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경은 아브라함이 장황한 바이블 구절을 베껴 보낸 의도가 무엇일지를 생각하며 메일을 계속 읽어 나갔다.
"이 사람의 말이 사실이냐?"
여전히 예수는 잠잠하였다.
"내가 너를 살아 계신 하나님께 맹세하게 하노니, 너는 정녕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인지 말하라."
예수께서 가라사대,
"네가 이미 말하였느니라.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후에 인자가 권능의 우편에 앉은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너희가 보리라"하시니,
대제사장이 자기 옷을 찢으며 가로되,
"저 자가 참람한 말을 하였으니 어찌 더 증인이 필요하리오? 보라! 지금 그대들 모두가 이 참람한 말을 들었도다. 그대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사형에 해당하니라."
사람들이 예수의 얼굴에 침 뱉거나 주먹과 손바닥으로 때리며,
"그리스도야, 우리에게 선지자 노릇을 해 보라. 너를 친 자가 누구냐?"하더라.
바깥뜰에 앉아 있던 베드로에게 한 비자(婢子)가 다가서 가로되,
"너도 갈릴리 사람 예수와 함께 있었도다."하거늘,
베드로가 모든 사람 앞에서 부인하며 가로되,
"나는 네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겠노라."했다.
앞문으로 나온 베드로를 다른 비자가 보고 거기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되,
"이 사람은 나사렛 예수와 함께 있었도다"하매,
베드로는 맹세하고 부인하며 또 가로되,
"내가 그 사람을 알지 못하노라"하더라.
조금 후에 곁에 섰던 사람들이 나아와 베드로에게 이르되,
"너는 진실로 그 당(黨)이라. 네 말소리가 그것을 표명한다."하거늘
베드로가 저주하고 맹세하여 가로되,
"그 사람을 알지 못하노라!"하니,
닭이 곧 울더라.
(마태: 26장 57~75)
빌라도 총독의 1차 심문무리가 다 일어나 예수를 빌라도에게 끌고 가서 고소하여 가로되,
"우리가 이 사람을 보매 우리 백성을 미혹하고 가이사에게 세 바치는 것을 금하며 자칭 왕 그리스도라 하더이다"하니,
빌라도가 예수께 물어 가로되,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
예수가 대답하여 가라사대,
"네 말이 옳도다."
빌라도가 대제사장들과 무리에게 이르되,
"내가 보니 이 사람에게 죄가 없도다."하니,
무리가 더욱 굳세게 말하되,
"저 자가 유대에서 가르치고 갈릴리에서부터 시작하여 여기까지 와서 백성을 소동케 하나이다."
(누가: 23장 1~5)
헤롯왕의 심문빌라도는 예수가 갈릴리 사람임을 확인하고 관할 구역인 헤롯에게 보내니 헤롯이 예루살렘에 있더라. 헤롯이 예수를 보고 심히 기뻐하니, 이는 그의 소문을 익히 들었으므로 보고자 한 지 오래였고, 또한 이적 행하심을 보기 바랐던 까닭이더라.
헤롯이 여러 말로 물으나 예수는 아무 대답도 아니 하시니,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이 서서 힘써 고소하더라.
헤롯이 그 군병들과 함께 예수를 업신여기며 희롱하고 빛난 옷을 입혀 빌라도에게 도로 보내니, 헤롯과 빌라도가 전에는 원수이었으나 당일로 친구가 되니라.
(누가: 23장 6~12)
빌라도의 2차 심문빌라도가 대제사장들과 관원들과 백성을 불러 모으고 이르되,
"너희가 백성을 미혹하는 자라 하여 이 사람을 끌고 왔도다. 보라, 내가 너희 앞에서 사실(寫實)하여 이르되 너희가 고소하는 일에 대하여 이 사람에게서 죄를 찾지 못하였고, 헤롯이 또한 그렇게 하여 저 자를 우리에게 도로 보내었도다. 저 자가 행한 일에는 죽일 만한 것이 없느니라. 그러므로 때려서 방면하겠노라."
무리가 일제히 소리 질러 가로되,
"이 사람을 없애고 바라바를 우리에게 놓아 주소서."하니,
"이 바라바는 성 중에서 민란과 살인 혐의로 옥에 갇힌 자로다."
빌라도가 예수를 방면하고자 하여 다시 무리에게 말하자, 무리는 소리 질러 가로되,
"저 자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하는지라.
빌라도가 세 번째 말하되,
"이 사람이 무슨 악한 일을 하였느냐? 나는 그 죽일 죄를 찾지 못하였나니 때린 후 방면하겠노라."한대,
무리가 큰 목소리로 재촉하여 십자가에 못 박기를 구하니 무리의 소리가 이긴지라. 이에 빌라도는 무리가 요구하는 대로 하기로 언도하고 무리가 구하는 자, 곧 민란과 살인으로 옥에 갇힌 자를 방면하고 예수를 넘겨주어 저희 뜻대로 하게 하니라.
무리가 예수를 끌고 갈 때에 시골에서 오는 시몬이라는 구레네 사람을 잡아 그에게 십자가를 지워 예수를 쫓게 하더라.
또 가슴을 치며 슬피 우는 여자의 무리가 따라오는지라, 예수께서 돌이켜 그들을 향하여 가라사대,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를 위하여 울라."
(누가:23장 13~26)
조수경은 주철식을 신문하기 시작한 지 반 나절 만에 그의 입을 열었다. 그녀는 주철식을 일절 탓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연민이나 동정의 눈빛도 주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주철식을 만든 것은 어린 시절 그를 학대한 아버지와 그를 외면한 여자들과 그를 가난하게 만든 사회임을 논리적으로 각인시켰다. 조수경은 이 사회가 크게 잘못되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주철식은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조수경은, "개인적으로 나는 당신의 죄가 무엇인지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아무나 당신처럼 저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그러자 주철식은 목을 뻣뻣이 세우기 시작했다. 그는 대체로 입을 다물고 있다가 구미에 맞는 말에만 동의를 표하곤 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런 일을 굳이 남의 지시를 받아 할 필요는 없었겠지요?""그렇소. 나는 혼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소.""그럼요.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다시 조직으로 들어가 하수인 노릇이나 하다가 말았겠지요. 그곳까지 제 발로 찾아갈 만큼 당신은 어리석지 않았어요.""조선 사람이 중국에는 왜 갑니까?"그는 처음으로 중국이라는 말을 뱉어냈다. 조수경은 들은 척 만 척하며 곧장 다음 말을 이었다.
"맞아요. 조선에서도 얼마든지 할 일이 많았는데. 나라면 그래도 혹시 갔을지 모르겠는데 역시 당신은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었군요.""다른 건 몰라도 그거야 내가..."주철식은 교만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결국 조수경이 주철식으로부터 얻어낸 것은 그가 가려고 했던 중국에 있는 한 호텔의 이름과 주소였다. 그가 책상 위에 놓인 빈 종이에 날림체로 끼적여 놓은 것이었다.
중국 절강성 영파시 운경가 187호 동항대호텔 지하 1층 양성반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