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 도전의 증거>, 올해 나온 신간이다.
뭐, 특별히 광고가 많았던 책도 아니었고, 베스트셀러도 아니고, 특별히 주목 받거나 보고 싶었던 책도 아니었다. 단지 티스토리-알라딘 서평단으로 뽑혀서 날아온 책 중에 한 권이었다.
표지를 보니 26살의 젊은 일본 여성이 사업적으로 성공한 수기 같다. 뭐, 젊은 날에 성공한 사람들이 이야기야 많지 않은가. 특별한 관심이나 흥미도 별로 느껴지지 않아 던져두었던 책이다. 장거리 이동할 일이 있어 책을 찾다가 어쩌다 손에 잡혔다. 그냥 가볍게 훑는 느낌으로 읽을 생각이었다.
도입부를 읽으면서 "세상에 뭐 이런 또라이 같은 여자아이가 다 있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녀의 학창시절은 실로 좌충우돌형 사고뭉치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래 남자들한테 지기 싫어 배운 유도. 실제로 남자들을 실컷 패주기도 한다. 그러나 유도수련을 하면서 유도 분야 최고 선수가 되길 꿈꾼다. 최고가 되겠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고등학교 진학 시에 여자 유도부가 있는 학교가 아니라 남자 유도부 밖에 없는 학교에 지원한다. 여자 유도 분야의 최강이 되려면 남자들을 이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혼쭐이 날 정도로 가혹하게 훈련을 받는다. 그녀의 무모한 배짱에 기가 막힐 정도였다.
고등학교 때까지 운동선수로 생활했음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공부한 실력으로 일본의 명문대학교 중에 한 군데인 게이오 대학에 들어간 점도 놀라웠다. 그러나 국제기구에서 일하게 된 사연이나 아시아 최빈국 방글라데시의 극빈자들을 위해 국제기구를 그만 두고 그곳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그곳에서 사업까지 시작하며 좌충우돌하는 그녀의 드라마틱한 인생여정에 쏘옥 빠져들고 말았다.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을 도우며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꿈꾸는 그녀의 거침없는 도전에 그저 놀랍고 감동스러울 따름이었다. 또 한편으로 그저 돈 몇 푼 던져주고 얻는 값싼 동정심에 만족감을 가지지 않았나 하는 나의 삶이 부끄럽기 그지없게 느껴졌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 아니 우리 모두가 소외된 사람들에게 너무나 무정하게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26살 도전의 증거>는 저자 에리코의 솔직담백하고 거침없는 도전적 삶의 여정에 빨려들 수밖에 없는 강력한 매력이 느껴진다. 단순히 거지에게 적선하듯이 돈 몇 푼 내면서 빈민국에 생색내기 형태의 지원은 문제가 있다는 그녀의 지적과 행동에 놀라웠다.
빈민국에서도 멋진 상품, 멋진 브랜드를 가지고 전 세계로 이름을 떨치도록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 세계 최고의 빈민국이라고 볼 수 있는 방글라데시의 국민들을 위해서 '메이드 인 방글라데시' 상품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한다. 그렇데 가난한 국가의 국민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무모할 정도의 아름다운 순수함과 도전정신에 매료되었다.
오늘날 우리 젊은이들이 배워야 할 삶의 롤모델이 되기에 충분한 인물이다. 그녀의 책을 읽으면 그녀로부터 뿜어 나오는 삶의 열정과 도전정신을 느낄 수 있으리라. 나 역시 그녀 덕분에 강력한 삶의 동기부여를 받았다. 언젠가 야마구치 에리코를 만나고 싶다는 기대감마저 품어 봤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구:
무수한 장애물이 놓이겠지만 나는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걸을 것이다. 약간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와 타협하지도 않을 것이며, 약간의 편의를 위해 누군가를 상처 입히지도 않을 것이며, 약간의 편함을 위해 길 한가운데 누워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고 어떤 평가를 받든 상관없이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걸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여기에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원천이기에.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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