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생선중 가장 머리가 좋은 생선을 꼽으라면 어떤 물고기일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숭어를 꼽고 싶다. 숱한 바다 생선중 직접 겪어본 바로는 숭어를 능가하는 생선을 없을듯 싶기 때문이다.
5년 전 전남 완도에 있을때 추자도 인근의 섬인 황제도로 낚시를 따라가본적 있었다. 당시 1월말경이었고 날씨로는 가장 추울때 였다. 그때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수면위로 거품이 일면서 무언가가 떼로 몰려있는 듯 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바로 숭어떼 였다. 수천 수만마리라고 부르기에도 부족한듯 했다. 수백만마리는 넘을듯했다. 반경 200미터 남짓이 온통 숭어떼 였기 때문. 말 그대로 물반 고기반이었다.
그때였다. 30톤은 족히 넘을 듯한 큼지막한 트롤어선 한척이 고기떼를 발견한 듯 가까이 다가오더니 그물을 빙둘러 치기 시작했다. 숭어떼를 포위한 후 그물을 다뿌렸으니 이제는 당기기만 하면 될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고깃배는 뱃머리를 돌리더니 그물을 쳐 놓은 곳을 또 한번 빙 돌기 시작했다. 앞서 쳐놓은 그물 바깥으로 또 한번 그물을 치고 있었던 것. 왜 저렇게 조업을 하는가가 궁금해 같이 있던 선장에게 물었다.
선장은 숭어는 머리가 좋아서 그물을 하나만 치게되면 그 그물을 뛰어 넘어서 도망가기 때문에 그 바로 1~2미터 뒤쪽에 그물을 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숭어떼는 바로 뒤쪽에 쳐 놓은 그물에 갇혀서 도망가지 못하고 잡히게 된다는 것. 아니나 다를까 그 트롤어선배가 본격적으로 그물을 조인후 숭어떼를 건져올리는데 대부분의 숭어는 바로 바깥쪽 그물에 갇힌채 어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가 좋다기 보다는 시력이 뛰어난것은 아닐까
숭어잡이에 대한 추억은 몇가지 가지고 있는데 숭어는 낚시로 잡게되면 대부분 훌치기 낚시로 잡게된다. 훌치기 낚시는 갈고리처럼 생긴 아이들 주먹만한 바늘로 미끼 없이 낚시대에 매달아 강하게 챔질을 하게되면 빠른 속도로 지나던 숭어의 몸통이 바늘에 파고들어 걸리게되는 낚시채비다.
훌치기 낚시를 하는 이유는 숭어의 경우 미끼를 끼워서 낚시를 하게되면 시력이 좋아 미끼를 물지 않기에 거의 대부분 헛탕이 일쑤이기 때문에 조금은 잔인하다 싶은 훌치기 낚시로 잡게되는 것.
하지만 숭어의 뛰어난 시력은 오히려 자기 자신을 옭죄는 그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바로 겨울철이 지나고 봄철이 오게되면 숭어의 눈에는 백태라는 하얀 막이 눈동자를 덮게 되는데 이때 숭어는 바로 앞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숭어의 눈에 백태가 끼는 이유를 노련한 어부에게 물어본적 있는데 그는 차가운 수온에서 숭어의 눈을 보호하기 그렇게 된다고 설명을 들은바 있는데 그 사실여부는 모르겠지만 어쨓든 숭어의 경우 겨울철 무렵부터 백태가 끼게된다.
바로 이때를 겨냥해 진도 울돌목 등에서는 숭어가 지나는 곳에 큼지막한 뜰채를 가지고 숭어가 지나가는 좁은 수로에서 지켜보다가 그냥 물에서 건져올리게된다. 또한 이때는 훌치기 낚시에도 쉽게 걸려들곤 한다. 숭어의 시련기인셈이다.
숭어의 경우 어릴때 이름과 성어가된 다음에 그 이름이 각각 다르다. 출세어라고 한다. 농어와 마찬가지로 출세어인 숭어의 경우 어른 손바닥 반만한 새끼의 경우 모치(표준어는 '동어')라고 부른다. 지역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점차 커지면서 글거지 미패 등으로 불리우다 성어가 되었을때 그때서야 비로서 '숭어'라는 이름이 붙여진다.
숭어의 이름이 100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그 명칭이 이토록이나 다양한 것은 바로 숭어와 우리 옛 서민들에게 친숙한 생선임에 그리된게 아닌가 싶다. 이 같은 숭어는 우리나라에서 나는 갯것들중 쉽게 접할 수 있어 옛 선조들의 빈약한 어구로 행하는 고기잡이에서도 곧잘 풍성한 조과를 안겨줘 주린배를 쉽게 채워줬을 듯 싶다.
