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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멀리 떨어져야

가장 멀리 날아가는 건

활시위와 화살의 사이다

과녁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쳐서

자지러질 때까지

그리하여 만물이 선명해질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야

멀리서 온갖 꽃봉 터지는 소리 들린다

그대와 나의 사랑의 역설처럼 - '사이' 전문

 

이 시는 이번에 펴낸 5집에 있는 '사이'이다. 이월춘 시인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시다. 시가 삶 자체라는 그는 시인이면서 27년 동안 중, 고교 배테랑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그의 시와 삶, 교사로서의 면모를 들어봤다.

 

- 그동안 시를 꾸준히 발표했는데, 선생님의 시 세계를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언제부터 시를 썼으며, 주로 어떤 시를  썼는지, 선생님에게 있어서 시란 어떤 의미인지?

"중고생 때부터 책을 좋아하면서 문학에 관심을 두었고, 대학때 국어교육과를 전공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첫 시집엔 주로 교육 문제나 소외받는 사람들의 삶, 낙동강가 고향에서의 농사 체험이나 이웃들의 고단한 삶에 대한 관심, 그래서 나는 자연을 떠나지 못하는 것 같다. 시는 나의 삶이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한평생 하면 정말 사람들의 가슴을 두드려 뭉글뭉글한 작품 몇 편은 건지지 않을까 위안을 한다. 진정성을 담은 안타까움과 애틋함을 찾아 시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뿐이다."

 

- 국어교사생활을 꽤 오래하셨는데, 요즘 국어가 많이 파괴되어가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언어파괴 문제, 이것만 가지고 몇 시간 이야기해도 부족하다. 정말 심각한 문제지만 세상이 변했고, 글로벌 세상을 인식해야한다. 긍정적인 외래문화는 받아들이되 우리말 사랑엔 더욱 애정을 쏟아야 하는데, 방송 같은 데서 예사로 우리말을 홀대하는 것을 보면 걱정이다. 우리 아이들은 어려서 그렇다 치더라도 기성세대들이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 요즘 고교생들을 지도하면서 특별히 어떤 힘든 부분이 있는지, 또 학부모들은 아이들 교육문제와 인성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좋은 해법이 있다면?

"할 말은 많지만 몇 가지 특징만 얘기하겠다. 먼저 예의도 없고,, 존경 같은 거 바라지도 않지만, 교사를 어려워하지 않는다. 평등 교육과 아이들의 인권 모두 중요하지만 미성년이니 어른이나 선생님들이 상벌을 엄격히 해야 한다고 본다. 요즘 학교에서 숙제 내주는 선생님이 드물다고 한다. 왜냐하면 내줘도 안 해오니 내 줄 필요가 없다는 거지. 안 해 오면 벌을 줘야 하는데, 체벌금지로 벌도 함부로 줄 수 없다. 착하고 성실한 아이도 많지만 제법 많은 수의 아이들이 그렇다. 기본 예절 교육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것은 의식주 걱정이 없으니까 매사 진지함이라곤 없다. 삶에 대한 가치관과 진로에 대해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이다. 그래도 엇나가지 않게 하려면 꾸중도 해야 하고 칭찬도 해야 한다."

 

- 교사라는 직업 선택을 참 잘했다고 느끼는 때는 언제인지?

"무엇보다 제자들이 나를 잊지 않고 찾아줄 때다. 훌륭하게 자란 녀석들 뿐 아니라 나름대로 사회의 구성원 역할을 하는 녀석들이 연락해 오면 정말 가슴이 뿌듯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꿈이 교사여서 이전에도 지금도 후회는 없다."

 

- 지난 시집에 보면 부인께서 많이 아팠던 걸로 표현되어 있는데, 그때의 심정은?

"결혼하고 이 사람이 큰 수술을 세 번이나 했다. 그 때 아내는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데, 나는 그래도 생활을 해야 하니, 국수를 먹는 것조차 비참한 느낌이었다. 그때의 느낌은 어떤 절박함이랄까 삶과 죽음 등에 대한 생각을 형상화해 본 것이다."

 

- 그외 지난 삶을 돌아볼 때, 특별히 힘들었던 시절은 언제인지?

"대학시험을 세 번 떨어졌을 때와 큰형님께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을 때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생각한다. 앞에 것은 그 후 입학했으니 괜찮았고, 뒤의 것은 몇 년에 걸쳐 집안의 어려움을 푼다고 고생했다. 모든 어려움이 그렇지만 지나고 보면 다 추억이다."

 

 

- 시나 교육문제 등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가능하면 건강하게 교사로서의 사명을 다하고 싶고, 문학과의 동거가 무난했으면 좋겠다. 시집도 5년 정도마다 계속 내고 싶고, 산문집도 하나(곧 될 거 같고), 시평설집도 하나 내고 싶다. 욕심이 많은가? 하하하"

 

이월춘 교사는 경남 창원 출생, 경남시인협회 부회장, 경남문협, 시사랑문화인협회, 경남문학관, 김달진문학관 이사, 계간진해 편집위원, 한국작가회의 회원, 시향 동인, <시와생명>, <경남문학> 편집위원 역임. 현 진해중앙고등학교 국어교사  시집<칠판지우개를 들고><동짓달 미나리><추억의 본질><그늘의 힘><산과 물의 발자국>이 있고, 편저<벚꽃 피는 마을>, 공저 <비 내리고 바람 불더니>가 있다. 경남문협의 우수작품집상과 제1회김달진문학상월하진해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중앙복지신문에 게재했습니다


#시인 이월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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