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일까?
11월에 시작된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20공구(합천보)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공사 현장 아래 낙동강에 설치해 놓은 오탁방지막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합천보는 창녕군 이방면~합천군 덕곡면 사이 낙동강에 들어서는데, 전체 길이는 322m이며, 높이는 9m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11월초부터 가물막이(흐르는 물을 막기 위해 임시로 만들어 놓은 시설물) 공사를 하고 있다.
최근 합천보 공사 현장 조사를 벌인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은 "합천보 공사 현장에서는 이미 수질 오염이 시작되었다"면서 "물을 맑게 하고 홍수 피해를 막겠다며 진행되고 있는 낙동강의 보 건설 사업이 부실덩어리임을 현장이 증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천보 공사 현장의 낙동강에 설치된 오탁방지막은 1차와 2차로 설치되어 있다. 공사 현장에서 60~70m 정도 떨어진 하류에 1차 방지막, 거기서 또 60~70m 아래에 2차 방지막을 해놓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방지막에는 온갖 물질이 쌓이고 있다. 그 때문에 본래 1자 모양으로 설치됐던 방지막이 이제는 불룩한 배 모양으로 변해 버렸다. 물 속에 있어야 할 천(헝겊)조각의 윗부분이 물 밖으로 드러난 부위도 있다.
마창진환경연합 "방지막 부분적으로 터져"임희자 마창진환경연합 사무국장은 "합천보 현장의 오탁방지막은 부분적으로 터져서 부유물들이 밑으로 떠내려가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보면 부유물들이 가득 갇혀 있어 터지기 직전이며, 흙탕물은 이미 흘러넘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공사 중 떠내려오는 오염물질들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오탁방지막을 쳤지만,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부유물들은 오탁방지막에 걸려 쌓이고 쌓여서 어떤 부분에서는 이미 오탁방지막을 찢고 밖으로 흘러내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단체는 "오탁방지막에 부유물이 쌓이면 부유물이 넘어가거나 오탁방지막이 터질 우려가 있다"면서 "어떤 부분에서는 이미 오탁방지막을 뚫고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고, 만약 이런 상황에서 생각지도 못한 큰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오탁방지막은 터져 버릴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강은 오염에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됨으로써 낙동강을 식수로 사용하는 800만 시민의 식수원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밝혔다.
마창진환경연합은 "방지막의 미세한 구멍을 부유물들이 다 막아 버린 상황에서 물이 흐르게 되면 당연히 막히지 않는 쪽으로 흘러가게 될 것인데 이렇게 허술하게 방지막을 쳐놓은 것은 시민의 식수원을 아주 우습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오탁방지막이 걸려 있는 곳 주변에는 온갖 쓰레기들을 태우고 그대로 버려둔 모습들도 보였다"고 밝혔다.
한국수자원공사 "매일 체크... 환경영향평가 협의 조건 준수"한국수자원공사 경남지역본부는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태도다. 수자원공사는 현장에 환경관리자를 파견해 감시하고 있고, 매일 보고를 받고 있으며, 지금까지 환경영향평가서의 협의 조건을 준수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수자원공사 경남본부 관계자는 "방지막은 2차에 걸쳐 설치되어 있고, 2차 방지막을 통과하면서 저감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환경영향평가서의 협의 조건에 맞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 경남본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매일 체크하고 있다. 공사 초기에는 탁도가 있는 물이 조금 흘러가기는 했지만 지금은 괜찮다"면서 "평소 갈수기에도 낙동강의 부유물질(SS)은 10ppm 정도였으며, 지금은 10~20ppm 정도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방지막이 조금 불룩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면서 "낙동강 수질은 평소에 비해 크게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경남도청 국책사업지원과 관계자는 "공사와 관련된 업무는 수자원공사에서 담당하고 있다"면서 "오탁방지막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박재현 교수 "방지막은 지금 정도면 다 막혀... 효과 없다"그러나 박재현 인제대 교수(토목공학)는 "방지막은 한약을 짤 때 사용하는 헝겊으로 생각하면 된다. 방지막의 입자가 세밀하기 때문에 합천보의 경우 지금 정도가 되면 다 막혔다고 보면 된다"면서 "방지막이 막히면 물질을 걸러주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 흙탕물이며 물질이 그대로 내려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방지막이 막혀버렸기 때문에, 돛단배의 돛이 바람을 받으면 터질 듯이 펄럭이듯이 불룩한 배처럼 되는 것"이라며 "그런 상태에서 힘을 받으면 찢어지고, 방지막이 막혀 있기 때문에 물이 그대로 통과되면서 방지막의 효과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외국의 경우 방지막은 물의 흐름이 초당 20~30cm 정도면 그 효과가 80% 정도 삭감된다고 한다. 그런데 낙동강의 갈수기 때 평균 유속은 초당 50cm다. 그러면 방지막은 효과가 없다. 물질이 걸러지지 않고 아래로 계속 흘러간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오탁방지막과 관련해 조만간 조사해서 문제를 지적하는 발표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