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사진 강좌를 진행하고 있는 사진전문 갤러리 '봄'의 박성민 대표가 수업 중에 수강생 100명에게 가족의 모습을 촬영해오도록 했다.
가족의 의미를 혈연관계로만 보지 말고 폭넓게 바라볼 것을 요구했다. 속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도 가족이 될 수도 있고, 가족과 지낸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직장 동료도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 기러기 아빠에겐 TV와 컴퓨터가 가족일 수 있고, 내 마음을 달래주는 우리 집 강아지도 가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한 달의 촬영 기간이 끝난 후 가족사진을 취합했는데 32점 밖에 제출되지 않았다. 이들 모두에게는 사진기가 있었고,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스스로가 가족이라 생각하는 범주에서 촬영하도록 여유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조한 결과가 나온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애초 기획 의도는 가족사진 촬영이었지만 박 대표는 "촬영하지 못한 수강생들의 사연을 들으며 2009년 현재 우리에게 가족사진촬영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가족은 누구이며, 무엇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는지, 그리고 그들에게 가족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사진을 제출하지 않은 수강생 대부분은 '가족을 모두 모을 수 없었다'는 이유를 댔다. 가족 중 일부가 타지역에 나가 살기도 하고, 가족의 출퇴근 시간이 일치하지 않기도 하고,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 가족 구성원도 있더란다. 가족의 의미를 포괄적으로 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대부분은 혈연관계를 극복하지 못했던 것.
그나마 가족 범주에 강아지를 포함하거나 한 달 동안 가족을 모을 수 없자 몇 년 전 찍었던 사진이라도 제출한 경우, 고3 수험생이 바빠서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없자 아이의 학생복을 옆에 두고 찍은 사진 등은 양호한 축에 속한다. 어떤 수강생은 가족 중 일부가 제출된 사진이 전시되는 것을 꺼려한다는 이유로 전시 바로 전에 되가져간 경우도 있다.
그렇게 어렵게 모아진 '가족 2009' 사진전이 갤러리 봄에서 열리고 있다. 카메라 속에 모습을 드러낸 그들은 관람객에게 '가족은 누구이며, 무엇이냐'고 묻고 있는 듯하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사진전이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뜻 깊은 전시가 되고 있다. 15일까지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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