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작은 사회인 학교 속에서 진정으로 학생자치가 빛나던 시절이 있었던가?
이제는 학생자치란 학교 현실속에 잠식되어버린 지 오래된, 그래서 관심도 없는데 괜히 말 꺼내기조차 미안한 주제가 되어버렸다. 이 사회의 어느 누구도 학생들에게 자치를 기대하지않는다. 또한 학생들 역시 더 이상 자치를 생각하면서 선거에 출마하지는 않는다. 이제 곧 닥칠 대입에서의 스펙을 위한 선거,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들을 한껏 뽐낼 수 있는 하나의 수단, 지금 당신들이 생각하는 학생회에 대한 의미가 이것 말고도 더 있는가.
매년 이맘때쯤이면 중고등학교며 대학교는 학생회장선거 열기로 한창 뜨겁다. 필자는 대한민국 고3을 앞둔 지금, 학생회장선거에 열 올리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생각한 바를 글로 옮겨보고자 한다.
민주주의 사회의 꽃은 두 말 할 필요도 없이 '시민참여'이다. 이러한 '참여'의 과정, 하나 하나를 배워나가는 것이 바로 학생회의 역할이자 의미일 것이다. 편의상 '학생회'라고 불리는 '학생자치회'에 괜히 '자치'라는 말이 붙어있진 않을 것이다. 우리는 '자치'라는 의미를 깨닫고, 그 의미에 따르는 본질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현 세태 속의 학생회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한숨만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이미 대입의 노예가 되어버린 고등학교 현실에서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학생회의 의미 상실,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단 하나 확실한 것은, 학교에서부터 시작된 '자치'에 대한 무관심과 비참여는 미래의 더 큰 사회로 나간 후에도 학교에서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될 것이다.
학교 현실의 학생회를 보자면 그렇다. 일단 가장 특징적인 것은 '공약'이다. 학생자치의 가장 한 가운데에 공약이 있는데, 공약을 생각해내기까지와 공약을 실천하기까지의 과정이 바로 학생자치의 가장 큰 매력인 것이다. 학생들의 대표자로서 당당하게 선생님들 앞에 서서 학생들 스스로 개선할 점을 찾아 고쳐나가는 것이 바로 학생자치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학교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공약'의 존재를 느낄 수가 없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왕따 없애기, 깨끗한 학교 만들기'와 같이 기본적인 폼이라도 달고 나오는 등 공약을 고민하는 모습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지금은 '웃기면 된다'라는 안일한 발상과 함께 '공약'은 존재 의미를 상실한 채 이름만 남겨져버렸지만 말이다. 또한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있어 '공약'이란 말 자체가 그저 선거 홍보때 형식적으로 갖추는 일회용 수단일 뿐이다.
그들에게 '공약'은 꼭 지켜야할 이유도, 의지도 없다. 안 지키는 게 당연하고 안 지킬 것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진행되는 것이 학생회장 선거인 현실이다. 이러한 행태들이 만연한 가운데, 이제는 진정한 학생회를 찾을 수가 없다.
우리는 학생회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밑에서부터 올라와야 한다는 것을 느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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