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말 산행은 늘 설렘으로 가득찬다. 산행은 항상 힘들고 지친 일상을 벗어나게 해주고, 지난 추억의 시간 속으로 안내한다. 지난 일요일(10일) 산벗인 둘째 형님과 함께한 회동 수원지 아홉산 산행은 내게 특별한 즐거움을 만끽케 했다. 마치 겨울 수원지의 깊은 물빛들이 연주하는, '겨울 소나타'를 듣는 듯, 어지러웠던 생각들은 호수처럼 고요해져 갔다.
회동 수원지의 위치는, 부산의 지하철을 타면 어느 곳에서나 1시간 30분 안팎이다. 회동동의 회동수원지는 말 그대로 부산시민들의 식수를 공급하는 수원지라, 오랜 시간 동안 금지 구역이었다. 그러나 이제 회동동 수원지는 부산 시민들에게 완전개방되었다.
그래서 난 금지의 족쇄가 풀린 회동동 수원지에 발을 딛는 순간, 마치 청아한 물빛 호수 위로 누군가 연주하는 겨울소나타가 황홀하게 울려퍼지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깨끗한 물빛에 흔들리는 하얀 갈대들이 교향악의 지휘봉처럼 물빛에 은빛물결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회동 수원지를 껴안고 걸을 수 있는 산책 코스는, 부산의 새로운 명품 산책 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수원지의 끝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긴 산책길을 따라 걷다보니, 한쪽은 푸른 하늘이 내려 앉은 듯했다. 그 아름다운 물빛을 따라 길은 낙엽들이 푹신하게 깔려 있었다. 낙엽 카펫을 밟으며 걷는 기분은 따뜻했다.
회동 수원지 안에는 섬처럼 떠도는 숲이 우거진 동산들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길은 이정표 따라 걸으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개방한 지 불과 열흘, 그러나 나의 둘째 형님은 나와 함께 오려고 개방 첫날, 회동 수원지를 거쳐 아홉산을 예비산행했다고 말했다.
부산에는 두개의 아홉산이 있는 셈이다. 회동동 아홉산(353m)과 부산 기장군 철마면 웅천리 미동 마을 뒷산인 아홉산(360m)이다. 그러니까 둘째 형님과 다녀온 아홉산은 금정구 회동동 회원수원지에서 기장군 철마면 장전리에 걸쳐 뻗은 산이다. 철마면 아홉산은 숲이 아름답지만, 이 아홉산은 전망이 좋다.
볼을 따갑게 스치는 겨울바람 속에 청아한 물냄새가 묻어난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산길은 때묻지 않는 자연을 선물한다. 푸른 물빛은 낭만을 선물한다. 정말 부산에 이런 곳이 있었단 말인가. 숨겨진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듯한, 희열을 맛본다.
산책코스를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겨울 짧은 하루가 흘러갔다. 겨울 새들의 지저귐 소리에 귀가 즐겁다. 회동동은 물이 있어 아름다운 마을이다. 아침 일찍 오면 물안개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내 고향 저수지에 돌아온 듯, 푸근하다. 형님과 힘들게 올라 온 길을 되돌아본다. 감탄사가 연발이다. 발아래에 펼쳐진 회동 저수지를 내려다보니, 아름다운 선녀들이 내려와 춤을 추는 듯 환상적이다. 부산은 정말 사람이 살만한 자연이 아름다운 도시라는 것을 재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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