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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남도 신안군 지도읍 송도에 있는 신안수협 위판장. 이날 주인공은 젓새우였다.
전라남도 신안군 지도읍 송도에 있는 신안수협 위판장. 이날 주인공은 젓새우였다. ⓒ 이돈삼

지난 4일, 전라남도 신안군 지도읍 송도에 있는 신안수협 위판장. 금요일 위판장은 젓새우가 주인공이다. 드넓은 위판장은 젓새우를 담은 드럼으로 가득 차 있다. 경매사의 목소리에 힘이 가득 실렸다.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촌로들의 손길은 여전히 부산하다.

이렇게 경매를 끝낸 젓새우는 곧바로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빠져나간다.

"신안 새우젓 갑니다. 비키세요, 비켜."

이날 경매된 젓새우는 신안 임자도와 비금도 주변 해역에서 갓 잡아온 것들이다. 250㎏들이 드럼 1500개, 5억 6000여만 원 어치다. 예년에 비해 위판량도 늘고 위판금액도 늘었지만 어민들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예전엔 한 드럼만 잡으면 소득이 괜찮았는데, 지금은 열 드럼은 잡아야 예전 한 드럼 값어치를 한다"고 하소연한다. 그만큼 가격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젓새우는 잡히는 시기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지금 경매되는 젓새우는 추젓이다.
젓새우는 잡히는 시기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지금 경매되는 젓새우는 추젓이다. ⓒ 이돈삼

젓새우는 잡히는 시기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오젓, 육젓, 추젓, 동백하젓 등이 그것. 이 가운데 음력 6월경에 잡히는 육젓을 최상품으로 친다. 크고 살이 통통하며 맛이 고소하다. 이날 경매된 젓새우는 음력 9∼10월 잡힌다는 추젓이다.

종류만큼 가격도 다양하다. 한 드럼에 40만 원에서 최고 400만 원에 거래된다. 부르는 게 값일 때도 있었다. 지난 2000년 초반에는 육젓 한 드럼 당 1000만 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신안 젓새우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친 것은 품질이 좋기 때문이다. 육질 좋은 젓새우를 잡아 곧바로 배 안에서 신안산 천일염으로 젓을 담그기 때문이다. 신안산 천일염에는 게르마늄 성분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남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전남산 젓새우는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 글루타민산 함유량이 다른 지역 것보다 1.4배 높다. 단맛을 내는 라이신, 알라닌, 글리신, 프롤린 등의 함량도 높다. 뼈와 치아의 발육을 돕는 칼슘, 마그네슘 등 무기질 함량도 1.2배 가량 높다. 그만큼 맛과 영양이 우수하다.

하지만 신안에서 생산된 젓새우의 70∼80%가 원료 상태로 다른 지역으로 팔려나간다. 곰소, 강경, 광천 등 이름난 새우젓 상당수가 신안산 젓새우를 재료로 쓴다. 젓새우 주 생산지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지역 브랜드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인지도를 보여온 게 사실. 한마디로 '죽 쒀서 개주는 상황'을 되풀이해온 셈이다.

 젓새우 생산어민들이 최근 '신안새우젓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사진은 창립총회 모습이다.
젓새우 생산어민들이 최근 '신안새우젓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사진은 창립총회 모습이다. ⓒ 이돈삼

이런 상황을 타개해 보고자 생산 어민들이 직접 나섰다. 신안, 목포, 영광 등 젓새우 생산 어민 등 55명이 최근 12억 원의 자본금을 모아 '신안새우젓 주식회사'를 설립한 것. 어민들이 직접 유통회사를 세운 것이다.

생산어민들은 "전국 최대의 젓새우 생산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지역 특화소득원으로 개발하지 못했다"면서 "이제 생산 어민이 직접 참여한 주식회사가 설립함에 따라 실질적인 소득을 가져올 수 있게 됐다"고 환영했다.

신안새우젓 주식회사는 저장·가공·판매·유통에 직접 참여해 전남산 옛 새우젓의 명성을 되찾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동안 젓새우를 잡아 단순히 위판장에 내다 파는 수준에 머물렀던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여러 단계의 유통 과정을 없애 소비자와 직거래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생산자의 소득을 높이고 소비자도 값싸게 새우젓을 맛볼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4일 신안수협 위판장에서 젓새우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일 신안수협 위판장에서 젓새우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 이돈삼

이를 위해 신안천일염(주)는 '신안천일염새우젓'이란 브랜드를 개발, 상표등록을 했다. 동시에 신안군 지도읍에 최신식 젓새우 저온 저장고와 선별장 시설도 건설키로 했다. 내년 4월 이 시설이 완공되면 젓새우와 새우젓 유통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예정이다.

다른 한편으론 여기서 난 모든 젓새우를 '신안천일염새우젓'이란 브랜드로만 출하할 계획이다. 원료 상태로 출하하는 젓새우 양을 최소화하겠다는 것. 이렇게 함으로써 다른 지역 유명 새우젓의 '봉' 노릇을 그만 하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부 유통업체들이 수입산과 혼합해 판매하는 일을 없애는 데도 역할을 하기로 했다. 시쳇말로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 신안천일염새우젓의 이미지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젓새우만 29년째 잡아오고 있다는 김인석 신안젓새우(주) 대표이사는 "새우젓에 대해 전문가들도 수입산과 국산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 점을 악용해 일부 유통업자들이 수입산과 국내산을 혼용해 사용하는 바람에 신안새우젓이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밝히고 "이 점을 가장 우선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안 젓새우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신안수협 위판장. 드럼통에 젓새우가 수북하게 쌓여있다.
신안 젓새우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신안수협 위판장. 드럼통에 젓새우가 수북하게 쌓여있다. ⓒ 이돈삼


#젓새우#신안새우젓주식회사#신안수협위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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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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