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2월 초부터 일주일에 두 번 서울을 오가며 볼 일을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 갈 때는 제가 사는 양평 지역에서 중앙선 전철을 타고 왕십리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탑니다. 2호선 왕십리역은 스크린 도어 공사가 한창입니다. 그런데 스크린 도어 머릿 부분 안내 글자를 보여주는 LED창에 나오는 글이 이상합니다.
'안전선 밖으로 한걸음 물러나 주십시오.'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라는 말은 수년 전에 이미 한 시민이 잘못된 말이라고 문제 제기를 한 뒤로 지금은 쓰지 않는 말입니다. 그 뒤로 '안전선 밖으로'라는 말 대신에 '안전선 안으로'라고 쓰고 있습니다.
왕십리역에서 잘못된 이 말을 본 것이 12월 초입니다. 이제는 누구나 다 아는 글을 왜 이렇게 잘못 썼을까? 생각하다가 'PSD 시운전 중'이라기에 곧 바로 고치겠지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12월 14일에 가 봐도 여전히 잘못된 글이 그대로 나옵니다. LED창에는 그 글 다음으로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하는 글이 나옵니다.
두 글을 이어서 읽어보니 다음과 같은 말이 됩니다.
"안전선 밖으로 한 걸음 물러나서,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안 되겠다 싶어 하루 빨리 고쳐야겠기에 사진을 찍어 다음날인 12월 15일에 서울메트로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에 '2호선 왕십리역 스크린 도어 안내문구 시정 요구합니다'는 제목으로 올렸습니다.
경기도에서 일주일에 두 번 일이 있어 서울에 올라가 왕십리역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2호선 왕십리역에 스크린도어 위 문구가 잘못되어 시정을 요구합니다.
현재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 주십시오'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이는 전동차를 기준으로 한 말입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기준이라면
안전선 '안으로' 물러나 주십시오 해야 맞습니다.
기준을 떠나 어법상으로 볼 때도
안전선 '안'이 안전한 곳이고
안전선 '밖'은 안전하지 못한 곳을 말합니다.
예전에도 이런 지적이 있어서 다 고쳐진 걸로 아는데
왕십리역은 아직도 '밖으로'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요즘 스크린 도어 시운전중이던데, 하루 빨리 고치길 바랍니다.
그러자 다음날인 12월 16일, 담당자의 답변이 올라왔습니다.
이부영님 안녕하십니까?
서울메트로의 발전에 좋은 의견을 주셔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 서울메트로는 금년말까지 전역사를 대상을 스크린도어 설치를 완료 할 계획을 가지고 현재 80여개 역사의 스크린도어 설치를 완료하였습니다. 문의하신 왕십리역은 현재 제어, 전기, 통신 장치 설치를 완료하였으며 승강장 양끝에 있는 선로출입문 부분의 공사를 진행중에 있습니다. 이 공사가 완료되면 시운전 공정이 예정되어 있으며 시운전중에 역명 LED표시창 표출 문구를 말씀하신대로 정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운전의 다음단계는 최종운전으로 왕십리역의 준공은 12월말로 예정입니다. 스크린도어 설치로 더욱 안전하고 쾌적한 서울메트로를 이용하실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서울메트로의 발전을 위해 더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이 외에 문의하실 사항은 서울메트로(최**:02-6110-5857)로 연락주시면 정성껏 답변드리겠습니다. 이번주는 날씨가 마니 춥습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고 가내에도 늘 평안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답변 내용이 장황하나, 결론은 제 의견을 받아들여 고치겠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일주일 뒤인 12월 21일에 다시 왕십리역에 가 보니 고치지 않고 그대로 잘못된 문구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잘못되었다면 바로 고칠 일이지 왜 그냥 내버려뒀을까 하고 12월 22일자로 다시 한 번 서울메트로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에 '2호선 왕십리역, 글자 한자 고치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나요?' 하는 의견을 다시 올렸습니다.
저는 12월 15일에 이곳에
2호선 왕십리역에 안내 글자가 잘못 나가고 있으니 고쳐달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시운전중에 역명 LED표시창 표출 문구를 말씀하신대로 정정하도록 하겠습니다.'는 답변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그 후 일주일 뒤인 어제 다시 가 보니 아직도
'안전선 밖으로'라는 글이 그대로 나오고 있더군요.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당장 고쳐야합니다.
특히
가장 중요한 안전 문제로 사람들에게 안전하지 않은 '안전선 밖으로' 나가라는 것은 있을 수 없으므로 당장 고쳐야합니다.
글자 한자 고치는데 그렇게 오래 걸린다는 게 말이 되나요?
시운전 중이라 그대로 둔다는 것도 말이 안됩니다.
잘못된 말은 오늘이라도 당장 고쳐야 합니다.
사진은 어제 저녁에 찍은 모습입니다.
다음 날 답변이 다시 올라왔습니다.
이부영 고객님 안녕하십니까?
역명LED표시창에 표시된 문구는 말씀하신대로 곧 조치할 예정입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현재 스크린도어공사를 마무리하는 중에 있어 스크린도어 제어담당 인력이 스크린도어가 시공중인 역에 투입이 되어 인력부족으로 문의하신 왕십리역의 역명LED표시창의 문구가 수정이 아직까지 되지 못한 모양입니다. 역명 LED표시창의 문구수정은 스크린도어의 상부에 있는 제어장치를 수동으로 조작하는 작업이 필요로 하는 부분이 있어 충분한 인력이 확보되지 못하여 수정작업이 이루어지지 못하였습니다. 시공사로 하여금 역명LED표시창 내용을 수정하도록 재차 요청하였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서울메트로에 대한 소중한 관심과 사랑에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외에 문의하실 내용은 서울메트로(최**:02-6110-5857)로 연락주시면 정성껏 답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늦어서 죄송하다, 곧 고치겠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답변입니다. 그런데 다시 일주일 뒤인 어제 12월 28일에 왕십리역에 가 보니 여전히 잘못된 글이 그대로 나오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기가 막혔습니다. '서울메트로는 고객의 소리에 항상 귀기울이겠습니다'고 하는데, 귀만 귀울이고 답변만 하면 그걸로 그만인 것인가요?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고치겠다면서 글자 한 자 고치는 게 그렇게 힘든가요? 바로 고칠 수 없다면 차라리 제대로 고치기 전까지 꺼두는 것이 낫습니다.
이번에 2호선 역을 자세히 살펴보니 합정역, 홍대역, 신촌역을 비롯해 먼저 완공한 다른 역의 스크린 도어 위에는 LED 창이 없는데, 새로 시설 중인 왕십리역 스크린 도어 위에는 LED창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LED 창을 운영하려면 완공 뒤에도 계속 전기세를 비롯한 별도의 관리비가 들어갈 텐데, 시운전 중에도 관리가 잘 안되는 LED창을 꼭 설치할 필요가 있었는지도 새삼 궁금해졌습니다.
혹시 오늘은 고쳤을까요? 오늘은 왕십리역에 가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서울메트로는 거의 한달 가까이 고객들을 위험한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달라고 부탁해 왔습니다. 서울메트로는 지금이라도 당장 고객들에게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달라는 악담을 거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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