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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지난 11월10일 오후 긴급소집된 국회 국방위 회의에 출석해 남북 서해교전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지난 11월10일 오후 긴급소집된 국회 국방위 회의에 출석해 남북 서해교전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인건비는 국방예산의 여력을 제한하는 최대의 압박요인인데, 인건비 중 장교 인건비는 인건비 증가를 주도하는 핵심요인이다." - 국회 예산정책처 <2008회계연도 결산분석Ⅳ>(2009. 7) 182쪽

정부가 제출한 2010년도 국방예산(안) 중 현역 군인 인건비는 7조 1730억 원이다. 이 중 장교 인건비는 3조3317억 원, 부사관 인건비는 3조3666억 원, 병 인건비는 4897억 원이다. 장교 인건비가 전체 군인 인건비의 46.4%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는 2010년 전체 국방예산(일반회계) 29조6039억원의 11.3%에 이른다.

이처럼 장교 인건비가 비대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전체 병력 대비 장성 정원 규모가 너무 크다. 병력 1만명 당 장군 수는 미국이 5명, 프랑스가 4명인데 비해 한국은 무려 7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나치게 많은 수의 장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국민 혈세가 과도하게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병력 규모를 그대로 둔 채 미국 기준으로 장성수를 줄이기만 해도 당장 약 136억원의 예산을 줄일 수 있다(2009년 현재 장성 연평균 수입 1억723만원).

정원 많은 데다 초과 인력까지 운용

둘째, 뿐만 아니라 정원 자체가 지나치게 많은 데다 정원 외 초과 인원을 운영하고 있다. 정원 외 초과인원 규모는 2009년 현재 장성급 장교는 최소 3명~최대 17명으로 그 인건비는 최소 3억 2169억원~최대 18억2291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대령의 정원 대비 초과 인력은 2010년의 경우 88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육군본부, '2006년 육군정책보고서' 90쪽). 이 전망치를 기준으로 추산한 중령의 정원 외 초과 인력은 대략 240여명이며 중령과 대령의 정원 외 인건비 추정액은 최소 267억 3662만 원으로 추산된다.

군인의 정원은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정하고 결정된 정원은 인력운영의 상한이 되므로 계급별 정원을 초과하여 운영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국방부는 정원 외 초과 인원을 운영하면서 이 인건비를 다른 항목의 예산에서 돌려쓰고 있다. 이는 예산편성을 왜곡하는 일이다.

셋째, 숨겨진 인건비도 있다. 한 예로 전직지원사업 중 전임교수제도라는 것이 있다. 이는 예편한 군장교들(대령급)을 국방대학교 등의 군 전임교수로 활용하는 것인데 이는 특정한 계급에 대한 사실상의 복무연장 특혜라 할 수 있다. 여기에 2010년도에 33억원이 편성되었는데, 이 예산은 성격상 병력운영비 중 인건비로 분류되어야 하지만 엉뚱하게도 전력유지비 중 장병보건및복지향상비로 분류되어 있다. 중령직책별특정업무비(68억 원) 역시 중령의 봉급인상 효과를 가져오는 것인데도 병력유지비 중 인건비가 아니라 전력유지비 중 국방행정지원비로 분류되어 있다.

국방부가 이처럼 사실상의 인건비를 다른 항목으로 편성하는 이유는 인건비 비중이 너무 커서 국방예산 사용의 유연성이 떨어뜨린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국방부의 편법적인 예산편성을 시정해야 할 국회 국방위원회조차 이런 기형적인 예산편성을 부추기고 있다.

국방위는 "당직근무가 잦은 현역 간부들의 근무의욕 고취"(국회 국방위원회, '국방위원회 소관 2010년도 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 2009. 11, 375쪽)를 명목으로 연대급 이상 부대의 운영비에 당직근무비(50억 원)를 새 항목으로 신설했다. 당직근무비는 그 성격으로 볼 때 인건비에 속하는 비용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당직근무비를 전력유지비 중 국방행정지원의 기본경비 중 각급부대운영비에 포함시킨 것은 적법하고 정상적인 예산 편성을 훼손한 것이다.

