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에 대한 학교에서의 배려와 교육을 보면 국가가 왜 존재하며 우리는 세금을 왜 내는가를 실감하게 된다. 미국 미시간주의 경우 지역 주민들이 낸 재산세중 많은 액수가 교육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정신적, 신체적인 장애학생들에 쏟아 넣는 예산은 일반학생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애학생들이 공립학교를 다니면 우선 장애학생 전담교사(Special Education Teacher)반에 배치된다. 이곳 미시간의 A중학교의 경우는 약600명의 학생중에서 20여 명이 특별반 소속이다. 특별반은 나이나 장애 정도가 아니라 학습능력에 따라 학년에 관계없이 현재 2개반만으로 편성되어 있다.
특별B반의 경우는 학습능력이 초등학교 상급학년이상 수준이다. 그러나 특별C반의 경우는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학습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그러한 C반학생들의 경우도 과목에 따른 학생들의 학습능력은 천차만별이다. 언어능력이 매우 탁월하여 변호사가 장래의 꿈인 학생도 있고 아인슈타인수준은 아니지만 수학능력이 월등한 한 학생은 수의사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학생들은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처럼 집중력이 매우 떨어지거나 혹은 요즘 증가일로에 있는 자폐아들 그리고 뇌성마비로 휠체어를 타야 하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일단 학교에 있는 동안 학교당국은 무엇보다도 장애학생 개개인의 정신적. 신체적인 안정과 안전에 최선을 다해 배려해 준다. 교직원들은 거의 모든 장애학생들의 이름을 부를 수 있고 서로 지나칠 경우 안부를 묻고 격려의 인사를 나눈다. 학생들 또한 따뜻한 자세로 당연히 장애학생들을 배려하는게 몸에 배어 있을 정도이다. 학교에 상주하는 캠퍼스 경찰 1명과 2명의 홀매니저는 복도를 통해 학생들이 이동하는 시간이면 복도 내부를 지키고 서있다(학생들이 수업시간 도중에 복도를 혼자서 걸어 나갈 필요가 있을 경우는 담임교사는 반드시 패스를 해당학생에게 주어야 한다). 이곳의 교직원들은 학생의 안전이 최우선임을 가장 잘 인식하고 실천하는 구성원들이라는 것을 바로 실감할 수 있다.
수업에 대한 배려는 어떠한가? 그것은 정말 파격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디. A 학교의 경우만 해도 2명의 특수교사(각 반 담임교사)에 10명의 보조교사가 배치되어 있다. 이들 보조교사들은 학습자료 준비에서 화장실사용에 이르기까지 그림자처럼 학생들을 따라다니며 돕는다. 담임선생격인 홈룸티처가 담당하는 영어와 수학시간에는 학생들의 진도에 맞게 보조교사도 참여하여 많은 경우 그룹지도를 해주거나 개별지도를 해준다. 물론 새로 외국에서 입학해온 학생에게는 ESL 전담교사를 배치하기까지 한다.
그외의 미술, 사회, 과학 등시간에는 보조교사들이 모든 학습자료를 챙겨서 수업에 들어가 일일이 도와준다. 시험은 보다 쉬운 문제로 별도로 치르게 하는 경우가 많다. 수업시간외에도 2명의 고정 카운셀러 그리고 비고정 쇼셜워커, 스피치 테라피스트와 정신상담사가 정기적으로 학교를 방문하여 학생들의 학교생활전체에 걸쳐 여러 측면을 도와준다. 그래서인지 학교에서의 학생들의 표정은 누구보다도 밝다. 휠체어를 타는 여학생 D의 새해 소원은 수학을 더 열심히 공부하고 엄마를 더 많이 도와주는 것이다.
더욱 특이한 일은 이들 특별반 학생들은 등교부터 하교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다. 우선 등교부터가 여타 학생들과 달리 본인이 선택만하면 장애인 전용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 정문으로 들어온다(부분 사진 참조). 일반학생들이 학교의 후문이나 측문을 통해 들어오는 것과는 다르다. 이들 학생들은 점심시간이 되어도 일반학생들보다 10분 정도 먼저 카페떼리아에 도착하여 고정좌석에 앉을 수 있게 배려한다. 카페테리아에서 일하는 직원들 또한 장애학생들이 먹고난 후 정리하고 치워주는 일까지도 도맡아준다. 일반 학생들의 경우는 엄격하게 규칙을 지키도록 감시하면서 말이다.
미국은 물론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제도이다. 미국에서 의무 교육이란 수업료(연간 5000달러정도로 유학생들이 부담해야 하는)는 물론 없고 교과서 등 모든 학습자료와 일부학용품까지 모두 무상으로 공급해주는 것을 말한다. 장애학생의 경우 대부분 무료급식을 받는다. 그뿐만이 아니라 부모의 소득이 없거나 낮으면 매월 500달러이상의 생활비도 지급받는다. 그리고 26세에 이르기까지 직업학교이든 대학이든 교육비를 전적으로 지원해 준다. 각주의 경제담당국에서 자신의 능력에 맞는 직장에 최우선적으로 취업을 알선하여 주기까지 한다. 장애가 아주 심한 경우는 별도로 전문간호사가 배치된 그룹홈(과거의 수용소가 아닌) 에서 평생을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살 수 있도록 법적인 보장을 받고 있다.
멀리 지구 반대편 조국에서 금년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장애우들의 통곡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연초를 맞고 있다.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2010년에도 그들의 시련은 더욱 가혹해져 가는 것 같다. 다시 한번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나 좋은 정부가 해야 할 최우선 정책을 묻고 싶다. 물론 여기에서 유럽 여러 나라의 수준에 아직 미치지 못하는 미국의 교육제도가 우리 나라의 이상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하나의 기준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민족국가인 미국에서도 아무 차별없이 장애인을 그야말로 극진히 배려하는데 우리 조국은 왜 이러한가? 우리 모두 한민족인 것을 자각하면 어려운 문제도 쉽게 의견을 모아 해결할 수 있을 터인데... 유난히 교통사고가 많은 나라 우리 모두 장애인이 될 잠재성을 다분히 안고 매일을 살아나가고 있다. 더구나 부모의 의지와는 아무 관계없이 장애인이 된 우리의 어린 학생들중에는 미래의 스티븐 호킹이나 헬렌 켈러가 탄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많다. 그들이 아무 걱정없이도 잘 교육받고 마음에 상처받지 않으면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고 행복을 추구해 나갈 수 있도록 국가가 전적인 책임을 져야할 시기를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