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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훼손된 '총석정절경도' 창덕궁 희정당 동쪽벽에 붙은 등록문화재 제 240호 '총석정절경도'가 소방시설 공사 도중 훼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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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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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월8일 저녁 7시51분]창덕궁 희정당 벽에 있는 그림 일부가 소방설비 설치작업 도중 훼손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그림은 등록문화재 제 240호로 지정된 '총석정절경도'로 지난달 30일 소방설비를 설치하기 위해 작업 인부가 드릴로 벽에 구멍을 뚫던 중 왼쪽 가장자리 부분이 6cm 정도 찢어졌다.
이 그림은 1920년경 서화가 해강 김규진(1868~1933)이 52세에 그린 195cm×880cm 크기의 산수화 대작으로 희정당 서쪽 벽의 '금강산만물초승경도'와 함께 동쪽 벽을 장식하고 있다.
8일 창덕궁 관리소 측은 시공업체인 H사의 인부가 드릴로 광센서 선형감지기의 케이블을 넣을 구멍을 뚫다가 실수로 그림이 훼손되었다고 밝혔다.
창덕궁 관리소는 작년 10월부터 공사비 52억 6000만원을 들여 경내에 소방시설 공사를 해오고 있다.
안정열 창덕궁 관리소장은 "시공업체 인부들에게 문화재 보호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감리업체에도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줄 것을 요청했지만, 작업자의 순간적인 부주의로 이 같은 불상사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또 안 소장은 "사고 발생 직후 공사를 중지시키고, 다음날인 31일 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에 의뢰해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피해보고서를 작성, 문화재청에도 보고했다"고 말했다.
창덕궁 관리소는 "이 그림은 이미 보수 계획이 잡혀 있던 것으로, 이번에 훼손된 부위와 함께 전체적으로 복원할 계획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숭례문 화재 이후 '화재 대책'만 우선해 오히려 문화재 훼손관리소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벽화 훼손 사건은 문화재에 대한 안이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리소측은 "인력이 모자라 공사현장에 대한 일부 감독을 방호원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중요 문화재에 대한 공사 감독을 전문가가 아닌 방호원에게 맡긴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하루에 100여 명의 인력이 4,5곳에서 동시에 공사를 벌이는 것을 일일이 다 통제할 수 없다'는 관리소의 현실적 상황을 이해한다하더라도 이 같은 결과가 무리하게 잡힌 공사기간 안에 공사를 마치려는 데서 나온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화재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철저한 관리 감독으로 훼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2008년 2월 숭례문 화재사건 이후 주요 문화재에 대한 소방설비 설치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런데 화재에 대한 대책만 우선시한 나머지 오히려 문화재를 훼손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008년 12월 문화재청은 소방문 및 소방도로를 확보한다며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담을 7m 가량 허물어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은 적도 있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문제 하나가 생기면 원칙도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는 문화재 당국의 무신경이 이 같은 사고를 불렀다"며 "어떤 공사를 하더라도 문화제의 진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데 관리감독자도 입회하지 않고 마구잡이식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