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아이가오줌으로 그린섬하나하얀 물소리에 씻겨서빨랫줄에 널리고언덕보다 높은 꿈을 꾸는갖가지 옷가지들옥상마다 높이 걸려서바람의 몸을 빌려입고하늘까지 나들이 갔다돌아온다엄마의 손끝에서날마다 파도처럼하얀 거품에 씻기는때묻은 얼룩들온종일 환한 햇살 속에서보송보송아기의 속살보다하얗게 표백되어서도돌이표처럼 돌아온다
[시작메모] 요즘은 동네 골목길을 지나다녀도, 건물 옥상이나 골목길 담벼락에 널린 빨래 널어 놓은 풍경을 잘 구경하기 힘들다. 세탁기의 탈수기를 이용해서 빨래를 짜고, 일회용 아기 기저귀를 쓰는 때문일까. 바람에 펄럭이는 하얀 아기 지저귀 널린 풍경은 정말 구경하기 힘들다.
내가 어릴 적만해도 동네 가운데 공동 우물 빨래터가 있고, 가까운 강이나, 냇가에서 빨래하는 모습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세탁기가 나온 이후, 주부들은 대부분 손빨래보다는 세탁기 빨래를 이용한다. 그러나 빨래는 세탁기 빨래보다 손빨래가 휠씬 깨끗하고 고급옷은 꼭 손빨래를 해야 오래 입는다.
빨래의 매력은 하얀 거품을 일구어 깨끗하게 빨랫줄에 널고 난 뒤의 개운한 기분이다. 이럴 때 알게 모르게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확 풀리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대개의 주부들에게서, 빨래는 더러운 옷가지를 씻는다는 의미를 초월한, 마음의 빨래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