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신 대체 : 4일 저녁 7시 50분]
민주당 등 야당은 물론, 민주노총까지 배제한 채 진행된 복수노조·전임자 임금 문제에 대한 노·사·정 3자 회담이 4일 오후 타결됐다.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부 등 노·사·정 3자는 4일 오후 복수노조는 허용하되 시행 시기를 2년 6개월 유예하고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부분은 사업자에 대한 실태조사 등 준비기간을 거쳐 2010년 7월께부터 '타임오프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사용자가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경우 처벌케 하는 조항도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뒀다.
타임오프제를 적용하게 되면 노사 교섭 및 협의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노사업무 종사자에 대해 근로시간을 면제, 임금을 지급하게 된다. 노사정 3자는 최종 합의문을 만들어 밤 8시께 공식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당 등 야4당과 민주노총은 "제1야당 민주당과 민주노총이 배제된 노사정 회담은 밀실 야합"이라며 복수노조 허용 유예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반대하고 있어 앞으로 해당 법안 개정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민노총 즉각 반대 입장 밝혀... "타임오프제, 헌법·노동법 기본원칙 '노사자치' 침해"
당장 민주당은 이날 노·사·정 타결 소식이 나온 직후 브리핑을 열고 "한국노총이 사실상 정부와 경총에서 요구해 온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사실상 수용한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특히 민주당 홍영표 노동위원장은 노·사·정이 대안으로 제시한 타임오프제에 대해 "(시행 과정에서)굉장히 노사 간의 갈등이 유발될 것"이라며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구색을 맞추기 위해 적당히 타협한 것이 타임오프제"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서를 통해 "한나라당과 정부는 오로지 재벌 등 사용자만을 대리한 일개 정파집단이고 한국노총 지도부는 수천 만 노동자의 권리를 팔아먹은 한심한 모리배로 전락했다"며 "국회 안팎의 연대와 투쟁을 통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복수노조 실행 유예는 사실상 복수노조 조항을 사문화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이라며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평했다.
민주노총은 아울러, "타임오프제는 '기타 노사관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다는 모호한 내용으로 헌법과 노조법이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는 노사자치에 대해 행정부의 개입을 가능케 한 것"이라며 "법적 정당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1신 : 4일 오후 3시 58분]
안에선 싸우고 밖에선 다투고... 한나라당, 노동법 '골치'
복수노조 허용·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을 둘러싼 노·사·정 협상이 4일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 그룹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협상안에 반발하며 탈퇴를 결정하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충돌하는 등 '불안한 행보'는 여전하다.
우선 노·사·정은 현재 실무자 회의를 통해 복수노조에 대해 '한시적 시행 유예'로, 전임자 임금 문제에 대해선 '사업장 규모별 차등 시행'으로 의견을 좁히고 있다. "내년 즉시 시행"을 주장하던 노동부가 지난 3일 한시적 유예와 규모별 차등 시행에 동의하고 적용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도 좁혀야 할 쟁점들은 존재한다. 현재 한국노총과 노동부는 복수노조에 대해 '1년 유예'로 가닥을 잡은 반면, 경총은 '3년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노동부는 또 전임자임금 지급금지와 관련해 사업장 규모에 따라 3년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다만 단계적 시행을 위한 사업장 규모를 아직 결정하지 못해 이를 놓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노총은 노조 전임자 임금 마련을 위한 노조 재정 확충을 위해 3년 유예를 주장한 반면, 경총은 5천 명 이상 사업장 즉시 적용을 주장해왔다. 특히 현대·기아차 그룹의 경총 탈퇴 이유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방침에 대한 반발로 알려져, 최종 합의에서 어떤 안을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갑론을박' 한나라당, "노·사·정 합의안 우선 존중하지만 보완할 부분 있다면..."
일단 한나라당은 '노·사·정 합의안 존중'이라는 기본 원칙을 밝혔다. 그러나 안상수 원내대표는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정부 및 노·사·정과 협의를 거쳐 보완하겠다"며 수정 가능성도 시사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열린 한나라당 의총에서는 이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됐다.
신지호 의원은 "지난 2005년 이후 지난 3년간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시행을 유보했지만 결국 3년간 늘어난 것은 전임자 숫자와 전임자 급여총액에 불과하다"며 "300인 사업체를 기준으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즉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의원은 "복수노조는 허용하되 노동부가 행정규칙으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선시행 후보완' 론을 주장했다.
홍 의원은 "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에 노조설립요건으로 노동자 25% 이상 동의 시 노조 설립이 가능하도록 설립요건 규정을 신설하고 교섭단체를 비례대표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또 "1만 명 이상 사업장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시행이 당론처럼 보도되고 있지만 1만 명 이상 사업장은 11개밖에 안 된다"며 "1천 명 이상 사업체는 복수노조를 허용하되 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시키고, 그 이하 사업체는 복수노조를 금지하되 전임자 임금지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출신인 김성태 의원은 "노사 간 평화가 정착된 시점에 복수노조 허용은 노·노 갈등, 노·정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복수노조 허용을 반대했고, "전임자 임금지급을 전면 금지하면 1970~80년대의 후진 노사관계로 돌아갈 것"이라며 "이미 (전임자 임금 등을 위한) 재정사업에 주력하던 노조들이 망한 사례가 여럿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한나라당은 복수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관련 당론을 오는 7일 오전 의총에서 확정하기로 했다.
합의안 나와도 넘어야 할 산 높아... 야4당·민주노총, "야합 결과 인정 못 해"
오는 7일 노·사·정의 합의와 한나라당의 당론 확정이 이뤄지더라도 원천적인 불안 요소는 남아있다.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임금 지급 금지 조항 삭제를 요구하고 있는 민주노총이 노·사·정 합의에서 배제됐고 민주당도 "제1야당인 민주당과는 아무런 상의도 없이 한국노총과 한나라당, 노동부, 경총이 나서 노사정 합의안을 만들고 밀어붙이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 등 야4당과 민주노총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정 6자 대표자 회의가 결론 없이 끝났으면 이제 국회 환노위에서 본격적으로 검토해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 결정하는 것이 순리"라며 현재의 노·사·정 합의안을 인정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이 "16일 1만 명의 간부 상경 투쟁을 분수령으로 보고 총파업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현장 사업장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는 이날 "복수노조 교섭창구 문제와 전임자임금 지급 문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지난 11월 30일 이후 민주노총이 배제된 가운데 진행되고 있는 밀실협의에서 어떠한 야합의 결과가 나오더라도 우리의 입장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금속노조는 "복수노조를 유예하면서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를 5천 명, 1만 명, 3만 명 이상 사업장부터 강행할 경우 금속노조 산하 현대·기아차, GM대우차 9만 조합원을 필두로 15만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총파업을 비롯한 총력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투쟁계획도 밝혔다.
한국노총의 상황도 마찬가지.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 등 지도부 퇴진론이 현장, 산별연맹을 중심으로 들끓고 있어 합의안이 마련되더라도 노총 내·외부의 후폭풍이 예상된다. 현재 한국노총 산하 화학노련·금속노련·공공연맹이 지난 3일 각각 성명서를 내고, 즉각 지도부 총사퇴 및 비상대책위 구성 등을 요구한 것이 그 단적인 예다.
특히 공공연맹(위원장 배정근)은 지도부가 밝힌 복수노조 반대 및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시행 유예 방침이 대의원대회 결정 사항과 위반된다며 임시대의원대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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