '솜털과 오렌지와 깍두기'  작품집 스캔 이미지
노순택 '솜털과 오렌지와 깍두기' 작품집 스캔 이미지 ⓒ 노순택
파고다 공원 맞은편 YBM 시사영어학원을 50여미터 남짓 걸어들어가면 우측에 빨간색 벽돌건물이 나타났다. 3층까지 올라가니 아담한 공간이 나온다. 전시회가 이루어지고 있는 '포토스페이스'다.

전시장 4면 벽에는 이번 전시작품들이 다양한 형태로 전시되어 있다. 안쪽 한켠에는 액정TV가 걸려있고 화면 속에서는 낯선 음성이 들려나오더니 이내 서정적인 노래가 기타반주에 맞춰 구수하게 불리워지고 있었다.

미누(38, 미누드 목탄)였다. 지난 10월 한국에서의 18년 세월 끝에 출입국 관리소에 의해 강제추방된 미누가 출연했던 이주노동자방송국(MWTV)의 한 프로그램이 상영되고 있었던것. 그의 음성을 배경음악 삼아 전시장 곳곳을 돌며 작품감상에 몰입해 보았다.

작가 노순택은 '죽은자는 왜 귀환하는가',  '솜털과 오렌지와 깍두기' 등 다섯여점의 작품을 내놓았다. 그의 앵글은 용산참사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70년대 작가 조세희는 '난쏘공'으로 산업화에서 밀려난 도시 빈민의 참상을 우화적으로 그렸다면 노순택은 앵글로 그 같은 모습을 그려낸게 그 차이라면 차이였다. 화염이 충천한 남일당 모습과 함께 불이 다 꺼진 후 남일당 건물 끝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간판의 잔해를 흑백으로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특히 그는 한 용역깡패의 모습에서 이 사회의 모순을 짚어보고 있었다. 바로 '솜털과 오렌지와 깍두기'라는 제목의 작품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작품의 모습은 단순했다. 검은색 복장을 하고 있는 한 젊은이의 오른쪽 팔을 부각시켜 찍은 작품이었다.

바로 용산철거 현장에서 만난 용역직원(깡패?)의 솜털이 보송보송한 팔뚝이었다. 무슨 의미였을까? 작가의 작품해설을 읽다보니 새삼스레 그 의미가 가슴 속에 와 닿는다. 작가는 자신의 메모를 본 이웃의 말을 빌려 표현했다.

 포토스페이스 약도
포토스페이스 약도 ⓒ 추광규

종로2가 시네코아 영화관과 카페 뎀셀브즈 사잇길로 들어와서 끝에 보이는 4층 빨간벽돌 건물 3층이다. 또 지하철 1,3호선 종로3가역은 15번 출구에서 지하철 5호선역은 5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거리다.

파고다 공원 정문 건너편에 있는 YBM 시사영어학원 골목으로 50미터 들어와서 왼편 빨간 벽돌 4층 건물로 들어오면 된다. 관람료는 무료다.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관수동 159-2 포토스페이스 빌딩 3층
"용산철거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삼성건설의 사장 자녀들은 잘 먹고 잘 배우고 생긴 것마저 선남선녀일 것이다." 이들과 달리 "솜털이 보송보송하고 노가다 근육조차 채 자리 잡히지 않은 이 용역아이의 팔뚝을 보니 눈이 시큰하다. 정말 소년 팔인데…."
  
작가는 계속해서 "저 뽀송뽀송한 솜털의 애틋함과 그 주먹이 내지르는 혐오, 그것들이 겪어온 몸의 인생사와 그것들을 관장하고 있는 '안', 대체 네 안에 무엇이 꿈틀대고 있는 거니?"라고 물은 뒤, "깍두기의 안과 겉이 그들 책임이기만 한걸까?"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었다. 

또 작가 한금선은 '國*火'라는 제목의 작품에서 용산참사의 그 의미를 새롭게 새겼다. 그는 작품해설을 통해 "많이 아픈 내 마음도 이 하얀 꽃송이가 위로 합니다"면서 용산참사 희생자의 영정에 바쳐진 국화 한송이를 앵글에 담고 있었다.

이 외에도 작가 고영일은 '푸른 끝에 서다'는 제목의 만화작품에서 지난 1997년 자신이 '자주대오' 사건으로 현역병 시절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던 기억을 만화로 표현하고 있었다. 

또 작가 박건웅은 '바람이 불 때'라는 작품에서 80년 광주항쟁을, 작가 장근범은 '이서'라는 작품을 통해 완주혁신도시 건설로 인해 사라져 가는 한 마을의 모습을 잔잔하게 앵글 속에 담고 있었다. 작가 조현택은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는 작품 등을 통해 자신의 현재와 과거의 소년으로서의 자신을 비교 관찰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새사회연대#인권#노순택#삼성건설#용산참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화물차는 굴러가는게 아니라 뛰어서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화물칸도 없을 수 있습니다. <신문고 뉴스> 편집장 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