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취업 후 상환제) 시행연기를 놓고 여·야가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책임 공방의 원인 제공은 교육과학기술부. 교과부는 지난 6일, 취업 후 상환제 특별법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함에 따라 올해 1학기에는 기존 학자금 대출제도를 그대로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장학재단의 재원 마련 및 시행령 제정 등 구체적인 후속작업을 하기엔 시간이 빠듯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같은 날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의 실망감이 아주 클 것"이라며 "의지와 열정은 있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아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정부가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연말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관련법이 처리되지 못한 것을 다소 꼬집은 발언이었다.
당장 지난해에 취업 후 상환제와 등록금 상한제 병행 도입을 주장하며 상정을 막은 이종걸 교과위원장과 야당 의원들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이로 인해 지난 연말 진통 끝에 '등록금액 상한제'와 '취업 후 상환제'의 병행 등 굵직굵직한 쟁점들에 대한 합의 가능성을 찾아내며 잠잠해졌던 교과위가 다시 갈등에 빠져들었다.
이종걸 "야당 의원들이 정부 시행방안 따진 게 불쾌하나, 왜 시행 못해?"
당장 '1학기 시행 무산의 책임자'로 지목된 이종걸 교과위원장은 7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업 후 상환제가 2학기로 연기된다면 이는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정부·여당의 책임"이라고 반박했다.
취업 후 상환제 수정·보완 시행을 요구하며 지난 연말 국회 교과위원장실에서 농성을 진행했던 학생·학부모·교육시민단체 연석체인 '등록금 네트워크'도 이 위원장과 함께 "반값등록금 공약을 한 적 없다고 국민에게 사기를 치던 정부가 이제는 국회의 관련법 처리가 늦어 그렇다며 책임을 떠넘기고는 국민과 한 약속을 파기하는 두 번째 사기를 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정부가 지난해 7월 새 학자금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놓고, 11월 말이 되어서야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정부가 구상 발표 후 4개월 동안 미적거리다 법안을 12월 한 달만 남겨놓고 넘긴 뒤 야당 탓을 한다는 비판이다.
이 위원장은 이어, "교과위원장의 상정 거부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발표를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교과부의 '짝퉁'(등록금 후불)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애쓴 많은 사람들의 공을 칭찬하기는커녕, 그것을 폄하하고 흠집을 내려는 교과부의 얕은 수가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 위원장은 "여·야가 합의한 취업 후 상환제가 2월 1일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시행령이 발표되면 대학의 등록기간이 3월 말까지이기 때문에 충분히 1학기 도입이 가능하다"며 "야당 의원들이 정부가 발표한 시행 방안에 대해 이것저것 따진 것이 불편했던 것이 아니라면 갑자기 2학기부터 하겠다고 할 하등의 이유가 있겠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여·야는 오는 1월 27, 28일 상임위를 개최, 취업 후 상환제를 상정하기로 합의했다.
실제로 신입생의 경우, 각 대학들이 입학금 및 등록금 납부 연기 조치를 해주지 않는 이상 제도 시행이 어렵지만 3월 말까지 등록할 수 있는 재학생의 경우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교과부의 설명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등록금 네트워크의 정책간사를 맡고 있는 참여연대 안진걸 사회경제국장은 이를 지적하며 "이미 관련 예산을 확보한 만큼 학자금 상환제를 조속히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 교과위원 "1월 말 상임위 소집, 민주당이 요구해... 정치쇼하지 마라"
하지만 한나라당 교과위원들은 이날 오후 반박 기자회견을 열어 이 위원장의 주장이 정부와 여권에 책임을 떠넘기는 '적반하장'이라고 맹비난했다. 심지어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이종걸 위원장은 이런 식으로 정치 쇼 할 것이 아니라 상임위에서 회의 진행이나 잘해야 한다"고 독설을 토했다.
교과위 간사인 임해규 한나라당 의원은 "실제로 학자금을 빌려주려면 소득분위 확인 등 여러 가지 절차가 필요하다"며 "오히려 이종걸 위원장이 1학기 상환제 도입이 무산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이어, "한나라당은 임시국회가 마무리되는 1월 8일까지라도 상임위를 열 것을 요구했다"며 "민주당이 오히려 1월 말 상임위 개최를 고집해 1월 27, 28일 상임위를 열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또한, "11월 말 법안이 제출됐다고 하지만 앞서 내가 발의한 취업 후 상환제 법안이 있었다"며 이 위원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권영진 한나라당 의원은 "취업 후 상환제 도입 무산을 놓고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태도"라며 "여당 의원들은 '법의 절박성에 비춰볼 때 추상적인 개념 논쟁을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 누차 설득했지만 도입 전 수정·보완을 요구하며 상정을 막은 것은 야당 의원들"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는 또 "아직까지 1학기 도입의 의지가 있다면 당장 내일(8일)이라도 교과위를 열자"며 "본회의는 취업 후 상환제 처리를 위해 양 당의 원내대표와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열자고 제안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기획재정부와 교과부가 등록금액 상한제 등에 반대하는 만큼 당정협의가 필요해 1월 말 상임위 개최를 합의한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지금까지 교육 정책은 우리가 드라이브를 걸어왔다"며 "법은 국회에서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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