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경남 남해 유포마을이 갑작스레 소란스러워졌다.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랑이 가득담긴 김장김치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하는 김장이지만 올해 서면의 김장담그기는 다른 읍면과는 조금 달랐다. 재부서면향우회의 임원진들이 직접 고향을 찾아 김장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이날 박정삼 재부남해군향우회장과 류지선 재부서면향우회장을 비롯해 이충엽 동의과학대학 총장, 조동순 동래구의회 의원, 서정술 고문, 김준길 재부대서초동창회장, 이치일 재부남해군향우회 체육분과위원장 등 50여명의 향우들이 참석해 함께 사랑의 김장을 담갔다.
재부서면향우회는 놀고 즐기기만 했던 연말 송년행사 대신 이웃들에게 사랑을 베풀기 위해 고향을 찾았다. 게다가 송년행사에 쓰이던 소모성 비용을 절감하는 대신 김장 비용 전액을 부담했다. 특히 이번 김장에 쓰인 배추는 9월부터 재부서면향우회가 면내 휴경지에서 직접 가꿔 그 의미를 더했다.
이날 담근 김장은 총 2500포기. 이정도 양이면 10년이 넘도록 읍면을 순회하며 매년 2만여포기의 김장을 했던 부녀회원들도 "아이고~" 소리가 나올 정도의 양이다.
처음 담는 2천여 포기의 김장에 나도 모르게 "허리야~ 다리야~" 소리가 절로 흘러나온다. 괜스레 사서 고생을 하는 듯 하지만 모두들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한 향우는 "난생 처음 하는 김장이라 서툴고 힘들지만 이렇게 기분 좋았던 적은 최근 몇 십 년 사이에 처음인 듯하다"며 연신 콧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한다.
재부향우회는 부녀회원들에게 "오늘은 향우회가 주인공이고 고향 이웃들은 장소만 제공한 '손님'이니 너무 열심히 일하지 말고 쉬엄쉬엄 하라"고 주문한다. 반면 부녀회원들은 귀빈들이 너무 고생한다고 참부터 먹으라고 성화다. 서로 궂은일을 도맡아 하려 하는 모습에 따뜻한 고향의 정이 느껴진다.
류지선 재부서면향우회장은 "소모적이었던 송년행사 대신 뜻있는 일을 하기로 의견을 모아 이렇게 고향을 찾게 됐다"며 "직접 배추를 재배하고 십시일반 마련한 기금으로 재료를 마련해 서툰 솜씨로 담은 김치지만 정성이 가득 담겨있으니 맛있게 드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류 회장은 "배추를 심고 난 후 걱정이 돼 종종 남해를 찾았다. 우려했던 것보다 배추농사가 잘 돼 기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우리의 작은 도움으로 이웃들이 훈훈한 겨울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길게만 느껴졌던 김장담그기가 끝나고 어느새 재부서면향우회가 돌아갈 때가 됐다. 김장을 하느라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그 마음만은 고향 이웃들에게 충분히 전해졌을 것이다. 화방복지원에 전해줄 김치를 버스 가득히 싣고 화방복지원으로 향하는 재부서면향우회의 뒷모습에서 진한 고향사랑의 내음이 풍겨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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