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였느냐.." -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 값이 많이 올랐다고 한다. 연탄 뿐만 아니라 겨울 내의도 2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10%가까이 올랐다고 한다. TV에서는 가스보일러 광고가 유행하는 때지만 연탄을 땔 밖에 없는 처지의 사람들에게 연탄값 인상은 세금폭탄보다 더 무섭다.
특히 연탄불로 이 겨울을 지나야 하는 홀몸노인 세대에게 연탄값 인상과 더불어 겨울내복 값 인상은 매서운 북풍보다 더 시린 바람이다. 국민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해주겠다는 야릇한 정치구호보다, 이들에겐 이 겨울 날 수 있는 연탄한장과 따듯하게 입을 수 있는 내복 한 벌이 더 정치적이고 고마운 일이다.
경제 불황이 지속 되면서 거리의 캐롤도 예년보다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줄어든 만큼 이웃 사랑도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버님댁에 보일러 놔드릴 순 없지만, 지역에서 기업 활동하기에 수익의 일부를 어려운 세대에게 전달하겠다고 나선 기업이 7년째 묵묵히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어 그래도 아직 세상은 살만한 곳임을 느끼게한다.
술 대신 특별한 송년회를 갖는 회사 주식회사 비에이치(BH). 비에이치는 연말이 되면 지역의 저소득 홀몸노인 세대에 연탄을 전달하는 것으로 송년회를 대신한다. 올해로 꼬박 7년째, 한해도 거르지 않고 실천하고 있다.
김재창 대표이사와 직원 40여명은 매서운 바람과 영하의 기온을 기록한 지난 18일 '사랑의 연탄' 1000장을 십정동에 거주하는 홀몸노인 세대에 전달했다. 연탄 외에도 난방비가 없어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가구당 20만원의 난방비와 쌀도 기증했다. 모두 14가구에 525만원어치 물품을 전했다.
추운 날씨였지만 연탄을 나르는 직원들의 이마에는 어느새 땀방울이 맺혔다. 회사가 날짜를 공지하면 직원들은 스스로 참여한다.
연탄나눔에 나선 한 직원은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이번에 처음 참가해본다"며 "연말이면 술로 보내기 바쁜데 이렇게 좋은 일을 하게 돼 마음이 오히려 뿌듯해지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매년 하는 일이라 연말이 되면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다"고 웃었다.
비에이치는 부평구에 청천동에 있는 코스닥 상장 중소기업으로 500여명을 고용하고 있는 휴대폰 관련 전문 제조업체다. 주로 휴대폰에 내장돼있는 FPCB(=연성인쇄회로기판)를 제작하고 있다.
이번 연탄나눔 행사는 지역복지센터 (사)나눔과함께가 마련했다. 비에이치가 회사 송년회를 하는 대신 그 돈으로 어려운 이웃들 돕겠다는 뜻을 전해 이뤄졌다.
비에이치는 평소에도 기업수익의 일부를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부평의 홀몸노인들에게 밑반찬과 도시락을 배달하는 '사랑의 도시락' 사업비를 해마다 나눔과함께 부설 '행복한 밥상'에 기부하고 있다.
김재창 대표이사는 "기업이 고용을 창출하는 것도 하나의 사회적 책임이지만, 그 지역에서 기업 활동을 하면서 수익이 발생하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환원하는 것 역시 기업의 또 다른 사회적 책임이라고 본다"며 "기업가이지 자선 사업가는 아니지만 저를 비롯한 회사 직원들의 마음이 훈훈한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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