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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간재파병반대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 회원들이 11월 14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반대,  한미 전쟁동맹 반대' 집회에서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결정 철회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아프간재파병반대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 회원들이 11월 14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반대, 한미 전쟁동맹 반대' 집회에서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결정 철회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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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의 아프간 파병에 대해 많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진보도, 보수도 아프간 파병 논쟁에 적극적이지 않다. 아쉬운 대목이다.

참여정부 시절 이라크 '자이툰 부대' 파병 때는 격한 대립이 펼쳐졌다. 참여정부의 여당인 열린우리당 내부에 파병 반대를 주장하던 의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이명박 정부에서는 한나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제1야당인 민주당 내부에조차 파병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있다. 따라서 아프간 파병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두렵다. 아프간 파병이 갖고 올지 모르는 후폭풍이 크기 때문이다. 필자는 진실을 국민에게 알려주고 싶다.

미군 사령관 "탈레반은 아프간의 일부, 제거하는 건 불가능"... 사실상 패배 인정

먼저 현 시점에서 아프간 전쟁의 승리자가 누구인지부터 짚어보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최근 <워싱턴포스트>나 <타임>의 보도는 아프간 전쟁이 어느 쪽의 승리로 마감되고 있는지를 짐작케 한다.

지난 10일 미 의회에서는 현직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인 맥 크리스탈 장군과 현직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인 아이켄베리 대사의 청문회가 열렸다. 아이켄베리 대사는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을 역임했다. 따라서 이날 청문회는 전·현직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의 청문회였던 셈이다.

재밌는 점은, 아프간의 현 미군 사령관과 전 미군 사령관이 상반된 주장을 폈다는 것이다.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인 맥 크리스탈 장군은 미군 4만 명의 즉각적인 추가 파병을 요구했다.

반면 전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인 아이켄베리 대사는 카르자이 정부의 부패가 척결되지 않는 한 추가 파병은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11월 13일자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아이켄베리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같은 내용의 전보 형식의 친서까지 보냈다고 한다.

더 재밌는 사실은 즉각적인 추가 파병을 요구하는 맥 크리스탈 장군이 아프간 전쟁에서 미군의 패배를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12월 12일자 <타임> 보도에 따르면, 맥 크리스탈 장군은 "현 시점에서 탈레반 반군이 실질적으로 승리하고 있다(Right now the insurgents are actually winning)"고 청문회에서 인정했다고 한다.

이 보도에 따르면,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 맥 크리스탈은 이번 추가파병이 '전통적 의미의 군사적 승리'인 무조건 항복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삶의 일부이기 때문에 제거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추가 파병을 통해서 단지 "탈레반의 진격 속도를 늦추고, 방해하고, 약화시키고, 맞섬으로써 탈레반이 얻고자 하는 것을 얻지 못하게 하는 것", 즉 탈레반이 수도 카불로 입성해서 정권을 탈환하는 것을 막겠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미군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오직 "정치적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한 촉진제 역할을 한다"는 것 뿐이다.

하지만 문제는 탈레반이 '정치적 타협'에 사실상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탈레반은 이번 전쟁에서 그들이 승리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 지휘관인 맥 크리스탈 장군이 미군의 패배를 사실상 인정하고 정치적 해결책을 찾고 있다는 것은 결국 현재 미국이 과거 베트남전과 같은 결과로 전쟁이 종결되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프간에서 '제2의 베트남' 좌절을 맛본 미국은 정치적 타협을 통해 물러설 수밖에 없는 일이다.

'호치민 묘소' 찾아간 이명박의 실리외교, 왜 미국에는 안 통하나

지난 10월 21일 이명박 대통령은 베트남 순방 중 우리 국군의 베트남 파병용사들과 치열하게 싸웠던 적군, 월맹군의 수장 호치민의 묘소에 헌화하고 참배했다.

한국의 보수나 진보는 이 사실을 문제 삼지 않았다. 만약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호치민 묘소에 참배했다면 보수 세력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어쨌든 이명박 대통령은 '실리'를 내세워 외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프간에 대해서도 실리를 찾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미국에서는 현직 미군 사령관이 나서 추가 파병의 목적은 정치적 해결책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직 사령관 출신의 현직 대사도 부패한 아프간 정부를 도와서는 안 된다고 보고하고 있다. 동맹국 미국의 현실이 이런데도, 과연 한국군의 아프간 파병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

미국이 아프간 철수를 위한 명분찾기에 나섰다는 게 전·현직 아프간 주둔 사령관의 발언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전통적 한·미 동맹관계만 내세워 파병을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의 모습은 매우 어색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필자 김성전은 예비역 공군 중령이며, 현재는 국방 개혁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프간#파병#미군#맥 크리스탈#탈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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