서민적인 고기라 할 수 있는 숭어는 그 맛은 겨울철이 으뜸인듯 싶다. 바로 동짓날이 지난 요즘이 제철이라고 할 수 있다. 살에는 기름기가 꽉 들어차 있어 한점만 씹어도 그 숭어회맛은 잊기 어렵기 때문. 이와 반해 봄철이나 여름철의 경우 숭어회 맛은 그리 권하고 싶지 않다. 퍼석퍼석한게 생선회로서 점수를 높게 쳐줄 수 없기 때문이다.
시흥시 오이도 좌판에 널린 '숭어'...'한마리에 만원'
초겨울 들어서부터 지난 두어달간 시흥시 오이도 어판장에 가게되면 꼭 사오게 되는 생선이 있다. 바로 숭어다. 제법 큰 놈이 한 마리에 만원남짓 가격을 부르니 비싸지 않는 것 같다. 더구나 한 마리 정도면 두세 사람은 푸짐하게 먹을만큼의 생선회가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그 맛은 무척이나 찰지다. 겨울 횟감 생선중 그 가격이나 맛을 따졌을때 숭어를 따라올만한 자연산 생선은 없을듯 하다. 또 숭어는 남는 것은 얼렸다가 살짝 해동해서 먹으면 참치맛과 비슷하다.
지인중 한 분은 어판장에서 숭어를 사다가 포를 뜬 후 랩으로 돌돌 말아서 냉동실에 넣어놨다가 회생각이 날라치면 냉동 숭어를 소금물에 살짝 해동한뒤 회로 썰어서 물에 씻은 묵은김치에 싸서 먹는것을 무척이나 즐기기도 한다.
그때 먹는 냉동 숭어회 맛은 참치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담백함에서 더 앞선다고 할 정도다. 더구나 그 가격이 무척이나 싼 편이라서 생선회를 좋아하는 필자는 숭어를 '참 착한 생선'이라 치켜세워 주고만 싶다.
지난주 여수쪽으로 가서 수산물 시장을 돌아보았을때 팔뚝만한 살아있는 숭어가 3마리에 만원정도에 팔고 있던데 이럴때 사다가 냉동고에 넣어 놓는다면 두고 두고 먹을 수 있으니 생활의 지혜로도 그만일 듯 싶다.
숭어는 크게 두가지로 분류한다. 바로 참숭어와 보리숭어다. 두 생선의 구분은 간단하다. 보리숭어는 머리가 타원형이고 참숭어는 뾰족하다.
색깔도 배부분이 보리숭어가 대체적으로 회백색을 띈데 반해 참숭어는 누르스름하기 때문.
민물낚시를 즐기는 분들에게는 '붕어'를 연상하면 쉬울것 같다. '떡붕어'와 '참붕어' 때깔을 연상하면 되니까 말이다. 맛은 당연히 참숭어를 먼저 친다.
자 이제 입맛을 다시게 만들었을 겨울철 숭어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서울이나 수도권 가까이에는 없을까? 답은 '있다'이다. 바로 시흥시 오이도 포구에서 어민들이 직접 잡은 숭어를 팔고 있기 때문.
어제(25일) 오이도를 간김에 포구 좌판에 들러 한 마리를 냉큼 집어 들었다. 이곳에서는 숭어를 한 마리에 만원씩 팔고 있었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어획량이 적은건지 아니면 시간이 늦어서인지 팔고 있는 숭어는 몇 마리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격은 매우 착했다. 바로 큼지막한 참숭어 두마리를 피만 빼가는 조건으로 만오천원에 흥정할 수 있었기 때문. 필자는 집에서 썰어 먹기 위해 피만 빼고 사가지고 왔지만 이곳 오이도 포구 좌판에서는 관광객들이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썰어서 주로 판매한다. 썰어주면서도 1마리에 만원이다.
요즈음 오이도 선착장 좌판에서는 만원짜리 한장으로 겨울생선회의 지존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것. 오이도 어촌계 에서는 각 어민들에게 두평 남짓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기에 겨울 바다의 매서운 바람을 피할 수 있다. 비록 엉성하지만 드럼통 난로에 장작을 피워 놓아 따스한 온기속에서 회맛을 즉석에서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올 한해를 마무리 하는 요즈음. 지는 서해 낙조를 바라보며 겨울 생선회의 지존을 맛볼 수 있다면 그 이상 즐거움을 주는 여행지도 없을것 같다. 그것도 전철표 한장에 만원짜리 한장에 이 같은 즐거움을 맛볼 수 있으니 '참 착한 여행지'로 오이도 포구를 꼽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