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2시, 김형오 국회의장단 일행이 헤이리를 방문해서 이정호 헤이리 이사장님으로 부터 커뮤니티 하우스에서 헤이리 마을에 대한 현황과 비전을 설명 듣고 몇몇 주민들과 헤이리를 둘러보았습니다.
모든 일행들과 버스로 천천히 마을을 순회한 다음 한향림 갤러리의 1층 한국 근대도기(옹기) 전시관에서 한향림 관장님으로부터 소장품인 각 지방별 항아리에 대한 특징을 설명 듣고 2층 현대도예전시관에서 한향림 갤러리의 두번째 소장전인 '질그릇과 푸레독'전을 관람했습니다.
이어 정치우표박물관, 아고라로 옮겨 신명순 교수님의 안내로 1층의 세계정치관과 2층의 한국정치관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 아고라를 나서면서 방명을 남기셨습니다.
"헤이리 사람 같은 政治를 꿈꿉니다."
일행은 2시간 동안의 헤이리 투어를 마치고 오후 4시에 헤이리를 떠났습니다.
김 의장은 "자연과 예술이 조화된 마을을 만들어가는 예술인들의 꿈이 계속되고 있는 헤이리가 자랑스럽습니다. 정치인들이 녹색혁명을 얘기하기 훨씬 전 헤이리 주민들은 이미 그것을 실천하고 계셨군요"라며 예술과 생태가 조화를 이룬 마을을 만들어가는 주민들의 노력과 선견을 칭찬했습니다. 또한 "헤이리의 주민이 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심사가 있다던데, 저는 불가능하겠군요"라며 정치에서 은퇴하면 헤이리에서 살고싶다는 개인적인 생각도 내보였습니다.
김 의장 부부의 헤이리행에 황진하 파주 국회의원과 류화선 파주시장이 헤이리에서의 일정을 함께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치인과의 교분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적지 않은 정치인들이 대중 앞에서는 겸손을 보이지만 단상 아래에서는 불손하며, 성격이 연하기보다 질기며, 진정 어려운 이웃보다 전시적인 일에 더 돈을 쓰고, 말이 앞섭니다. 또, 세력 과시적이며 스스로의 업적을 과장하며, 아랫사람을 섬기기보다 윗 세력에 아부하며, 늘 국민의 뜻을 말하지만 실상은 본인의 편협한 주관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정적의 티끌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좋은 시력을 가지긴 했지만 자신의 대들보만한 단점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 색맹이 있고, 미디어 앞에서 연기인보다 더 연기에 능하며, 문화적이기 보다 권위적인 모습들을 여러 차례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정치인들과 정치인들의 발언을 대할 때면 정치제도라는 것의 효율성에 큰 의문을 갖게 됩니다.
저는 김형오 의장이 저와 악수하면서 무슨 말씀을 할까 궁금했습니다.
"모자가 멋있습니다."그래도 의장을 위해 전혀 보탬 되는 일을 한 적이 없는 제게 "감사합니다"라는 의례적인 말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실망은 아니었습니다.
국회의장은 대한민국 의전(儀典) 서열이 2위입니다. 대통령 다음이지요. 대한민국의 운명에 영향력이 큰 만큼, 국회의장단 일행의 헤이리 방문이 목소리 낮아진 국회, 정략 상대의 공격보다 국민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국회, 간혹 유머도 구사하는 말랑말랑한 국회, 무엇보다도 정치인들의 예술적 감성을 고취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헤이리 사람 같은 정치'를 꿈꾼다는 김 의장의 방명에서 희망을 봅니다. 정치야말로 당리나 당략에 따른 다툼보다 조화가 생명인 예술 같이 아름다워야 된다는 것이 모두의 바람이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1.co.kr과
블로그 www.travelog.co.kr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