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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2TV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
 KBS 2TV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
ⓒ KBS 공부의 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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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못 한다는 이유로 위축된 채, 삶의 목표도 없이 방황하던 열등생들이 변호사 강석호를 만나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눈물겨운 노력 끝에 천하대에 가게 되는 인생역정." - KBS 드라마 <공부의 신> 홈페이지

홈페이지에 오글거리는 드라마 설명은 그러려니 참았다. 유치뽕짝 예고편도 그래 예고니까, 하는 마음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첫 방영 시작과 함께 나온 -기적과 감동의 드라마-니, 뭐니하는 몰염치하기(?) 짝이 없는 자막을 보고나자 그만 꾹 참았던 웃음이 푸하하 터지고 말았다.

'또 애들 마음에 헛심 들게 하겠구나.' 이쯤되면 혹세무민 아닌가 하고 투덜거렸다. 모의고사 성적표 받고 속상해하는 애들, 여럿 TV 앞에 모아놨겠다 생각하니 공연히 한 숨이 나왔다. 혹시나 드라마를 시청하는 학부모가 '봐봐, 저렇게 하면 되자나' 하고 자녀 군기 잡을까 걱정도 됐다.

돈도 없고 빽도 없는데, 천하대에 가라고?

KBS 2TV에서 4일, 방영을 시작한 월화 드라마 <공부의 신> 이야기다. <공부의 신>, 사실 시작 전에는 기대가 컸었다. <꽃보다남자> 인기 뺨치고 있는 청소년 스타 유승호, 이현우, 고아성이 출연한다는 사실 때문에 말이다. 그들이 누구던가, 유승호는 국민드라마 <선덕여왕>에서 김춘추 역으로 매력 뽐내셨고, 이현우는 한류드라마의 주역 <태왕사신기>에서 어린 청룡을 열연했더랬다. 게다가 고아성은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괴물>에서 출중한 연기력으로 사랑받은 인물이 아니던가.

어디 이뿐이던가, 이름만 들어도 코믹함이 묻어나오는 김수로가 진지하게 연기 변신을 꾀하고. 배두나, 변희봉 같은 영화 <괴물>의 주역들이 고스란히 나온단 사실. 이 정도만으로  도 <공부의 신>은 드라마의 신, 시청률의 신이 되고 남을 것 같았다.

 KBS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
 KBS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
ⓒ KBS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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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무진장 기대한 첫 회, 하지만 눈동자를 너무 초롱초롱하고 기다렸기 때문일까? 시청하고 있던 내 안구에 안타까움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솔직하게 말한다. 1화, 2화는 기대 이하였다. 그 빵빵한 등장인물들이 빛나는 연기를 펼쳤음에도 실망했던 이유가 있다.

지지리 궁상 열등생들이 헌신적인 변호사를 만나 우등생으로 거듭난다는 진부하기 짝이 없는 줄거리, 게다가 요즘같이 개천에서 용이 태어날 수 없는 시대에 '못살아도 최고의 대학에 갈 수 있다'는 헛꿈을 심어주는 대사들 때문이었다. 전혀 몰입이 되지 않았다.

공연한 트집이 아니다. 드라마 속 병문고 처럼 입시에 있어서 만큼은 똥통(?) 학교(자긍심은 높지만)를 다녀봤고, 그런 학교의 문제아였던 내가 봤을 때 <공부의 신>의 리얼리티는 제로, 많이 줘봐야 10점에 불과했다.

뭐, 요즘같이 드라마가 만화틱해진 시대에 리얼리티를 따지는 것 자체가 웃길 수도 있지만, 1-2년 동안 빡세게 공부한다고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걸 제대로 경험을 한 필자에게 이 문제는 꽤 민감한 일이다.

아 갑자기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학창시절, 당시 필자는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친구들과 단번에 성적을 올려준다는 학습지도 해보고, 값비싼 과외도 받았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대한민국 1% 우등생들과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목표로 했던 대학에서도 훌러덩 미끄러졌다. 학습지와 과외 선생의 혹세무민으로 인한 새드 엔딩이었다.

이후, 그저그런 대학에서 공부와는 담을 쌓은 필자. 어느날 하루는 한 언론사의 대학생 인턴기자가 되어 강남 대치동, 노원, 일산등의 학원가를 취재한 적이 있다. 그때 새벽 늦게 까지 계속되던 학원가의 불야성과 시스템화 된 관리, 입시 컨설턴트까지 있는 그 치밀함에 놀라고 말았다. 내가 저런 애들과 경쟁을 했었나, 큰 충격을 받았다.

알고보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상대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밤낮없이 공부한다 해도 대부분의 청소년은 -강남·노원·일산- 신의 학원가 아이들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 루저였다. 현실은 이처럼 막막한데, 빡세게 공부하면 학벌의 정점에 오를 수 있다고 장및빛 희망을 뿌리는 <공부의 신>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사교육에 대해 알지 못하는 변호사가 아무리 공부 시간을 늘린다 한들, 강남 대치동 학원가의 온종일 공부 스케줄을 따라갈 수 있을까? 전설의 수학 선생을 모셔온다 한들, 애들 수능점수 올리는데 도가 큰 노원동 고액 연봉 선생님을 따라갈 수 있을까? 암울한 생각이 머릿속에 아른거린다.

열등아들이 공부법을 바꾼다고 해서 불과 1년 만에, 드라마 속 학벌의 최고봉인 천하대에 가는 것은 오늘도 수십, 수백만원짜리 과외를 전전하는 강남 학생들을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또 자사고, 특목고에 가기 위해 청소년기를 오롯하게 공부에 바친 청소년 열사(?)님들이 공부를 포기하지 않은 다음에야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천하대 타이틀보다 중요한 건, 최선을 다했다는 노력

 KBS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
 KBS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
ⓒ KBS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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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공부의 신>이 아닌, 현실 속에서 1%, 최고의 대학에 입학하는 사건은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청소년의 경우는 더 그렇다. 아무리 공부한다 한들, 단 1년만에 열등생이 1% 우등생으로 변하는 기적은 쉽사리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포자기 하지 마라. 현실의 인생은 <공부의 신>처럼, 천하대에 가는 것으로 결정 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지금부터 최선을 다하되 실패는 두려워하지 말자. 대학이 인생 전부인 줄 알았던 선배의 조언이다. 실패도 약이 된다. 그깟 대학교 이름 보다, 대학에서 얼마나 멋진 사람이 돼서 사회인으로 거듭나냐가 중요하다. 좋은 대학 나와서 실없는 사람, 부족한 대학 나와서 성공한 사람도 많이 보다보면 이 말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청소년들이 나는 열심히 했는데 왜 안 될까? 난 왜 실패한 것일까 그런 낙담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진짜 보석은 나중에 꽃핀다. 출발선이 다른데 어떻게 처음부터 최고가 될 수 있겠는가? 빽도 없고, 돈도 없는 청소년들. 까짓것 최선을 다한 결과가 천하대면 어떻고 지하대면 어떤가. <공부의신> 같이 요행, 단기간의 노력으로 그보다 큰 행운을 거머쥘 생각을 갖지 말고 항상 부단히 노력해라. 언젠가 그 결과는 성공으로 보답 될 테니 말이다.


#공부의 신#드라마 #유승호#이현우#고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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