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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용산참사 ⓒ 송유미

그대들이여, 다시 돌아오소서
모란이 활짝 피던 그 허기진 봄날,
절대 이대로는 살 수는 없다고

이 모양으로는 절대 살다가 죽을 수는 없다고

용산 시장 포장마차에서

그대들이 서로의 주먹을 뜨겁게 움켜 잡던

그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소서.

세상은 비록 우리에게 술 한 잔 안 사줬지만,

우리 자식들에게만은 이 세상 살 만하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죽는 순간까지 대한민국 서울 시민임을 자부하던 그대들여,

닭장 같은 집들이 다 부서지고

불에 타서 돌아 올 곳이 없다면

머루랑 달래랑 먹으며 저 청산에 살게

그대들이여, 다시 돌아오소서.

차가운 추위가 송곳처럼 뼛속까지 파고 들던 2008년 겨울 입구,

처음으로 철거 소식 듣고 어안이 벙벙해서

서로들 나는 괜찮지만, 오고 갈 곳 없는

집 없는 이웃 때문에 걱정이라고

밤을 새워 머리를 싸매고 철거 대책 회의를

하던 그대들이여, 재개발되는 것보다 

지금 이대로 살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바보들 같이, 설마 저그들도 사람인데

이 엄동설한에, 집 없는 사람들 쫓아내겠느냐고 

사람이 세상을 믿고 살아야지

세상이 사람을 믿고 살겠느냐고,

2009년 1월 20일 아침 6 시까지도

세상에 대한 믿음과 사랑, 희망, 꿈, 소망을

포기하지 않던 그대들이여,

이대로 떠나지 마시고

그대들이여 다시 돌아오소서. 

 

하늘이시여, 땅이시여,

무서운 물대포에

집들이 부서지고  또 부서져도 

하늘이시여, 땅이시여,

이글이글 분노처럼

무서운 자본주의 불길로

판자떼기처럼 몸들이

부서져서 재가 되어도,

옥탑 망루에 올라 

인류를 구원한 그분처럼  

하늘을 부르던 그대들이여,

다시 돌아와서, 저 청산에 머루랑 다래랑 먹고

알콩달콩 내 형제 내 가족들과 함께 살으리랏다.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닌 세상의 날들이여,

죽어도 죽은 목숨이 아닌, 그대들의 넋이여, 

 

아직 우리가 기다리는 세상은 오지 않았으니,

이 세상의 마지막 남은 등불처럼

그대들 목숨의 횃불을 높이 치켜 들고 

한번은 살만한 이 세상을

우리 함께 만들어나가게 

그대들이여, 부활하여 돌아오소서. 

 

용산 참사
용산참사 ⓒ 송유미
모란이 지고 말면 이 한해도 다 가고 말아 ...하염 없는 슬픔에 잠길테에요.
모란이 지고 말면이 한해도 다 가고 말아 ...하염 없는 슬픔에 잠길테에요. ⓒ 송유미

 


#용산참사자#모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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