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해 보내고, 호랑이의 해를 맞습니다. 열심히 일했습니다만 내심 서운한 구석이 없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그러신지요? 그 전 해보다 더 나은 해를 보내셨기 바랍니다. 새해는 멋진 일로 가득하시기 빕니다. 돈도 많이 버시고요. 저도 그렇게 되도록 기원하겠습니다.
스펙(?)으로 보아 호랑이란 녀석은 힘이나 민첩함 등이 뛰어나 참 무서운 동물입니다. 사자와 함께 야생의 왕좌를 다투는 놈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보다 곶감이 더 무섭다네!' 하면서 슬금슬금 뒤로 물러서는 어리숙한 존재로 이야기에 그려집니다. 또 단군신화에는 곰(웅녀)보다 끈질기지 못해 '하늘'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대목이 있지요. 이렇듯 호랑이는 우리네와는 (정서적으로) 친밀합니다. 까치 호랑이 그림 등으로 웃기게 그려진 민화에서도 호랑이는 재미있는 모양입니다.
맹렬한 기세로 세상을 헤쳐가지만, 다른 한 면은 이렇게 부드럽고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호랑이의 모습을 염두에 두고 새해 한 해를 살아가시면 어떨까요.
마침 시사만화가 안백룡 화백의 재미난 호랑이 그림이 도착했네요. 꺼내보고는 문득 여러분과 같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이제 원로라는 이름이 걸맞는 안 화백께서는 이를 즐겁게 허락해 주셨습니다. 지난해 연말에도 여러분께 그의 소 그림 보여드렸죠.
호시우보(虎視牛步)라는 말이 있습니다. '호랑이 눈'으로 매섭게 세상을 보되, '소의 발걸음' 마냥 진중하고 무던하게 사는 것을 이르는 숙어지요. 누구는 '한번 왕창 벌어 오래 화끈하게 살자.'고 합디다만, 어떤 방식이 더 착할지는 두고 봐야 할 거리겠습니다.
송구영신(送舊迎新), 지난 해 여러분이 이룬 크고 작은 공덕에 박수를 보냅니다. 새해에는 착한 기운을 더 많이, 더 널리 퍼뜨리는 의미로움을 크게 지으시기 바랍니다. 건강도 아주 중요하지요. 부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민사회신문 한자교육원(www.yejiseowon.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시민사회신문 논설주간으로 한자교육원 예지서원의 원장을 겸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