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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동상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후면에 <세종이야기> 출입구가 있다.
세종대왕동상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후면에 <세종이야기> 출입구가 있다. ⓒ 금준경

"여러분은 광화문 광장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건국대학교 재학생 30명에게 광화문 광장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를 세가지씩 답하라는 내용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상위에 랭크된 키워드 다섯 개를 추린 결과는 다음과 같다.

 건국대학교 재학생 30명을 대상으로 광화문 광장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키워드 3개를 물었다.
건국대학교 재학생 30명을 대상으로 광화문 광장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키워드 3개를 물었다. ⓒ 금준경

설문 참여자들은 대표적 키워드로 이순신 장군 동상을 꼽았다. 광장 조성 이전부터 오랜기간 광화문 앞을 지키고 있다보니 참여자의 2/3 가량이나 대표 상징물로 인식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광화문 광장 주변 건물인 세종문화회관과 광장 중심에 있는 분수를 꼽았다. 최근 촬영으로 인해 차량통제 논란이 일었던 아이리스와 광화문광장의 새 상징물인 세종대왕 동상이 그 뒤를 이었다.

세종대왕 동상은 알겠는데 세종이야기는 뭐지?

한글날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에 세종대왕 동상을 제막했다. 제막과 동시에 광화문 광장 지하에 <세종이야기>라는 명칭의 세종대왕 전시관을 개방했다. <세종이야기> 홈페이지 인사말에 따르면 세종이야기는 "우리 역사의 위대한 성군,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는 전시공간" 이라고 한다. 이어 <세종이야기>의 지향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민족의 위대함과 역사문화의 우수성을 담아낼 도심 속 문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광화문 광장 방문여부와, <세종이야기>에 대해 알고 있는지 건국대학교 재학생 30명 대상으로 설문했다.
광화문 광장 방문여부와, <세종이야기>에 대해 알고 있는지 건국대학교 재학생 30명 대상으로 설문했다. ⓒ 금준경

그러나 <세종이야기>는 문화 랜드마크를 지향한다고 하기에는 개관 2개월이 지난 것치곤 인지도가 무척이나 낮다.  첫 그래프에서 세종대왕을 중심 키워드로 택한 사람들은 모두 세종대왕 동상만을 알고 있었고 <세종 이야기>를 키워드로 선택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세종이야기의 인지도 측정을 위해 실시한 설문 결과에서 30명 중 단 2명만이 알고 있었다고 응답했다.

대부분 모르는 '문화랜드마크' 세종이야기

<세종이야기>는 세종대왕 동상 후면과 세종문화회관, KT건물 앞을 통해 출입할 수 있다. 입구와 출구 개념이 따로 없으나 광화문 광장 방문을 겸해 세종대왕 동상 뒤편으로 입장하는 방문객이 많았다.

내부 전시관은 세종대왕과 관련된 8개 주제를 이야기의 흐름처럼 따라가도록 구성되어 있다. 인간세종, 민본사상, 한글창제, 과학과 예술, 군사정책, 위대한 성군 세종, 소통의 뜰, 새빛 서울이 그것이다.

 세종이야기는 PDA를 통한 해설과 미국,중국, 일본,스페인어로 팜플렛이 구비되어 있다.
세종이야기는 PDA를 통한 해설과 미국,중국, 일본,스페인어로 팜플렛이 구비되어 있다. ⓒ 금준경

안내데스크는 세종대왕 동상 후면 입구와 세종문화회관 입구쪽에 2개가 있다. 데스크 옆에는 안내책자가 놓여있는데 한국어 외에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로 구비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PDA안내 시스템, 음성안내시스템이 구비되어 있어 외국인이 방문했을 때 큰 불편 없이 관람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었다.

<세종이야기>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적인 전시관과 달리 정적인 전시물 나열이 주가 되지 않고 스토레텔링 형식의 영상, 터치스크린으로 구성된 전시가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멀티미디어적 요소가 최대 강점인 것이다. 이날 <세종이야기>를 관람한 이혜영씨는 "영상이 많아서 다른 전시관에 비해 덜 지루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뛰어난 인프라 구축에도 불구하고 <세종이야기>는 몇 가지 불편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개선의 여지가 있는 불편사항을 비롯해 취지가 의심되는 정치적인 불편함도 산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종이야기를 둘러보니

멀티미디어를 통한 전시가 최대 강점이긴 하나 너무 많은 탓에 영상과 소리가 혼재하게 되는 역효과를 발하기도 한다. 특히 과학과 예술, 세종의 군사정책 코너에서는 한번에 여러 소리가 섞여 번잡하다는 느낌이 든다. 세종대왕의 업적에 대한 애니메이션, 세종대왕의 군사정책에 관련한 영상이 제법 가까운 위치에서 재생되기 때문이다. 이 위치에 서게 되면 설상가상으로 세종대왕의 과학적 업적을 내레이터가 마이크로 설명해주는 장소까지 근접하여 관람에 방해가 되곤 한다.

