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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국민청구감사 심사위원회의 회의록을 계속 보자. '적자 경영' '부실 경영'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이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결정했네"

000 : 경영 방만... 이게 공사(공기업)이기 때문에 방만한 경영에 대해 감사를 할 필요가 있는데, 여기에 나온 팩트들이 거기에 해당되는지... (KBS 감사한 지) 4년 정도 지났으니까 한 번쯤은 감사를 해야 한다, 그 취지에는 공감을 하는데 그러려면 여기에 적힌 게 조금 더 부패에 확실한 사항들을 적어놓고 해야지, 저희도 모양새가 조금 그럴 듯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에 적힌 것들은 현재까지 저희가 2년 동안 해왔던 것에 비해서, 이것을 해야지 하는 느낌이 안 든다는 것입니다.

000 : 제가 읽어봤는데 이것 좀 잘못 작성한 것 같습니다. 조금 더 팩트 베이스로 해서 제시하셔야지, 방만한 경영을 했다, 그 말 한 마디로 저희가 조사를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방만한 경영에 대한 팩트를 두세 가지만 적어 놓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000 : 그렇습니까. 지금 세 가지가 들어와 있는데, 방만한 실적이다, KBS가 지금까지 말이 많습니다.

이 발언은 감사원 실무자의 발언처럼 보인다.  그는 밖에서 KBS에 대해 방만경영에 대해 말이 많다는 것을 감사 이유가 되는 '방만 경영'의 팩트인 것처럼 말을 했다. "지금 세 가지 들어와 있다"는 이야기도 KBS 간부노조에서 만든 허위 왜곡 사실을 근거로 뉴라이트에서 제공한 자료들이었는데도 그걸 그대로 받아들였다.

000 : 그런데 이것은 오늘 아침 방송에도 탔고, 새벽 방송에도 탔는데, 지금 위원회에 누가 다 들어가 있는지 아는데... (이것을) 보고 이 사람들(심사위원들 지칭)이 그래도 방만한 경영에 대해 이 정도는 할 말을 했구나 라는 것들이 언론에 보도가 되어서 나가야지, 이 사람들도 결국은 정치적으로 결정을 했네, 결과가 어차피 우리가 감사를 할 것이라고 하면 정치적 결정이라고 하더라도 과정은 그래도 명확하게 적어 놓아야지 저희 위원회의 위신이 살지 않나 싶습니다.

000 : 나는 솔직히 왜 KBS(건)이 시민감사청구로 들어왔냐는 것입니다. 그냥 감사로도 당연히 갈 것인데, 그것도 나는 석연치가 않습니다...... 지난번에도 국회에서 요구할 때 시민감사청구를 거쳐서 했습니까.

000 : 국회 자체에서 감사 청구를 한 것이고, 이번 감사청구도 시민단체가 청구한 것이 아닙니다. 시민단체에서 한 것이 아니고 시민의 서명을 받아서 시민들이 청구한 것입니다.

감사원 직원들의 말장난이다. 뉴라이트 시민단체에서 청구했다고 하면 정치적 부담이 있다고 여기었는지, 시민들이 했다고 우긴다. 시민들로부터 서명을 받은 주체가 누구인데….

또 다른 감사원 직원은 '방만 경영'의 구체적 팩트가 없다는 지적에 이렇게 답한다.

000 : (방만) 경영의 구체적 내용이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다 열거는 안 되지만 예를 들어서 (법인세 조정과 관련하여) 법원에 약 3000억 원 상당의 청구권이 있는데, 2004년에 638억 손실이 났고, 2005년에는 576억원, 2006년도에는 242억원의 이익이 났습니다. 그런데 법인세 환급금을 받지 않았다면 오히려 손실이 발생된 사항입니다. 경영 손실을 모면하기 위해 그런 것을 포기했다면 그것은 상당히 방만한 경영의 증거가 될 수 있다, 행정실에서 그렇게 판단했습니다.

3000억 원의 거짓과 실체

 KBS 사장 재임시절 회사에 1,892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로 불구속 기소된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지난 8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KBS 사장 재임시절 회사에 1,892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로 불구속 기소된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지난 8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감사원 실무부서인 행정실이 그렇게 판단했다는 내용은 대부분 왜곡 거짓이었다. 법원에 3000억 원 상당의 청구권이 있고, 그걸 법원 조정에 따라 포기하고 일부만 환급받았는데, 환급금이 없었다면 2005년에도 적자가 났다는 것이다.

