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오르려고 마음먹었던 선자령을 이번 일요일(10일) 아들 대신 후배와 함께 올랐다. 염불보다 잿밥이라고 후배는 주문진에서 먹을 회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았지만 그게 뭐 대순가?
회를 실속있고 싸게 먹으려면 수산시장을 가는 게 정답이겠지만 도착시간이 늦어 일반 음식점에서 먹을 수밖에 없다. 강문 해수욕장 근처 해수탕에 자리 잡고 그럴 듯한 횟집으로 가니 지난해보다 가격이 올랐다. 큰 접시에 6줄로 나란히 줄을 선 '소'자 모듬회. 이런 건 3사람이 먹어 줘야 푸짐하게 먹고 싸게 먹었다는 느낌이 들텐데 둘이 먹자니 좀 아깝다. 안주가 아까워 좀 과음하고 해수탕에서 냉온탕을 번갈아 가며 들락날락 거리는 나를 보고 후배가 다음 날 말한다.
'형, 혼자서도 너무 재미나게 놀던데요.'
강릉은 영하 3도인데 선자령 아침 기온은 최저 영하 17도란다. 9시경 올라갈 생각으로 남는 시간을 주문진으로 가서 생선구이를 먹고(너무 잘 먹는다) 항구 구경을 한다. 아침에 들어온 오징어잡이배의 집어등은 아침 해로 붉게 물들고 곁에서는 조그맣게 경매가 벌어지고 한편에선 아줌마들이 생선을 고르고 있다.
대관령 휴게소로 가니 하늘은 안개로 싸여서 서리가 날리고 한 무리 등산객들은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하느라 바쁘다. 우리도 곁에 있는 포장마차에 들어가서 커피를 시키고 준비를 하는데 '커피 하안잔을 시켜놓고~' 아줌마가 쭈그러진 국자에 끓여주는 커피를 끓이며 흥얼거린다.
"아줌마! 오실 땐 단골손님이니까 내려올 땐 좀 싸게 해 줘~"
아침안개와 강추위로 서리꽃이 잘 피었고, 등산화에 붙은 눈덩이는 녹지 않으니 지저분하지 않아 좋다. 눈만 내놓고 얼굴을 가렸던 버프(buff)는 땀으로 거추장스러워 귀만 가리고 다 내놓는다.
'하늘은 파랗고 눈은 하얗다 그리고 잘 올라왔다'라는 말 이외에 더 이상 덧붙일 말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자령까지 왔다가 아래 골짜기로 내려가 국사당을 지나 대관령 휴게소로 내려가는지 우리처럼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는 사람들은 별로 없고 올라오는 사람에 치어 내려가는 시간이 더 걸린다. 그 많은 사람들은 점심도 안 먹는지 쉬지도 않고 꾸역꾸역 올라오는데 이런데 멋모르고 분위기 잡는다고 여자친구랑 호젓이 오는 사람은 누구라도 한 사람쯤 아는 사람을 만나 들통 나겠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낄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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