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울산시민들이 매일 촛불을 들고 집회에 나섰던 곳, 2009년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잇따른 서거 때 분향소가 차려져 추모하려는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던 곳.
울산 남구 울산대공원 동문광장은 어느 때부터인지 시민들이 울분을 토하는 장소가 됐다. 영하 5도에 바람까지 거세던 19일 오후, 이곳에서는 정치인, 노동자, 시민사회단체 회원, 네티즌 등 1000여 명이 모여 울분을 토하고 있었다.
19일 오후 2시부터 울산대공원 동문광장에서 열린 '이명박 정권 2년 심판 울산시민대회'는 추운 날씨에도 "후퇴한 민주주의를 회복하자"는 참석자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울산시민대회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에 민주당이 가세했고, 지역 야당 대표들이 단상에 올라 민주회복을 역설하면서 시민대회 서막을 올렸다.
첫 발언을 한 민주당 울산시당 임동호 위원장은 "이 정권은 촛불을 든 시민들을 무차별 탄압하고 시민사회단체를 탄압하면서 심지어 재정지원을 끊었다"며 "4대강 삽질예산을 전액 삭감해 고통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복지예산으로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김창현 위원장은 "서민의 삶은 벼량끝에 내몰리고 빈곤층이 2000만 명으로 확대됐다"며 "4대강 삽질에 수십조 원을 퍼붇는 것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노조 전임자 임금을 중단하는 세계 유일한 국가가 되려 한다"며 "노동자, 노조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회당 울산시당 이향희 위원장은 "이 정부들어 남북관계가 악화의 길을 걷고 있다. 평화와 통일이 아닌 반목과 갈등이 조장됐다"며 "4대강 삽질을 그만두고 서민들의 생존권 보호대책을 세우라"고 말했다.
진보신당 울산시당 노옥희 위원장은 "최악의 정권이 어떤 것이가 하는 것을 지금 똑똑히 보고 있다"며 "모든 반민주 정책이 철회될 때까지 야당, 시민단체, 노동자, 시민이 강력한 연대투쟁을 전개하자"고 호소했다.
시민단체도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풀뿌리주민운동단체협의회 임상호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용산 참사를 비롯해 4대강 삽질·미디어법 반대를 얼마나 외치고 반대했나"며 "국민들이 안된다고, 잘못됐다고 해도 이를 외면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무고한 시민을 탄압했다"고 분개했다.
이어 "국민에게 힘이 되어준 두 전직 대통령 서거도 그렇거니와 국민은 없고, 어떻게 하면 정권을 유지할까하는 궁리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현대차 임금동결 투쟁 단순한 돈싸움 아니다"
이날 울산시민대회의 주축을 이룬 사람들은 노동자들이었다. 134일째 파업중인 예선노조를 비롯해 공무원노조, 공공노조, 현대차노조 등 울산지역 주요노조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단협 해지 등으로 노동3권이 붕괴되고 있고, 노동자도시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우려했다.
예선노조는 "올해 초 공권력에 맞서다 불에 타 죽은 용산 철거민과, 공권력에 끌려 나오던 쌍용차노조를 볼 때까지도 실감못했다"며 "(우리가 억울한 것이 분명하니까) 며칠 만에 파업이 끝날 줄 알았다. 이제 그들의 심정을 알겠다"고 토로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김주철 본부장은 "공기업의 임금은 삭감·동결하고 공기업과 전교조의 단협해지가 잇따르고 있다"며 "내년에는 민간기업의 단협해지로 확대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지금 현대차노조가 임금동결에 맞서 싸우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남의 사업장의 밥그릇 문제가 아니다"며 "이명박 정권하에서 진행되는 노동정책 중 하나인 임금동결을 막는냐 못막느냐 하는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울산시민대회가 열린 울산대공원 동문광장에는 다음 카페 '울산촛불문화제' 등 네티즌들의 연대가 어묵과 커피를 판매하는 촛물다방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촛불다방은 판매수입금으로 파업 중인 노조 조합원들을 돕기 위해 마련됐는데, 날씨가 추워 따뜻한 오뎅이 많이 팔렸고 어려운 노조를 돕자는 참가자들의 동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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