3000억 원의 청구권이라면, 당연히 받을 수 있는 금액인데 그걸 포기했다는 주장이다. 거짓이다. 3000억 원의 청구권도 거짓이고, 2005년에 법인세를 환급 받지 않았다면 적자라는 말도 거짓이다. 2005년도 적자 이야기는 감사원 최종보고서에도 그렇게 거짓말을 했다.

자, 그럼 우선 3000억 원 거짓의 실체를 한번 보도록 하자. 이야기의 근원으로 가자면 1994년으로 거슬러 간다. 지난해 8월 검찰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이라는 무시무시한 죄목으로 나를 옭아맸던 사건의 근원도 같은 것이다. 

1994년 KBS는 국가를 상대로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부당이득금 326억 원 반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국가가 부당이득을 취했으므로 반환하라는 것이었다. 줄거리는 이렇다.

KBS의 수입은 국민들로부터 받는 준조세 성격의 수신료(월 2500원, 연 수신료 총수입은 대략 5000억 원)와 2TV와 2 라디오의 광고 수입(대략 연 6000억~ 7000억 원)이 주종을 이룬다. 수신료와 광고 수입을 제외하고, 콘텐츠 판매 수입 등 기타 수입이 대략 10% 안팎인데, 이를 제외하면 수신료 수입과 광고 수입 비율이 대략 40% : 60%이다.

그런데 1994년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전, KBS는 법인세 납부를 아래 도표의 '제1 방법'을 적용하여 자진신고하고, 납세했다. 그러니까 수신료 수입과 광고수입을 합친 총수입에서 전체 비용(수신료 수입과 광고 수입에 상응하는 비용 합계)을 제하고 남은 세전 이익에 법인세율을 곱하여 법인세를 자진 납부했다.

 1994년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전 KBS는 법인세 납부를 도표의 '제1 방법'을 적용하여 자진신고하고, 납세했다.
1994년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전 KBS는 법인세 납부를 도표의 '제1 방법'을 적용하여 자진신고하고, 납세했다. ⓒ 정연주

예를 들어 어느 해 총수입이 1조원(수신료  수입: 4천억 원, 광고 수입: 6천억 원)이고, 제작비 인건비 등 총비용이 9500억 원이라고 치자. 세전 이익은 1조 원-9500억 원 = 500억 원이고, 법인세율을 10% 적용하면 법인세 50억 원을 자진신고하고 납부하게 된다. 94년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전, KBS는 그런 방식으로 법인세를 납부해 왔다.

그런데 94년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전 KBS 안팎에서 수신료가 준조세 성격인데 왜 법인세를 무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그래서 94년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아래 도표 '제2 방법'을 적용했다. 즉, 수신료가 준조세 성격이니 과세대상에서 제외하여, 총수입에서 제외하고 광고 수입만 수입으로 잡자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총비용은 모두 인정하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세전 이익은 항상 마이너스가 된다. 그러니 법인세를 한 푼도 안 내도 되는데, 그동안 자진 납부한 법인세는 국가가 부당하게 취득한 이익이니 반환하라는 것이 94년 민사소송의 요지였다.

 1994년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변경을 주장한 KBS의 법인세 납부 방법
1994년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변경을 주장한 KBS의 법인세 납부 방법 ⓒ 정연주

바로 이 두 가지 세금 납부 방식을 놓고, KBS와 국가(국세청) 간의 지루한 법적 논쟁이 시작됐다. 그리고 나의 배임죄 내용도 단순화시키면 이 두 가지 납세 방식과 관련된 것이다.

94년 KBS가 제기한 민사소송은 1, 2심에서 KBS가 모두 패소했고, 2000년 2월 25일 대법원에서도 최종적으로 패소했다.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의 주된 내용은 이러했다. "국가가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보기 위해서는, KBS의 세금 신고 행위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어야 당연 무효가 성립된다. 그러나 KBS가 그동안 방송업(수신료 수입 부분)과 광고업(광고수입 부분)을 구분하지 않고, 어떠한 이의제기도 없이 자진 신고, 납부해 온 것이 명백한 하자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부당이득이 될 수 없다"는 게 KBS 패소의 이유였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까지 5년여의 세월이 걸린 이 소송에서 비록 KBS가 패소하기는 했으나, KBS에 유리한 판결 내용도 들어 있었다. 바로 수신료 수입이 과세대상이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KBS와 국세청간 끝없는 세금 분쟁

문제는 여기서부터 출발하기 시작했다. 돈에 꼬리표가 붙어 있지 않기 때문에 총비용을 수신료 수입과 광고 수입에 상응하는 비용으로 분리할 수 있느냐 없느냐, 있다면 어떻게 구분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KBS 주장은 현실적으로 하나의 방송업만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을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총수입은 수신료 수입을 제외한 광고 수입만 계산하고, 비용은 모든 비용을 다 인정하라는 것이었다. 이 경우 세전 손익은 항상 마이너스로 나와, 법인세를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바로 이 논리를 적용하여 민사소송 2심이 끝난 직후인 99년부터 KBS는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문제를 가지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렇게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에서 2001년 국세청은 언론사를 상대로 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는데, KBS도 세무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이 때 국세청은 아래 도표와 같은 새로운 '제3 방법'의 세금계산방식을 적용하여 엄청난 액수의 법인세 추징금을 부과했다.

