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4대강 예산안과 세종시 등 현안을 풀기 위해 대통령과 여야 대표 '3자 회담'을 거듭 제안하고 나서 성사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일단 민주당은 정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고, 청와대도 "적극 검토해보겠다"고 화답해 3자 대면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정 대표는 16일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함께 만나 대화로 정국을 푸는 모임을 가질 것을 다시 한 번 제의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소는 꼭 청와대가 아니어도 좋다"면서 "이 대통령이 얼마전 욕쟁이 할머니를 찾아갔듯이 바깥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날(15일)도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를 통해 "꽉 막힌 정국을 뚫기 위한 여야대표회담을 제안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까지 포함된 이날 제안은 전날 제안에서 한발 더 나간 셈이다.
정몽준, '여야대표회담→대통령·여야대표회담' 바꿔 제안... 이유는?
정 대표가 3자 회담을 전격 제안한 것은 4대강 예산으로 꽉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헌법이 정한 새해 예산안 처리 시한을 보름이나 넘겼지만 여야 대치로 인해 본회의 상정은 커녕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상태로는 불과 15일 밖에 남지 않은 올해 안에 여야 협상으로 새해 예산안을 처리할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18대 국회가 사상 최초로 준예산을 편성하는 불명예도 안게 돼 있다.
정 대표는 야당이 새해 예산안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4대강 때문이라는 점을 들어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야당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도 보인다. 이 대통령의 '결자해지'를 촉구하는 묘수인 셈이다.
민주당은 정 대표의 제안을 일단 수용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최근 4대강 예산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여야 간의 극한 대치를 해소하기 위해서 여야가 회담을 해야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정 대표의 제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중재, 이명박-정몽준 협상하라"
3자 회담을 통해 대화의 실마리는 풀렸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제안을 수용하면서도 3자 회담을 전격 제안한 배경에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우 대변인은 "어제는 여야대표회담을 제안하더니, 오늘은 갑자기 대통령까지 포함된 대표회담을 제안했는데 진의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형식적인 3자 회담과 연이은 결렬 선언 뒤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다"며 새해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또 3자가 만나되 여야대표회담이 아닌 여야영수회담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4대강 밀어붙이기에 한나라당이 들러리를 서고 있는 만큼 '당-청'이 각자 한발씩 양보해 야당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세균 대표가 '이명박-정몽준'을 중재하는 입장에서 3자 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3자 회담이 이뤄지더라도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4대강을 정권의 '핵심 사업'으로 밀어붙이는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야4당이 요구하는 '수공 예산안 800억 삭감' 등을 수용하기란 어렵다. 따라서 3자 회담이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꽉 막힌 정국이 일괄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섣부르다.
오히려 한나라당은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새해 예산안을 단독 처리할 수 있다며 연일 엄포를 놓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도 "민주당이 내일(17일)까지 계수조정소위 구성을 거부하고 예산심사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은 물론 국민들이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또 "민주당이 벌이는 예산 발목잡기는 국민들의 삶과 생활을 볼모로 삼아 정략적인 예산태업"이라며 "용납할 수 없는 직무유기"라고 비난에 열을 올렸다.
반면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4대강 사업은 이 대통령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숨통이 트이지 않는다"며 청와대의 정치적 결단을 거듭 촉구했다. 다만 그는 "민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과 토론을 통해 이 문제를 풀 용의가 있다"고 말해 지금까지의 '강경 노선'에서 한발 물러선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