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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월화드라마 <파스타>.
MBC 월화드라마 <파스타>. ⓒ MBC

우리나라처럼 '먹는 것'을 중요시하는 나라도 드물다. 그것은 TV만 틀어도 단박에 알 수 있다. TV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먹거리로 화면을 채운다. 아침방송에서는 이름난 맛집을 찾아가고, 오후에는 지역 특산음식을 소개한다. 저녁이 되면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에 어울리는 계절별미가 화면 한 가득이다. 그도 모자라서 따로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있을 정도.

음식을 먹는 것만큼이나 보는 것도 즐기고, TV에 소개된 맛집을 찾아다니며 맛있는 음식 먹는 발품 팔기를 주저하지 않는 우리나라 사람들. 그래서 그런지 음식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늘 성공을 거두며 불패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다.

중식을 소재로 한 MBC <맛있는 청혼>. 한식을 소재로 한 MBC <대장금>은 방영 이후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 한식 열풍을 주도하였으며, 마찬가지로 한식 요리사의 세계를 그린 SBS <식객>도 성공을 거뒀다. 파티시에와 바리스타의 일상을 담아낸 MBC <내 이름은 김삼순>과 MBC <커피프린스 1호점>은 높은 시청률과 더불어 방영 이후 파티시에와 바리스타 열풍을 주도했다.

이처럼 음식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이 거의 예외 없이 흥행에 성공해왔다는 점에서, 새로 시작한 MBC 월화드라마 <파스타> 역시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제 우리에겐 피자만큼이나 친숙해진 이태리 음식 파스타. <파스타>는 바로 이 파스타를 중심으로 이태리 음식의 세계를 그려내는 드라마다.

까칠한 이선균과 근성의 공효진의 만남

 MBC 월화드라마 <파스타>.
MBC 월화드라마 <파스타>. ⓒ MBC
서유경(공효진 분). 26살. 짬뽕이 특히 더 맛있는 유경반점의 장녀. 그러나 정작 본인은 가업인 중식당이 아닌, 파스타를 만들기 위해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3년째 일하고 있다. 온갖 잡무에 시달리며 주방 보조로 지낸 3년 만에 주방 보조에서 '주방'자를 떼고 파스타 보조로 승격한 그녀는 드디어 요리사가 되었다는 감격에 흥분한다. 그러나 그 감격은 채 3일을 못 넘기고 마는데….

최현욱(이선균 분). 32살. 젊고 유능한 이태리 출신 셰프. 아직까지 그의 사생활에 대해 알려진 바는 없다. 다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여자'는 좋아하지만 '여자 요리사'는 싫어한다는 것. 그래서 자신의 주방에 여자 요리사는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다. 사람 좋은 웃음 짓다가도 요리 앞에서는 순식간에 돌변해 미친 듯이 악다구니를 쓰는, 주방 사람들을 벌벌 떨게 만드는 카리스마 지존.

<파스타>는 방송 첫 주의 2회분을 드라마의 타이틀 롤인 이 두 인물의 등장과 캐릭터에 대한 설명에 상당부분 할애했다. 유경과 현욱의 우연찮은 첫 만남, 그리고 재회. 현욱의 해고 령에도 기어이 레스토랑에 출근하는 유경의 모습에서 그녀의 성격을 엿볼 수 있었으며, 그럼에도 꾸준히 그녀를 무시하고 기어이 해고시키려는 현욱의 모습에서 시청자는 그의 캐릭터를 확실히 인지했다.

그러면서도 <파스타>는 요리 드라마라는 본분을 잊지 않고, 드라마의 주무대인 레스토랑 '라스페라'의 주방을 배경으로 첫 신부터 속도감 있게 요리장면을 그려냈다. 쫄깃한 파스타 면발은 탄력을 더해가고 스테이크는 노릇하게 구워지며 랍스타는 그럴싸하게 요리된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요리들로 무장한 <파스타>는 요리 드라마가 시청자를 TV 에 모으는 방법을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주연배우들의 연기는 대체로 무난했다. 공효진은 그야말로 딱 공효진스러운 배역을 맡았다. 고집스러워 보이는 얼굴에 '못 먹어도 고!'를 말하는 듯한 근성 가득한 입매하며…. 악질 셰프 밑에서 고생문이 훤하게 열렸음에도 결코 포기를 모르고 마음 한구석 자그마한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유경의 캐릭터에 딱 어울리는 단 한 명의 배우가 있다면, 그게 바로 공효진일 것이다.

이선균의 불분명한 발음 아쉬워

 MBC 월화드라마 <파스타>.
MBC 월화드라마 <파스타>. ⓒ MBC

이선균의 연기 변신은 주목할 만했다. <하얀거탑>의 성공 이후 지금까지 드라마에서는 줄곧 따뜻하고 이해심 가득한 매너남 아니면 부드럽고 개방적인 쿨가이 등의 배역만 맡아왔던 그가 요리 앞에서는 인정사정없는 까칠한 셰프가 되어 돌아왔다. 까칠한 캐릭터의 대명사인 강마에보다 한 계단 업그레이드된 듯 보이는 그는 부하 요리사에게 "미친X 널뛰듯 널뛰었겠지"와 같은 폭언을 서슴지 않는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역시나 불분명한 발음이다. 워낙 속사포같이 빠르게 쏘아대는 대사가 많은 탓에 가뜩이나 선명하지 못한 그의 발음이 더욱 불분명해진 것. 저음에 울림이 많은 그의 목소리는 느리고 부드러운 톤의 연기를 할 땐 캐릭터를 살려주지만 빠르고 정확하게 대사를 전달해야 하는 연기를 할 땐 이처럼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곤란할 정도로 장애요소가 된다.

<파스타>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함과 동시에 주연을 꿰찬 알렉스의 연기도 아직까지는 흠잡을 데 없어 보였다. 유들유들하면서도 배려 많고 매너 좋은 캐릭터인 김산은 그가 <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 보여준 평소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익숙했고, 그래서 첫 연기임에도 시청자들이 별다른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다만 조연배우들의 수가 지나치게 많은 것은 극을 다소 산만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선균과 공효진을 제외한 주방 사람들만 8명에 달하며, 퇴출파 3명까지 더하면 모두 11명이나 된다. 이렇게 라스페라의 주방 인물들의 수가 너무 많은 것은 카메라의 시점이 지나치게 빠르게 바뀌는 결과를 낳았고, 시청자의 시선은 분산될 수밖에 없다.

<선덕여왕>의 독주체제가 막을 내리고 바야흐로 월화드라마 양상은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었다. 성공한 원작과 하이틴 스타 유승호를 앞세운 KBS <공부의 신>. 조선 초 현대식 병원인 제중원을 배경으로 사극과 의료 라마를 접목시킨 SBS <제중원>. 어느 하나 만만한 상대가 아닌 상황에서 <파스타>는 요리 드라마 불패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


#파스타#이선균#공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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