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신 : 18일 오후 7시]
여야 4자회담 결렬, 수공 참여 적절성 논쟁
4대강 사업 예산삭감과 예결위 계수조정소위 구성을 놓고 여야가 4자회담을 열었지만, 별 진전 없이 결렬됐다. 여야는 다시 만나자는 약속도 없이 헤어졌다.
오후 4시부터 한나라당과 민주당 각각의 원내대표·예결특위 간사·원내수석부대표·원내대변인이 참석해 사실상의 8자회담이 된 이날 회담은 시작부터 결렬이 예고되는 듯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보다 1분 먼저 온 안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와 악수를 나누며 웃는 얼굴로 "야당 대표가 먼저 오는 걸 못 봤다"며 핀잔을 줬고 이 원내대표는 "'투트랙'으로 하겠다는 것도 시간 끌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안 원내대표의 제안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회담은 1시간 30분 동안 계속됐지만, 양당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민주당은 4대강 사업 예산 중 수자원공사 이자충당금 800억 원을 인정할 수 없고, 국토해양부 앞으로 계상된 3조5000억 원 중 2조5000억 원을 삭감해야한다고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4대강 사업 자체는 인정하면서 깎을 것을 깎아야 할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안 원내대표는 "협상하러 나온 것이냐 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여야는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에서 보 건설 등 3조2000억 원 규모의 사업을 맡는 것이 과연 합법적인지에 대해 50여 분 동안 법률논쟁을 벌였지만, 시각차를 좁히진 못했다.
안 원내대표가 제안한 4자회담과 계수조정소위를 동시진행하는 '투트랙' 방식에 대해선, 민주당이 '4자회담 등을 통해 큰 틀이 정해진 뒤에야 계수조정소위 참석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양당은 이날 나온 상대방의 제안을 검토해보고 다시 회담을 열지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날로 이틀째인 민주당의 예결특위 위원장석 점거는 주말 동안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신 : 18일 오전 11시 44분]
예결위 점거 이틀째 공방... 원내대표 회담 예정
"비켜요, 비키세요." (심재철 예결위원장)
"안 돼요, 안 된다니까". (민주당 이춘석 의원)
야당 의원들의 국회 예결위 회의장 점거 농성 이틀째인 18일 또 한 차례 여야가 맞붙었다. 오전 10시 16분께 한나라당 소속 심재철 위원장과 20여 명의 예결위원들이 회의장에 들어서면서 민주당 의원들과 양보 없는 설전을 벌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회의장의 민주당 의원들은 순간 긴장했다. "올라오고 있습니다"라는 소리가 들리자 몇몇 의원은 "몇 명이나 올라오고 있어?"라고 물으며 의장석으로 올라가 의자와 책상, 마이크, 의사봉 등을 붙잡았다.
선두에 나타난 심 위원장은 곧바로 의장석을 향해 가며 "비켜달라"고 요구했지만, 팔을 벌린 민주당 의원들에게 가로막혔다.
심 위원장은 "계수조정소위를 구성해야 하지 않느냐", "피켓 내리고 예결위원 아닌 의원들은 나가라", "점거할 일이 아니다, 회의 때 이야기하자"고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 70%가 4대강 예산 반대하지 않느냐"는 말로 일축하면서 입을 닫아버렸다. 한나라당 예결위원들이 지켜보던 가운데 민주당에 홀로 맞서던 심 위원장이 오전 10시 37분께 무리를 이끌고 다시 퇴장하면서 긴장된 2차전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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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예결위 몸싸움 "비켜"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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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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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까지 '때리는' 한나라당... "무슨 3자 회담이냐" 강경
이날 오전 여야는 각각 주요당직자회의와 의원총회를 열고 서로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국민이 부여한 국회의원으로서 모든 책무를 포기한 채 국회를 폭력 점거 농성장으로 변질시킨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18대 국회를 최악의 국회로 만든 최악의 정당이 바로 민주당"이라고 소리 높여 비난했다. 그는 또 "민주당은 대화 불능, 협상 불능의 정당"이라며 "민주당의 주장은 4대강 사업 자체를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말해 야당의 주장을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몽준 대표가 제안한 3자 회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그는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의 결과를 보고 점거 농성 해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협박"이라고 공세를 퍼부었다. "입법부 고유 권한인 예산 심사에 대통령을 걸고넘어지는 것은 입법부의 권한을 포기하겠다는 뜻"이라는 주장이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한발 더 나가 정몽준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그는 "대통령을 언제든지 정국 파행의 중심으로 끌어들여 모든 책임을 전가하려는 기회를 노리는 상대가 있다, (무슨 3자 회담이냐)"고 말한 뒤 "원내대표의 정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어떠한 행보도 조심스럽게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의 행보가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인 셈이다.
이강래 "찬 바닥에 누워 자면서 우리 신세 참 한심하다고 느껴"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결전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가 예산이 대통령의 쌈짓돈이냐"고 열을 올려 비난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이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을 거듭 요구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어제 원내대표실에서 자는데 자다 깨다 했다, 찬 바닥에 누워 자면서 우리 신세가 참 한심하다고 느꼈다"며 소수 야당의 무기력함을 한탄하기도 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돌아오는 날 혹은 다음날 3자 회담을 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은 영수회담이 아니라면 협상안을 들고 나오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날 중으로 한나라당이 물리력을 동원해 뚫고 들어오리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 경위까지 동원돼 실려 나가는 한이 있어도 회의장을 그냥 내줄 수 없다"고 완강한 저항의지를 내보였다.
이 원내대표는 "오늘쯤이면 돌파해 올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힘드시더라도 굳건히 버티자"고 의원들을 독려했다. 우제창 원내대변인도 "오늘이 관건"이라며 "한나라당의 속성상 주말에 모여 쳐들어오긴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안상수-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4시 각 당 예결위 간사들과 함께 4자 회담을 열어 타협을 시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