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뚫고 하이킥>. 모처럼 만난 시트콤다운 시트콤이다. 지금도 충분히 <지붕 뚫고 하이킥>은 우리에게 웃음과 공감을 주고 있다. 하지만 50회를 넘어 66회째를 맞이한 지금, 어느 정도 중간점검을 해볼 필요성이 있다.
누군가 왜라고 묻는다면? 자꾸 이상하게 스토리가 흘러가는 것 같은 노파심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재미있고, 작위적인 웃음을 유발하는 코드는 없지만 기존에 참 신선하게 봤던 스토리가 슬며시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든다.
황혼로맨스 이야기를 다시 들려 달라!
요즘 들어 젊은 세대들의 러브라인 사각관계가 본격화 되면서 스토리 전개가 하루 걸러 지훈과 정음, 세경과 준혁의 이야기가 등장해서일까, 어느새 황혼 로맨스의 이야기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언뜻 순재와 자옥이 이별을 했나 싶을 정도로 두 사람의 로맨스는 자취를 감췄다.
물론 황혼로맨스를 매회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워낙 등장인물이 많고 각각의 에피소드를 담으려다 보니 어느 회에서는 누구의 분량이 적을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극중 초반에 황혼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워 호응을 얻었던 것은 이제껏 우리가 알고 있던 황혼 로맨스의 고정관념을 깼기 때문이다.
실상 황혼 로맨스하면 우아한 노년의 여성과 매너 좋은 노신사의 사랑쯤으로 해석되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는 황혼 로맨스가 오히려 젊은 세대들의 사랑방식과 다를 바 없음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황혼 로맨스에서 순재의 적극적인 구애를 시작으로 순재가 자옥에게 과시하고픈 마음에 사이클도 타고, 100일 기념 이벤트도 벌여 세레나데를 부르기도 하고, 종이학 1만 마리를 접는 등 다양한 이벤트가 등장했다. 그뿐인가, 줄리엔을 향한 질투와 교장 선생님과의 삼각관계 등 비교적 황혼 로맨스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또한 현실성을 잃지 않으려는 듯 현경의 반대 속에 한 번의 이별과 다시 재회를 한 그들의 사랑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황혼로맨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생겨났고, 고정관념도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몇 주간 순재와 자옥의 데이트 혹은 전화통화를 하는 장면조차 등장하지 않고 있다. 마치 헤어진 두 사람처럼 말이다. 물론 극중에서 여전히 로맨스 중인 것으로 등장하고는 있지만 직접적인 장면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순재는 지속적으로 사위 정보석을 구박하거나, 줄리엔을 괴롭히는 괴팍한 노인네처럼 묘사되고 있다. 또한 자옥은 사사건건 현경과 부딪히는 에피소드가 등장할 뿐 두 사람의 로맨스는 진전되지 않고 있다. 물론 자옥과 현경의 사이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황혼로맨스의 결과도 결정될 것이다.
그래서 자옥과 현경이 부딪히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부딪히면서 미운 정이 쌓이는 법이니. 일례로 앙숙인 두 사람은 회식 자리에서 같은 옷을 입고 쌍방울 자매로 등장해 노래를 함께 열창이 이를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의 로맨스는 갑작스레 배제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가족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오히려 두 사람의 로맨스를 지속적으로 보여줄 필요성이 있다. 그래서 아직도 갈 길이 먼 <지붕 뚫고 하이킥>이기에 황혼로맨스의 이야기를 다시금 보여줄 시간은 많다. 제작진이 이 부분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사랑의 전선, <거침없이 하이킥>의 전철을 밟나?
그럼, 젊은이들의 사랑은? 이 또한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결정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 불길할 뿐이다.
김병욱 감독의 전작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도 민용과 서민정, 윤호, 신지를 사각관계로 만들어 버린 후 급작스럽게 관계를 정리하다 보니 민용과 신지가 서로 간의 믿음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주지 못한 채 연결되어 호응을 얻지 못한 전력이 있다.
그래서일까,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의 네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이제 어느 정도 관계를 정리할 필요성이 있다.
현재까지 지훈은 정음과 키스를 한 후 마음이 정음이에게 가 있고, 그런 지훈을 세경이 바라보고, 아무 것도 모른 채 준혁은 세경이 바라보고 있다. 아직까지 정음은 지훈과 준혁 중간에서 감정을 확실하게 표출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처럼 급작스럽게 관계를 정리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사실상, 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며 시청률 20%를 넘는데 일조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왠지 모르게 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시청률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아직까지 네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조금 답답할지 몰라도 세경을 돕고 싶어 하는 지훈과 준혁의 마음, 준혁의 공부를 도와주고 싶은 정음 등 그 안에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만큼은 칭찬받을 만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좀 더 템포를 빨리 해 이들의 사랑이야기가 진정으로 공감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인간愛, 하이킥에서 사라지나?
그렇다면 다른 인물들의 에피소드는 어떠한가? 묻는다면 이 또한 애시 당초 보여주었던 기획의도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사랑 이야기뿐만 아니라 전체 내용의 현대인들의 인간성 회복과 인간애가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여러 에피소드를 보면서 무리한 웃음 코드를 위해 선을 넘는 게 아닐까 싶다.
일례로 오현경과 정보석, 임 기사의 에피소드가 그러하다. 오현경의 경우 굉장히 쿨한 성격으로 등장하는데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어른에 대한 공경심 부족으로 등장한다. 자신의 아버지를 대하는 태도는 물론이고, 사사건건 자옥과 부딪히는 모습이 과하다 싶을 때가 많다.
또한 그녀의 남편 정보석은 장인과 부인에게 기죽어 사는 모습이 줄곧 등장해 무언가 어설픈 매력을 선보이고 있지만 유독 세경이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그녀에게 대하는 태도는 과연 어른으로서 할 행동인가 싶다.
더욱이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사람처럼 세경이에게는 깐깐하기 그지없다. 청소에 잔소리를 하기 시작하면서 급기야 자신을 깨우지 않아 저녁식사를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세경이에게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대는 모습은 선을 넘어선 듯싶다.
임 기사도 마찬가지이다. 결혼을 앞둔 그가 세경이를 보고 첫눈에 반해 프러포즈를 하는 장면에서는 인간성 회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던 김병욱 감독은 어디로 갔을까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매번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를 보여줄 수는 없다. 특히 시트콤은 역시 웃음을 기본으로 하니 웃음 코드를 삽입해 보여주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다만, 웃음과 눈물, 감동과 공감을 주고자 시작한 만큼 지속적으로 노력해 우리가 원하는 월메이드 시트콤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욱이 연장을 조율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니, 기획의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적절하게 조율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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