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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12월 5일), 아내는 아침부터 바쁩니다. 동창회행사가 있는 날이거든요. 등교를 하는 아들은 우유와 과자로 아침밥을 대신하고, 수능을 마쳐서 학교를 가지 않는 고3인 딸애는 방바닥에 배를 붙이고 누워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나는 채 씻지도 않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아내를 모임장소까지 태워줍니다.

"밥솥에 밥 있고, 솥에는 미역국을 끓여 놓았어요. 된장찌개도 냄비에 있고, 다른 반찬도 식탁에 올려놓았으니 아이들과 드세요."

아내는 손을 흔들면서도 영 미덥지 못한 눈치입니다. 나는 집에 돌아와서 딸애와 아침밥은 건너뛰기로 합니다. 아내가 있는 날에도 휴일에는 아점(아침과 점심식사를 11:30-12:00사이에 한 끼로 때움)으로 해결했으니까요. 12시가 넘어 점심밥을 챙기려는데, 딸애는 저번에 "엄니가 해 주었는데 맛있었다"며 "된장 삼겹살샤브샤브를 해 먹자"고 합니다.

완성된 된장 삼겹살 샤브샤브 삼겹살과 채소를 같이 넣어 3-4분 정도 익히면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완성된 된장 삼겹살 샤브샤브삼겹살과 채소를 같이 넣어 3-4분 정도 익히면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 한성수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도 제 누나의 주장에 혹해서 샤브샤브를 주장하는데, "삼겹살을 구워 먹자"는 제 주장은 씨알이 먹히지 않습니다. 이제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의령에 있을 때 식당에서 두어 번 먹은 것이 전부인데, 통 자신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삼겹살과 채소를 사오겠다"며 시장으로 나간 후 나는 아내에게 손전화를 해서 요리방법과 재료를 묻습니다. 그런데 "식당에서 먹어본 대로 만들었다"며 요리법을 일러주는 아내의 대답도 그리 미덥지 않습니다.

육수에 들어갈 재료들 무우 여섯쪽, 양파 반 개, 대파, 매운고추, 멸치, 조개, 미역줄기(다시마 대신)
육수에 들어갈 재료들무우 여섯쪽, 양파 반 개, 대파, 매운고추, 멸치, 조개, 미역줄기(다시마 대신) ⓒ 한성수

나는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우선 육수를 만들어야 합니다. 나는 된장을 꺼내어서는 채에 거르면서 물로 농도를 조절합니다. 여기에 적당량의 멸치와 조갯살, 땡초 세 개, 파 1개, 양파 반 조각, 무 여섯 조각을 넣고 육수를 끓입니다. 시장에서 돌아온 딸애는 "소스를 만들어 보겠다"며 양파를 다집니다. 나는 "양파와 배, 무를 갈아서 즙을 내어야 한다"고 일러줍니다. 딸은 "설탕이 없다"며 난감한 표정을 짓는데, 우리는 배즙을 조금 더 넣고 식초를 조금 넣어 양념장을 만들었습니다.

양념 소스 간장에 배와 무우, 양파는 갈아서 즙을 만들고 식초를 넣었다. 설탕은 넣지 않았다.
양념 소스간장에 배와 무우, 양파는 갈아서 즙을 만들고 식초를 넣었다. 설탕은 넣지 않았다. ⓒ 한성수

딸은 다시 시장에서 사온 시금치와 배추, 쑥갓, 팽이버섯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기 위해 소쿠리에 담아둡니다. 드디어 육수가 끓기 시작합니다. 나는 무와 양파, 멸치 등을 채로 건져낸 맑은 육수를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습니다. 시계는 벌써 1시 반을 가리키고 아들은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며 보챕니다. 드디어 육수가 끓고 우리는 삼겹살과 채소를 넣고 살짝 익혀다가 접시가 담습니다.

삼겹살과 어우러질 채소들 시금치, 쑥갓, 쌈(배)추, 팽이버섯, 케일
삼겹살과 어우러질 채소들시금치, 쑥갓, 쌈(배)추, 팽이버섯, 케일 ⓒ 한성수

된장 삼겹살 샤브샤브를 먹은 아이들의 반응.

고3 딸.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삼겹살 특유의 냄새는 없고 고기가 너무 쫄깃쫄깃했어요. 특히 약간 짠맛이 나면서도 달짝지근한 소스는 그 오묘한 맛이 환상이었어요. 눈물이 날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중3 아들.
"아버지, 된장 삼겹살 샤브샤브 식당해도 되겠어요. 살짝 익힌 채소와 얇은 삼겹살이 어우러져 지금까지 먹어본 음식 중 정말 최고였어요."

대패 삼겹살 비계가 적당히 있어야 부드럽고, 대패삼겹살이라고 해도 너무 얉게 썰지 않아야 한다.
대패 삼겹살비계가 적당히 있어야 부드럽고, 대패삼겹살이라고 해도 너무 얉게 썰지 않아야 한다. ⓒ 한성수

휴일에 귀찮다고 방바닥에 배붙이고 TV보다가 아이들과 자장면이나 라면으로 때우시려는 남편 여러분! 오늘 된장 샤브샤브, 어떠세요. 하시다가 어려운 점이 있으면 댓글로 올려주시면 자세히 답해 드리겠습니다. 아마 아내와 아이들이 아버지를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고,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겁니다.

재료비는 삼겹살 1만5000원(양이 제법 많았는데도 셋이서 다 먹었음) 시금치, 쌈배추 등 채소류 5000원, 멸치, 팽이버섯, 식초 등은 집에 있는 것을 사용했습니다.


#대패삼겹살#된장삼겹살샤브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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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 있는 소시민의 세상사는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싶어서 가입을 원합니다. 또 가족간의 아프고 시리고 따뜻한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글공부를 정식으로 하지 않아 가능할 지 모르겠으나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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