 2001년 국세청은 언론사를 상대로 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는데, KBS도 세무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이 때 국세청은 아래 도표와 같은 새로운 '제3 방법'의 세금계산방식을 적용하여 엄청난 액수의 법인세 추징금을 부과했다.
2001년 국세청은 언론사를 상대로 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는데, KBS도 세무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이 때 국세청은 아래 도표와 같은 새로운 '제3 방법'의 세금계산방식을 적용하여 엄청난 액수의 법인세 추징금을 부과했다. ⓒ 정연주

이 방식은 수신료 수입은 총수입에서 제외했다. 민사소송 법원의 판결 내용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총비용에서 수신료 수입에 상응하는 비용을 제외한 광고관련 비용을 구분해서 계산했다. 전혀 새로운, 그리고 KBS에 극도로 불리한 것이었다. 광고를 하는 2TV와 2라디오의 비용만 인정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세전 이익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총수입에서 수신료 수입 부분을 제외하는 점에서는 KBS의 주장과 같았으나, 총비용 산출에서 KBS는 (수신료와 광고수입 상응비용을 구분할 수 없으니) 비용을 모두 인정하라는 것이었고, 국세청은 2TV, 2라디오 비용만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과로 나온 것이 96년도 분부터 매긴 산더미 같은 법인세 추징금이었다. 2001년 159억 원(96년도 분), 2003년 233억 원(97년도 분), 2004년 67억 원(98년도 분), 2005년 337억 원(98년도 분), 2006년 212억 원 등 모두 1010억 원의 추징금이 매겨졌다(그런데 2001년 세무조사가 끝난 뒤 이런 내용이 제대로 공유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러다 보니 해마다 2월 말 또는 3월 초 국세청으로부터 추징통보가 오면 KBS는 발칵 뒤집힐 정도로 난리법석이었다).

KBS 세무소송의 놀라운 사실

이게 이야기의 끝도 아니었다. KBS와 국세청 사이에 세금납부 방식에 대해 법원에 의해서든 양쪽의 협의에 의해서든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국세청은 어떤 방식으로건 계속해서 세금을 매길 터였다(나를 배임죄로 고발한 인물과, 나를 배임죄로 옭아맨 검찰은 국세청이 세금을 추가로 매길 수 없다는 것을 대전제로 했다. 국세청의 존재이유와 징수권 자체를 부정하는 셈이었다. 이 대전제가 무너지면 배임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나의 배임사건은 그렇게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었다. 나중 자세히 증언하겠다).

그런데 2001년 세무조사 뒤 추징금이 나오자, KBS는 이 문제를 가지고 또다시 행정소송을 추가로 제기했다. 그래서 99년부터 그 뒤 모두 17건의 세금소송이 진행되어 왔던 것이다. 내가 2003년 4월말에 취임해 보니, 모두 17건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이 세금 소송을 단 한 사람의 직원(나를 배임죄로 고소한 인물)과 단 한 명의 변호사(나를 고소한 전직 KBS 직원과 함께 법원 조정을 거부하면서 끝까지 재판에 가야 한다고 주장한 경00 변호사)가 거의 진행해왔다는 사실이었다.

어쨌거나 99년부터 시작된 17건의 세무 관련 소송의 결과는 KBS가 7승 9패(1건 미선고)였다. 승소가액을 모두 합치면 2206억 원이고, 패소가액은 1241억 원이었다. 물론 1심 판결결과다.

감사원이 3000억 원의 청구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배경은 바로 1심의 승소가액과 패소가액을 모두 합친 것이다. 그러니까 KBS가 제기한 17건의 행정소송 가액을 모두 합친 것이었다. 3000억 원 거짓의 실체다. 세상에 이런 거짓과 막무가내가 있을 수 있는가.

게다가 KBS가 승소했다고 하는 판결 내용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KBS가 완전하게 이긴 게 아니었다.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정연주#감사원#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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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동아일보 기자,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 논설주간, kbs 사장. 기록으로 역사에 증언하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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