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송은 흔치 않은 나무다. 중국 북부가 원산지이고 동남아에 퍼져있는 소나무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몇 그루만이 생육하는 희귀종이다. 백송은 그 껍질이 약재가 된다는 속설 때문에 사람들에게 수난을 당하기도 해, 그만큼 보존하기가 힘이 든다고도 한다. 우리나라의 백송은 대개가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어, 보존되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8호인 서울 재동의 백송, 제9호인 서울 조계사 백송, 제60호인 고양송포 백송, 제106호인 예산 용궁리 백송, 제253호 이천 신대리 백송 등이 있다.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신대리에 생육하고 있는 백송을 찾아 나섰다. 여주 이포에서 이천으로 가다가 보면, 우측으로 이천 백송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그런데 몇 바퀴를 돌아보아도 눈에 띄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신대리 마을에 있는 집을 들어가 물었더니, 어르신께서 눈앞에 두고 찾느냐고 웃으신다. 이럴 때는 참으로 민망하다.
백송은 나무껍질이 넓은 조각으로 벗겨지면서 흰빛으로 변하기 때문에 백송 또는 백골송이라고도 한다. 마을 한편 야산에 자리한 이천 백송은 멀리서보면 우산처럼 생겼다. 위는 좁고 아래로 내려오면서 우산처럼 퍼져있다. 230여 년 전인 조선시대에, 전라감사를 지낸 민정식의 할아버지인, 민달용의 묘소에 심은 것이라고 전한다.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다니면서 본 백송 중 생육상태가 가장 좋은 나무로 보인다.
현재 이천백송이 있는 곳은 이천시 백사면 신대리 산 32에 소재한다. 나무의 높이는 16.5m 정도이고, 가슴높이의 둘레는 2m 정도이다.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야산에 위치해 있다. 이천 백송을 보면서 처음 느낀 것은 한 마디로 '참 아름답다'라는 감탄사였다. 그만큼 나무가 아름답다. 중간에 가지들은 구불거리면서 자라, 마치 이 지역의 나무들이 이런 형태로 자라는 것이 지역성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멀지 않은 곳에 자라는 이천 반룡송의 나뭇가지도 마치 용처럼 휘감아 뻗었는데, 이 백송 역시 가지가 많이 구불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천 백송을 찬찬히 살펴본다. 밑동은 조금 위로 올라가 두 갈래로 갈라졌다. 나무의 줄기는 번성하여 어느 백송보다도 힘찬 모습이다. 위로 오르면 나무의 줄기가 하얗다. 눈이라도 온 듯 맑은 흰색에, 검은 무늬가 옅게 드리워져 있다. 솔잎도 싱싱하다. 전체적으로도 아름답다. 밑동 쪽에는 외과수술을 한 흔적이 보이지만, 위로 올라가면서 더욱 무성한 잎을 달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나무이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희귀종이기 때문에 천연기념물로 지정을 했을 것이다. 아래쪽으로 난 가지도 무성하게 잘 자라고 있다. 마을에서는 이 나무를 꽤나 신령스럽게 여기고 있는 듯하다. 백송을 촬영하는 내내 사람들의 눈길이 떠나지를 않는다. 혹시나 나무를 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해서인가? 한 때는 나무껍질을 사람들이 벗겨가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고도 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었던 몇 그루의 백송들이 지정 해제를 당하기도 했다. 그래서인가 이천 백송이 더 소중하게만 느껴진다. 눈앞에 둔 백송을 찾아 마을을 몇 바퀴나 돌았기에, 이 백송이 더욱 정감이 가는가 보다. 이 소중한 나무가 잘 자라주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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