<세종이야기>의 멀티미디어 전시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전시라는 강점은 양날의 검이 되어 현란한 모니터와 소란스러움을 주기도 한다.
<세종이야기>의 멀티미디어 전시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전시라는 강점은 양날의 검이 되어 현란한 모니터와 소란스러움을 주기도 한다. ⓒ 금준경

천정 높이가 여타 전시관에 비해 낮은 점도 불편사항이다. 전시관에 2m 정도 높이쯤 천정이 있는 지점이 제법 있는데 지하라는 특수성에 낮은 천정은 답답한 느낌을 준다. 178cm인 필자가 손을 들었을 때 천정에 닿는 지점이 많은 걸 보면, 키가 큰 관람객들이 이용하기에는 조금 불편한지 않을까 염려도 들었다.

<세종이야기>의 낮은 천정 큰 불편이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세종이야기>의 낮은 천정은 답답한 느낌을 준다.
<세종이야기>의 낮은 천정큰 불편이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세종이야기>의 낮은 천정은 답답한 느낌을 준다. ⓒ 금준경

전시관을 둘러본 후 자녀들과 함께 <세종이야기>를 관람한 부부를 만나봤는데 "아이들 교육용으로 좋았다"고 호평했다. 아이들 역시 기자의 물음에 "좋았어요!"라고 답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이용하기에는 전체적인 전시물 높이가 높았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아내의 이같은 말에 남편은 "우리 애들이 어려서 그런 것"이라고 아내에게 답했지만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배려도 필요한 부분으로 지적된다.

남편은 <세종이야기>의 불편한 점으로 "청와대가 가까이 있어서 그런가? 경비가 너무 많아 불편했다"고 말했다. 넓은 전시관도 아닌데 경비업무를 보는 사람이 많다보니 관람에 집중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전시관에는 내레이터 이외에 5명 정도의 경비가 있었다. 광화문 광장에 전의경들이 항상 순찰중인 점까지 고려하면 광화문 광장 주변 어디를 가든 감시당하는 느낌을 받을 가능성이 충분했다.

<세종이야기>를 관람중인 가족 위의 인터뷰에 응해주신 가족분들이다.
<세종이야기>를 관람중인 가족위의 인터뷰에 응해주신 가족분들이다. ⓒ 금준경

오세훈의 광화문 광장, 오세훈의 세종이야기?

<세종 이야기> 전시관을 둘러보고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나가는 입구 사이에  새빛 서울 이라는 코너가 있다. 세부적으로  세종의 고향 서울, 서울의 어제와 오늘, 서울 디자인 비전이라는 4종류의 전시주제가 있다. 그러나 세종대왕과 서울의 역사를 함께 전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수긍할 수 있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책 홍보가 전시관 벽면을 가득 채운 점은 석연치 않았다. <세종이야기>에 전시할만한 주제라고 하기에는 그 당위성에 큰 의문이 들 정도인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에 대한 홍보내용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종이야기>의 정부정책 홍보 세종대왕 전시관에 도시재창조, 한강르네상스 등 오세훈 시장의 정책홍보. 어울린다고 생각하십니까?
<세종이야기>의 정부정책 홍보세종대왕 전시관에 도시재창조, 한강르네상스 등 오세훈 시장의 정책홍보. 어울린다고 생각하십니까? ⓒ 금준경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광화문 광장은 집회가 원천 금지되어 있다. 미디어법 반대를 외치는 언론노조의 1인시위를 수시로 제지하는 것을 보면 신고할 필요가 없는 1인 시위까지도 금지 대상에 포함되는 듯하다. 개장 이래 광화문 광장의 주인은 드라마 아이리스가 유일무이했다. 여백이 없는 광장, 전시와 홍보의 광장. 결국 시민들은 광장의 주인공이 아니라 분수, 동상, 플라워카펫을 즐기는 구경꾼에 그친다.

광화문 광장 지하에 위치한 <세종 이야기>는 서울 도심이라는 지리적 이점 위에 교육적, 관광적인 이점을 지닌 전시관이다. 우리나라의 여타 전시관과 비교해보면 크게 흠 잡을만한 면도 적은 편이었다. 그러나 서울시가 소통의 공간을 홍보의 공간으로 변질시키면서 시민을 '주체'에서 '객체'로 내쫓는 광화문 광장의 모습은 지하에서도 재현되어 있다.

<세종이야기>가 기획대로 문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시민들과의 피드백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쌍방향 소통'의 전시관, 시민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시민들 참여로 만들어가는 모습으로 말이다.


#광화문#광화문광장#세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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