장교인력은 국방개혁의 무풍지대

 국방부 홈페이지
국방부 홈페이지 ⓒ 화면캡처

넷째,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국방개혁에서 장교인력은 무풍지대라는 것이다. 병력수를 50만명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한 '국방개혁 2020'에 따르더라도 의무병은 36%를 감축하여 30만명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장교수는 거의 감축하지 않은 채 7만명 수준을 유지한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장교 인건비는 전체 군인 인건비의 46.4%를 차지하는 반면 병 봉급은 6.8%에 불과하다. 이는 국방비 삭감의 관건이 장교수 감축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2010년도 병력감축 소요는 병이 7321명(감축비율 1.6%)인데 반해 장교는 3명(감축비율 0.004%)에 불과하다. 인건비 절감 효과는 병이 77억 원인데 비해 장교는 1800만 원에 그친다.(국방부, '2010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 사업설명 자료 II-1', 47쪽) 만일 병 감축과 동일한 비율로 장교를 감축할 경우 절감효과는 533억 원으로 병 인건비 감축과 합쳐 610억 원(추정치)의 절감효과를 볼 수 있다.

미국·러시아·일본·중국·대만 등 주요 국가들은 냉전 해소를 계기로 국방개혁을 통해 병력 규모를 40~50% 정도씩 감축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1990~1999년에 걸쳐 국방비 연평균 증가율이 -0.8%였고, 영국·프랑스·독일은 자국 화폐를 기준으로 거의 동결했다. 90년대 이후 해마다 두 자리 숫자의 국방비 증가율을 기록하며 군사대국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국과 맞서는 대만조차도 2000~2007년 사이의 연평균 국방예산 증가율이 2.7%에 그쳤다.

<신방위대강>에서 처음으로 중국 위협론을 공식화한 일본도 2003~2007년간 오히려 연평균 0.5%의 국방비를 삭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1998~2008) 남한은 IMF 환란 속에서도 연평균 6.2%의 높은 국방비 증가율을 기록했다. 국방부가 2009년 6월 제출한 '국방개혁 기본계획 조정안'도 2006~2020년간 전체 국방예산을 연평균 7.7% 증액하는 599조 원으로 책정하고 있다.

이렇듯 남한의 국방개혁이 다른 나라들의 국방개혁과 달리 오히려 국방예산을 대폭 늘리는 결과를 가져온 것은 병력, 특히 고급 장교의 감축을 최소화하고 부사관을 늘림으로써 병력유지비를 도리어 늘려야 하는 데다 병력 감축을 명분삼아 각 군이 높은 가격의 고성능 최첨단 무기체계들을 맹목적, 경쟁적으로 도입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병력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도 아니고 국방예산을 오히려 대폭 늘리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국방개혁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국방부가 추진하는 국방개혁은 오히려 고급 장교의 기득권을 털끝만큼도 잃지 않겠다는 '기득권 사수계획'이라 할만하다.   

군 기득권 지키려 국방개혁 번번이 좌절시켜

우리 군이 낡고 비효율적인 대군체제를 개혁하여 작고 효율적인 군대, 첨단 정보군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은 군 안팎의 오래되고 일치된 지적이다. 이런 요구를 반영하여 노태우 정권 이래 역대정권마다 국방개혁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좌절되었다.

그 핵심적인 이유는 군 기득권층의 저항 때문이었다. 물리력을 가지고 있는 군이 '안보'를 무기삼아 저항하는 것을 그 누구도 제압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군, 특히 장교는 개혁의 무풍지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군의 요구(7.9%)대로 국방예산을 늘려주지 않자 국방부는 '병력감축 지연'과 '복무기간 단축 축소'를 들먹이면서 이로 인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든지 국방예산을 늘려주든지 양자택일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청와대 직속으로 설치하려던 '국방선진화위원회'가 국방부의 반대로 국방부 직속으로 바뀌고, 그 구성도 수구 보수 인사나 국방대학교·국방연구원 등 군 주변인사로 채워진 것도 국방개혁에 대한 군의 저항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국방개혁과 국방비 대폭 삭감의 관건 중 하나는 장교, 특히 고급장교 인력 감축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병 감축 비율에 상응한 고급장교 인력 감축이 우선 필요하다. 계급별 평균 5600여만원(소령 10호봉)~1억1300여만원(대장)의 보수를 받으면서 국방개혁에 대한 저항의 진원지인 고급장교 인력을 감축하지 않고서는 국방개혁과 국방비 대폭 삭감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유영재 기자는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미군문제팀장입니다.



#국방예산#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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