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6. 까루, 위험에 빠지다

 

"괴물이 나타났어! 괴물이 나타났다구!"

망을 보고 있던 까치 남편 우리가 소리쳤습니다. 뚜루는 깜짝 놀라 달려오는 괴물을 쳐다보았습니다.

 

"위험해!"

괴물은 엄청나게 빨랐습니다. 순식간에 뚜루를 덮칠 듯이 달려들었습니다.

 

"보지 말고 뛰어!"

야리가 소리쳤습니다. 리초는 너무 무서워 눈을 감았습니다.

 

씽-.

순식간에 괴물은 뚜루가 있던 곳을 지나갔습니다.

 

"뚜루야!"

동물들은 일제히 소리를 질렀습니다. 뚜루가 도로 위에 엎드려 있었습니다. 다친 것 같았습니다.

 

"다시 괴물이 나타났어."

우리와 끼리가 동시에 소리쳤습니다.

 

"아, 어떻게 해."

까루가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뚜루가 힘들게 몸을 일으켰습니다. 한 걸음 옮기다 다시 푹 쓰러졌습니다.

 

"꼬리에서 피가 나."

구구가 소리쳤습니다. 뚜루가 다시 일어났습니다.

 

끙!

뚜루의 힘겹게 일어서는 소리가 이쪽까지 들려왔습니다.

"힘 내!"

"어서 달려!"

동물들은 목이 쉬어라 소리쳤습니다. 괴물이 씽- 하고 지나갔습니다. 약한 먼지가 동물들이 모여 있는 공터로 넘어왔습니다. 뚜루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뚜루가 어디 있지? 괴물한테 끌려갔나?"

까루가 걱정하며 말했습니다.

 

"저, 여기 있어요."

뚜루가 건너편 공터에서 고개를 살짝 내밀었습니다.

 

"와!"

동물들이 함성을 질렀습니다. 까치 부부와 구구가 뚜루에게 날아갔습니다.

"꼬리 부분을 다쳤어. 많이 아픈가 봐."

"저런, 피가 많이 나는 데?"

오소리 야리가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습니다.

"응, 까치 부부가 나뭇잎으로 상처를 치료해 주고 있어."

 

 

"아참. 덩굴을 새로 모아야겠네."

들쥐 까루가 식구들을 데리고 숲 속으로 뛰어갔습니다.

 

자주 다니던 곳에서는 덩굴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까루는 가족들을 데리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깊은 숲 속으로 들어섰습니다. 까루가 멀리 피어 있는 꽃을 발견했습니다. 노란 꽃과 흰꽃이 섞여서 황금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인동초다."

"인동초라구요?"

"응, 저기에 인동초 덩굴이 물푸레나무를 타고 올라가고 있구나."

"아빠, 빨리 가 봐요."

까루 가족들이 쪼르르 인동초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들쥐들이 신기한 듯 인동초 꽃을 살펴보았습니다.

 

"덩굴 하나에 흰 꽃하고 노란 꽃이 두 개씩 피어 있는 게 보이지? 잘 봐 둬. 나중에 너희들도 덩굴이 필요하면 저 꽃을 찾으면 돼."

까루는 나무 위로 올라갔습니다. 덩굴은 나무 위로 꽤 높이 뻗어 있었습니다. 새끼들은 물푸레 나무 아래에서 열심히 덩굴을 갉았습니다. 인동초 덩굴은 질겨서 잘라내는 데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까루는 흐뭇하게 내려보다가 고개를 돌렸습니다. 덩굴이 끝나는 곳까지는 한참을 더 올라가야했습니다. 덩굴은 물푸레나무를 몇 겹으로 꼬면서 올라가 풀어내기가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쉭- 쉬익.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까루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뱀 한 마리가 물푸레나무 아래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까루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습니다.

"얘들아, 뱀이야. 어서 피해."

 

깜짝 놀란 생쥐들이 허둥지둥 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 까루는 새끼들이 숨은 것을 확인하자 나무 아래로 내려와 다리를 절룩거리며 아픈 흉내를 내었습니다.

"여기야. 여기로 와."

뱀이 까루를 보자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까루는 새끼들로부터 가능하면 먼 곳으로 뱀을 이끌었습니다.

 

쉬이익. 쉬식.

뱀은 혀를 날름거리며 까루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습니다.

까루는 새끼들이 숨은 곳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 이르자 그제야 숨을 헐떡거리며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뱀을 피해 살아날 방법은 없었습니다. 새끼들이 살아날 수만 있다면 이런 목숨쯤은 하나도 아깝지 않아! 까루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떨리는 가슴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습니다. 뱀은 점점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혀를 날름거리는 소리가 벌써부터 온 몸을 칭칭 감는 것 같습니다. 뱃속의 창자를 슥슥 긁고 지나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 때 동물회의 때 결정한 내용이 번개처럼 머리를 스쳤습니다.

 

"자, 잠깐. 우리 동물들은 서로 잡아먹지 않기로 약속했어."

"쉬시익.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나는 지금 배가 고파 죽겠어. 너를 잡아먹을 거야."

"저, 정말이야. 전체 동물회의에서 그렇게 결정했어."

"동물회의라고? 내 알 바 아냐. 나는 어디로든지 갈 수 있어. 그러니 여기 결정을 따를 의무가 없어."

뱀은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까루를 한 입에 삼킬 듯 다가왔습니다.

 

"까악 까악, 저리 꺼져."

갑자기 하늘에서 까치 부부가 내려와 부리로 뱀을 쪼았습니다. 우리와 끼리였습니다. 뱀은 먹잇감을 눈 앞에 두고 갑자기 훼방꾼이 나타나자 화가 난 듯했습니다.

 

"이건 또 뭐야."

뱀은 까치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까루는 얼른 물푸레나무 뒤로 가서 숨었습니다.

"얘들아. 여기로 모여."

까루는 새끼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사방에 흩어졌던 까루네 가족이 모두 물푸레나무 아래로 모였습니다. 까치 부부는 부리를 앞세우고 사납게 뱀을 공격했습니다. 새 두 마리가 한꺼번에 공격하자 뱀은 견디지 못하고 결국 멀리 도망가고 말았습니다.

 

"까루야. 어디 다친 곳은 없니?"

끼리 부인이 물었습니다.

 

"예. 도와주셔서 무사해요."

까루는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정말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 했네."

끼리 부인이 주위를 한 바퀴 돌며 다친 들쥐가 없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올리 할아버지는 정말 지혜로워. 까루네가 덩굴을 구하러 산 속 깊이 갈 것 같다고, 뱀이 많으니까 우리보고 뒤따라 가보라고 하셨거든."

남편 까치인 우리가 말했습니다. 까루네는 인동초 덩굴을 가득 잘라 내었습니다. 뱀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 예스24 작가블로그에도 연재중입니다.


#숲속의 빨간신호등#생태동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인, 아동문학가, 독서운동가> 좋은 글을 통해 이 세상을 좀더 따뜻하게 만드는 데 동참하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